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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억제서 나아가 지도부 겨냥 시사
협상력 과시 바라다 ‘속았다’ 배신감
항모·공중급유기 이어 전투기 증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린 캐나다에서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원)에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조건 없이 항복하라”고 요구했다. 핵무기 개발을 막는 것에서 더 나아가 최고지도자 제거까지 추진할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다. 그간 중동 분쟁 개입을 주저했던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협공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은신 중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전투가 시작됐다”고 선포하며 항전을 택했다.

트럼프의 전향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이란의) 소위 ‘최고지도자’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면서도 “우리는 지금은 그를 제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굳이 괄호를 사용해 ‘제거’(take out)가 ‘살해’(kill)를 뜻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별도 글에서 “무조건 항복하라”고 이란에 촉구했다. 또 다른 글에서는 “이제 이란 상공에 대한 완전하고 전면적인 통제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제공권 장악의 주체를 ‘우리’로 표현하며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공격에 협력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앞서 캐나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일정을 하루 단축해 급거 귀국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상황실에서 약 1시간 20분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를 열어 이란·이스라엘 간 무력 충돌 개입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에서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으며 공격은 논의된 여러 선택지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게 행정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라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그러나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NSC 회의 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했으며, 이스라엘 국방 당국은 미국이 수일 내에 이란의 지하 우라늄 농축 시설을 폭격하기 위한 군사 작전에 개입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믿고 있다는 이스라엘 당국자들 말을 인용했다.

주변 눈에도 트럼프는 공세적이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엑스(X)에 “그(트럼프 대통령)가 이란의 우라늄 농축을 끝내기 위해 추가 조치를 결단할 수도 있다”고 썼고, 미 CNN방송은 “미군 자산을 동원한 이란 핵 시설 타격 쪽으로 트럼프 대통령 관심이 기울고 있다”고 보도했다.

왜 변했나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2월 7일 이란 테헤란에서 공군 장교들의 경례를 받고 있다. 그는 1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의해 제거 대상으로 지목됐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습을 통한 이란 핵 문제 해결에 반대했다. 중동 전쟁 가능성을 우려한 것은 물론 자신의 강력한 협상력을 과시하고 싶어 했다는 게 미국 뉴욕타임스(NYT) 분석이다. 4월과 5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공습 감행을 그가 만류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을 전향하게 만든 것은 일단 배신감으로 추정된다. 더딘 협상 진행에 인내심을 잃기 시작한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휴전을 중재하려는 자신에게 한 것처럼 이란이 외교 협상에서 자신을 이용하고 있다고 여기게 됐다는 것이다.

이란 전력이 예상보다 약하다는 판단이 변심을 불렀을 수도 있다. 외교 소식통은 “이스라엘 공습에 속수무책 당하는 이란의 모습을 보고 난 뒤 트럼프 태도가 바뀐 듯하다”고 말했다. CNN은 이란이 양보할 경우 외교적 해법을 수용할 의사가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다고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하지만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이 목을 조여오자 항전 의지를 불태웠다. 이날 새벽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X에 “시오니스트들(이스라엘에 대한 적대적 표현)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전투를 선포했다.

향후 시나리오



미국이 이스라엘을 도와 무력을 행사할 경우 우선 벙커버스터로 불리는 공중 투하용 초대형 관통 폭탄을 B-2 스텔스 전략폭격기에 실어 포르도 등의 지하 핵 시설에 투하할 가능성이 언급된다. 이스라엘이 교전 초기 미사일 기습 공격으로 나탄즈 등 이란 내 주요 핵 시설에 피해를 줬지만 이것만으로 이란의 핵무기 개발이 얼마나 타격을 받았을지는 불확실하다.

이스라엘군을 공중 엄호하는 식의 개입이 이뤄질 수도 있다. 베트남 입항 계획이 취소된 미군 항공모함 니미츠호가 중동으로 이동 중이며, 30여 대의 공중급유기도 중동 지역에 급파된 것으로 전해졌다. 항모와 공중급유기는 폭격기 투입 등 공중전의 작전 범위를 넓혀 주는 역할도 한다.

공습에 미군 전투기가 동원될 개연성도 없지 않다. 로이터통신은 미군이 F-16, F-22, F-35 등 전투기도 중동 지역에 증파하고 있다는 미군 당국자의 말을 옮겼다. 이란의 무인기(드론), 미사일 등을 요격하는 방어 차원의 배치라는 게 미국 측 설명이지만, 공격용 전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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