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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대통령 이재명’이 일본을 바라보는 시각은 ‘자연인 이재명’과는 달랐다. 이 대통령은 취임 뒤 첫 한·일 정상회담에서 “작은 차이를 넘어서자”며 과거사 문제 해결보다는 미래지향적 협력에 방점을 찍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캐나다 앨버타주 카나나스키스를 방문한 이 대통령은 17일 오후(현지시간)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와 처음 만나 회담했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작은 차이들이, 또 의견의 차이들이 있지만 그런 차이를 넘어서서 한국과 일본이 여러 면에서 서로 협력하고, 서로에게 도움되는 관계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늘을 계기로 한국과 일본이 미래지향적으로 조금 더 나은 관계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면서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차이’는 수십 년 간 한·일 관계의 뇌관으로 작용해온 과거사 갈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발언은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이견은 여전하지만, 그에 묶여 있기보다는 협력을 향해 나가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과거사를)덮어두자는 것이 아니다. 과거의 문제는 잘 관리해 나가고, 협력을 더 키워 미래 지향적인 관계를 꾸려나가자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일본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사실 이는 이 대통령이 이전에 보였던 관련 입장과는 차이가 크다. 지난 2023년 3월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강제징용 해법으로 제3자 대위변제안을 확정한 뒤 방일해 정상회담을 하자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은 일본의 사죄가 없는 점을 짚으며 “일본에 조공을 바치고 화해를 간청하는 그야말로 항복식”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당선 직후 이 대통령은 3자 변제 등에 대해 “국가 간 관계는 정책의 일관성이 특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지난 9일 이시바 총리와의 첫 통화에서도 과거사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어 첫 대면 회담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차이를 넘어서자”고 선제적으로 제안한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주어만 빼고 본다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많은 외교적 자산을 투입한 윤석열 정부의 한·일 정상회담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이 대통령이 자연인 시절 강경한 대일 발언을 했던 만큼 일본 내에선 한·일 관계가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는데, 이번 정상회담으로 첫 단추를 잘 뀄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특히 대통령실은 “양 정상이 급변하는 국제정세 하에서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하고, 유사한 입장에 있는 양국이 보다 긴밀히 협력을 모색해 나가자고 했다”고 밝혔다. 이는 안보 측면에서도 일본과 협력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데, 과거 진보 정부에서는 이를 금기시해 왔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일본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시바 총리는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핵 미사일 문제와 (일본인) 납치 문제를 포함한 대북 대응에서 계속해서 한·일 및 한·미·일 간 긴밀히 공조해갈 것을 확인했다”며 “안보 협력을 비롯해 한·일 간 그리고 한·미·일 간에 한층 더 긴밀히 공조해 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안보 협력에 열려 있는 자세를 보인 걸 일본 역시 반긴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는 “북한 문제를 포함한 지역의 여러 지정학적 위기에 대응해 나가기 위해 한·미·일 공조를 지속 유지, 발전시키고, 한·일 간에도 협력을 심화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지역의 여러 위기’라는 표현은 통상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뿐 아니라 중국의 위협 등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쓰이곤 한다. 이는 사실상 한·미·일 안보협력을 ‘대중 견제용’으로 확장하기를 바라는 미국을 향한 호응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마침 캐나다에서 한·일 정상이 만난 직후인 18일 오전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는 한·미 공군과 일본 항공자위대가 이재명 정부 들어 첫 3국 합동 공중훈련을 실시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이재명 정부가 이전 정부 합의 사항인 한·미·일 협력을 승계할 의지를 피력하는 등 긍정적인 신호를 먼저 보냈다고 해석할 수 있다”면서 “일본 측에서도 오는 8월 15일을 전후해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보다 전향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등 성의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국제통상환경이나 국제관계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보완적 관계에 있는 한국과 일본이 많은 부분에서 협력하면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고도 말했다. 이시바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현재의 전략환경 아래에서 한·일 관계, 그리고 미·일 간 협력의 중요성은 더 중요해졌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발 관세전쟁’으로 미·중 간 전략 경쟁이 심화하는 만큼 양국이 협력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회담에서 관세 관련 논의가 구체적으로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30분 간 이어진 회담의 분위기가 시종 우호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먼저 기다리고 있다 이시바 총리를 웃으며 맞이한 이 대통령은 “(한·일은)마치 앞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집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운을 뗐다.

이재명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카나나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자리를 바꾸며 밝게 웃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에 이시바 총리는 “직접 만나 뵙는 것은 처음이지만 일본의 TV 방송에서는 매일 나오신다. 그래서 처음 뵙는 것 같지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에서 열린 (국교 정상화)60주년 리셉션에 (이 대통령이) 정말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메시지(영상 축사)를 주셨다고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이날 회담은 이 대통령이 일본 국기 옆에, 이시바 총리가 대한민국 국기 옆에 자리 잡은 채 진행됐다. 이 대통령이 주빈국 정상이지만, 정면을 기준으로 상석인 왼편을 비운 채 이시바 총리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상대국을 위한 배려라는 설명이다.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는 셔틀 외교 재개에도 다시 합의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양 정상이)서로 오고 가는 일이 빈번하게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양국에서 열리는 다자 정상회의 일정이 셔틀 외교 재개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일본은 올해 한·일·중 정상회의 주최국이다. 한국 조기 대선 등으로 아직 일정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지는 않지만, 3국이 의지만 있다면 이른 시기에 일본에서 정상회의를 여는 게 가능하다.

한국에서는 10월 말~11월 초 아시아태평양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가 열린다. 이시바 총리가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가능성은 매우 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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