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넷플릭스 <광장>에서 주인공 ‘기준’(소지섭)이 적을 제압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1. 조직폭력배 세계를 떠났던 강자가 동생의 죽음을 계기로 11년 만에 돌아와 그 배후를 밝히는 복수극을 펼친다. (넷플릭스 <광장>)

#2. 아버지의 억압에 시달리던 전교 1등이 천부적인 싸움 재능으로 학교 폭력 서열을 뒤엎는다. (웨이브 <ONE: 하이스쿨 히어로즈>)

#3. 소년 교도소에 수감됐던 학교폭력 피해자가 종합 격투기 선수를 준비하던 중 ‘극악의 빌런’의 영입 제안을 거절하며 격투 대결에 휘말린다. (티빙 <샤크: 더 스톰>)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ONE: 하이스쿨 히어로즈>에서 주인공 ‘의겸’(이정하, 오른쪽)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웨이브 제공


최근 두 달간 국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내놓은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들의 한 줄 설명이다. 배경은 다르지만, 얼개가 비슷하다. 세 드라마 모두 남성 주인공이 모종의 이유(주로 주변인이 다치거나 죽는다)로 각성한 뒤 적을 차근차근 무찌르는 ‘권선징악형 액션물’이다. 때리고 맞는 물리적 폭력이 적나라하게 보여진다는 것, ‘더 센 적’을 상대하는 구조상 후반부로 갈수록 그 잔인성이 강화된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세 드라마 모두 인기리에 연재된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하지만 원작의 인기에 비해 반향이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광장>은 공개 2주차인 18일 넷플릭스 글로벌 시리즈(비영어) 1위에 올랐지만, 원작 팬들에게는 혹평을 받고 있다. 나머지 두 작품은 이렇다 할 화제성을 얻지 못했다. 드라마에서 ‘잔인한 액션’이 이야기보다 두드러지는 것이 패인으로 꼽힌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샤크: 더 스톰>의 주인공 ‘차우솔’(김민석)과 빌런 ‘현우용’(이현욱)의 모습. 티빙 제공


사실 주인공이 적을 1대1로 꺾어 나가는 구조는 실시간 연재 웹툰에서 잘 통하는 문법이다. 보통 ‘약자’인 주인공이 싸움에 휘말리고, 겨우 적을 해치우고, 그를 계기로 더한 적을 만난다.

단선적인 플롯이지만, 짧은 호흡으로 1~2년 이상 연재하는 웹툰에서는 독자로 하여금 다음 편을 기대하게 하기에 좋은 구조다. 초반 주인공 서사를 잘 만들어두면, 독자들은 자신이 애정하는 주인공이 ‘새로운 적을 이번에는 어떻게 상대할까’라는 궁금증으로 연재를 따라간다.

하지만 이러한 플롯은 여러 편을 한꺼번에 몰아볼 수 있는 OTT 드라마로 옮겨 올 때 단점이 부각된다. 연이어 적을 무찌르는 구도는 예측 가능하기에 금세 식상해진다.

반복되는 폭력 장면은 시청자에게 피로감을 주기도 한다. 싸움 장면이 만화적 연출로 표현되는 웹툰과 배우가 폭력을 실연하는 드라마는 같은 장면이어도 체감되는 수위가 다르다. 윤석진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웹툰이 상상의 영역에 가깝다면, 드라마는 배우가 직접 연기한다는 데에서 사실의 영역으로 인식된다”며 “그렇기에 폭력 장면의 자극성이 훨씬 강하고, 그것이 반복된다면 시청자는 정서적으로 지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광장>에서 주인공 ‘기준’(소지섭)이 싸움 도중 피를 흘리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잔혹한 폭력 묘사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서사가 충분히 부여되지 않은 채 나열되는 잔인한 장면은 불필요한 선정성으로 느껴진다. <광장>의 주인공 ‘기준’(소지섭)이 무수한 적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이유는 동생 ‘기석’(이준혁)의 죽음에 분노해서다. 하지만 정작 이 형제의 이야기는 짧은 회상 장면 몇 번을 빼면 거의 제시되지 않는다. 사람이 죽도록 때리거나 흉기로 찌르는 액션이 통쾌하기보다는 잔인하게만 느껴지는 건 그래서다.

