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치매 노인 환자의 증가로, 요양병원에도 돌봄 로봇이 속속 도입되고 있는데요.
한 대기업이 병원에 공급한 로봇이 알고 보니 속이 텅 빈 깡통이나 다름없었습니다.
병원은 작동도 안 하는 로봇에 수억 원의 렌털비를 내게 된 건데, 어찌 된 일인지 서윤식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경남 남해군이 운영하는 한 노인전문병원.
창고를 열어보니 공기청정기같이 생긴 로봇이 들어 있습니다.
간호사를 대신해 병실을 돌며 노인이 침대에서 떨어지지는 않는지, 환자 상태를 살피는 간병 로봇입니다.
안을 살펴봤습니다.
구동장치는 물론 전자부품이 하나도 없는 말 그대로 깡통입니다.
[장정세/남해군립노인전문병원 사무국장]
"전자기판이 있어야 될 텐데 그게 전혀 아무것도 없는 플라스틱 통밖에 없고…"
원래 로봇계약서에는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는 AI 객체 인식 기능과 공기측정, 화재 감지 등이 가능해야 하지만 어떤 기능도 작동하지 않는 겁니다.
이 로봇은 한 업체가 정부로부터 실증사업명목으로 국비 3억 3천여만 원을 받아 만들었는데, 대기업인 lg의 렌털회사를 통해 공급됐습니다.
로봇업체는 정부실증사업이라며, 병원이 lg에 내야 하는 렌털비까지 대신 내주겠다고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그런데 속이 텅 빈 로봇이었다는 겁니다.
[장정세/남해군립노인전문병원 사무국장]
"통 외부도 뭐 엉성하기 그지없습니다. 가다가 자빠질 수도 있고 이것(액정화면)도 그냥 스티커를 붙여 놨습니다."
문제를 제기했지만 실증사업이라 차차 고쳐주겠다고만 하고 1년 동안 아무런 조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국책 과제를 맡긴 로봇산업진흥원이 지난해 11월 병원을 찾아 점검했는데 결과는 '사업 정상 수행'이었습니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 관계자 (음성변조)]
"그 로봇들이 현장에서 이제 구동이 되고 이제 저희 사업계획 내에 있는 개수로 저희가 이제 확인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병원 현장점검 때는 업체에서 다른 로봇을 가져와 정상인 것처럼 기계를 돌린 겁니다.
[정영준/경남도립사천노인전문병원 행정국장]
"저희 병원에 있는 간병 로봇이 아닌 실제 가동이 가능한 로봇을 다른 곳에서 가지고 왔죠."
깡통 로봇을 만든 업체 사무실을 찾아가니, 이미 텅텅 비어 있었습니다.
[사무실 현 입주자 (음성변조)]
"<여긴 언제 입주하셨습니까?> 작년 4월에요. <빈 사무실에 바로 입주하셨습니까?> 예. 다 비워져 있었어요."
병원은 엉터리 기계에 수억 원의 렌털비까지 뒤집어쓰게 됐다고 주장합니다.
[박현욱/경남도립통영노인전문병원 총무차장]
"국책 사업이라는 하나의 과정을 가지고 기업에 사기 계약을 해서…"
lg 측은 병원 측에서 정식 이의제기가 없어 자신들이 대여한 로봇의 결함 여부를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고 로봇산업진흥원은 해당 실증사업에 대한 실태 조사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MBC뉴스 서윤식입니다.
영상취재: 박경종 (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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