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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미국만 파괴할 수 있지만 수차례 투하해야”
지난 14일(현지시각) 미국 민간 위성업체인 맥사 테크놀로지가 촬영한 이란 포르도 핵시설의 모습.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의 군사 개입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핵심 목표인 이란 ‘포르도 핵시설’과 이를 파괴할 ‘벙커 버스터’ 폭탄에 관심이 쏠린다.

이란 중북부 산악지대에 있는 포르도 핵시설은 수도 테헤란에서 160㎞, 이슬람 성지 곰에서 32㎞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1981년 이스라엘이 이라크 바그다드의 지상 핵시설을 파괴하는 것을 보고, 이란은 깊은 산 지하에 건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9년 미완성 상태에서 서방 정보기관에 의해 존재가 처음 외부로 드러났다.

이란의 가장 중요한 핵시설인 만큼 정확한 실체는 안갯속에 있다. 포르도는 나탄즈에 이어 이란에서 두 번째로 큰 핵시설로, 두 개의 농축 공간에 최대 3000개의 원심분리기를 수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3년 국제원자력기구는 포르도에서 83.7%의 순도로 농축된 우라늄을 발견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 핵무기 제조를 위해선 90% 순도 농축 우라늄이 필요한데, 여기에 근접한 수치다. 이곳에서 핵무기를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수주일에서 1년까지 전문가마다 예측이 다양하다.

2019년 5월 미국 뉴멕시코 화이트 샌즈 미사일 실험장에서 미 공군의 비(B)-2 스텔스 폭격기가 벙커 버스터 폭탄(GBU-57 MOP)을 투하하는 모습. 출처 유튜브 Ultimate Military Channel
포르도 같은 이란과 북한의 지하 핵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일명 ‘벙커 버스터’ 폭탄이다. 지하 시설 파괴용 폭탄을 일컫는 ‘벙커 버스터’ 중에서도 최신형인 ‘GBU-57 MOP’는 미 국방성과 보잉사가 공동 개발해 2011년 배치됐다. ‘정밀 유도 폭탄’(Guided Bomb Unit ) 중에서도 ‘초대형 관통 폭탄’(Massive Ordnance Penetrator )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무게만 13톤이 넘으며 비핵무기 중에선 최대 파괴력을 보유했다고 알려져 있다. 지하 61m까지 뚫고 들어가 폭발한다. 포르도 핵시설은 암반 아래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지하 80~90m 깊이에 있는 것으로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는 추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벙커 버스터로도 한 발로는 포르도 핵시설을 파괴하기 어려워, 수차례 투하해야 한다는 미군 시뮬레이션 결과가 있었다.

벙커 버스터를 적진에 투하하는 것은 미국의 비-2(B-2) 스텔스 폭격기로만 가능하다. 비-2 폭격기는 6m 길이의 벙커 버스터 두 발을 탑재해 연속 투하할 수 있다. 특히 포르도 주변에 이란이 배치한 방공 미사일을 피하기 위해선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는 스텔스 기능과 고도 비행 기능(최대 1만5000m)을 가진 비-2 폭격기가 필수다.

전략적 가치가 높은 무기이기에 미국이 이스라엘을 포함해 타국에는 판매하지 않았다. 이런 벙커 버스터를 확보하지 못한 이스라엘은 인근 발전소를 타격해 전기 공급을 줄이거나, 특공대 타격 등 자체 공격 계획을 세웠지만, 근본적인 핵시설 파괴는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란 쪽 설명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지난 13일(현지시각) 최초 이란 공습 당시에도 나탄즈와 이스파한 핵시설만 공격하고 포르도 핵시설은 남겨놨다. 같은 날 이스라엘의 국가안전보장회의 의장인 차지 하네그비는 포르도 핵시설은 “오직 미국만 파괴할 수 있다”고 현지 언론에 말했다.

핵시설이 파괴되면 민간인까지 위험에 빠뜨릴 핵 오염이 발생할 수 있어, 국제적 규탄도 감수해야 한다.

지난 12일(현지시각) 미국 민간 위성업체인 맥사 테크놀로지가 촬영한 이란 포르도 핵시설의 모습. 사진 AFP 연합뉴스
김지훈 기자 [email protected]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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