웨이브 오리지널 <약한영웅 Class 1>(2022)은 학원액션물인 웹툰을 그대로 차용하지 않고, 각색을 통해 캐릭터들의 관계성을 더 풍부하게 쌓아 호평을 받았던 사례다. 극본을 쓴 유수민 감독은 주인공 ‘연시은’(박지훈)과 친구들 사이의 미묘한 위계 질서와 그에 따라 변화하는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드라마 싸움 장면의 높은 폭력 수위를 시청자들이 납득하게 했다. 오히려 웹툰 원작을 따라간 속편 <약한 영웅 Class 2>(2025)가 전편에 비해 아쉬운 평가를 받은 것은 액션 웹툰의 단선적 서사가 드라마에서 힘을 잘 받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사강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은 “유사 장르가 반복되면서 ‘잔인한 액션’을 화제성을 높이기 위한 홍보 포인트로 삼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면서 “단순히 ‘잔인한 장면’에 시청자들이 무조건적인 열광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는 걸 제작진이 인지해야 할 때”라고 했다.

경향신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9186 열살도 안됐는데 우울증 입원…"이유가 뭔가" 李도 걱정한 '자살률' new 랭크뉴스 2025.06.19
49185 "0.98% 득표한 권영국, 내년 지방선거는 다를 것" [이동현의 편애] new 랭크뉴스 2025.06.19
49184 [인&아웃] AI의 진화와 터미네이터 new 랭크뉴스 2025.06.19
49183 하메네이 "항복하지 않아"‥트럼프 "공격 미정" new 랭크뉴스 2025.06.19
49182 장마 본격화…장마철에 '매일 비' 아냐, 작년 29일 중 21일 비 new 랭크뉴스 2025.06.19
49181 美 4연속 금리동결에 한은도 다음달 인하 숨고르기 가능성 new 랭크뉴스 2025.06.19
49180 "이스라엘·이란 전쟁 장기화, 韓 중동 수출에 타격" new 랭크뉴스 2025.06.19
49179 북 3차 파병에 난감한 이재명정부…‘북·러 밀착’ 관리 시험대 new 랭크뉴스 2025.06.19
49178 [속보] 美국무부 “유학생 비자 절차 재개”…‘SNS 계정’ 검열 시행 new 랭크뉴스 2025.06.19
49177 “미성년 음주가 중년 이후 사망률 29% 높여…여성은 2배↑” [박광식의 닥터K] new 랭크뉴스 2025.06.19
49176 [단독]이재명 대통령 소유 양지마을 아파트 재건축 분쟁 휘말려 new 랭크뉴스 2025.06.19
49175 [단독] 대법 간 지 1년 넘긴 최태원·노소영 이혼… '최종현 육성' '옥중 서신' 제출됐다 new 랭크뉴스 2025.06.19
49174 파월 “관세로 몇 달 내 물가 상승”…연준, 금리 연 2회 인하 전망 유지 new 랭크뉴스 2025.06.19
49173 [속보] 트럼프, 이란 정권 교체 “일어날 수 있어”…“시한도래 1초전 최종결정” new 랭크뉴스 2025.06.19
49172 [단독]곽종근 “검찰 수사 안 드러난 부분 많다”···내란특검, 원점 수사 불가피 new 랭크뉴스 2025.06.19
49171 北, 5년 만에 집단체조 준비하나…경기장에 가림막 추정 물체 new 랭크뉴스 2025.06.19
49170 美연준, 금리 4.25~4.50%로 또 동결…트럼프 취임 후 4회 연속 new 랭크뉴스 2025.06.19
49169 [속보] 美국무부 "유학생 비자 절차 재개"…'SNS 계정' 검열 시행 new 랭크뉴스 2025.06.19
49168 합치면 8300조 시장…한일 손 잡으면 美中 양강구도 흔든다[Pick코노미] new 랭크뉴스 2025.06.19
49167 [단독] 서울지하철 혈액암 노동자 5명 추가 발견... 2명은 이미 사망 랭크뉴스 2025.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