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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영업이익 2억원… 3년 새 90% 급감
배달앱 입점해 소비자 접점 늘려
사이즈업·무료 커피 프로모션도
불황 속 저가 커피 공세에 감성 중심 프리미엄 전략 한계

‘커피계의 애플’, ‘커피산업 제3의 물결’, ‘힙스터들의 스타벅스’. 커피 전문점 블루보틀에 붙은 다양한 별명들입니다. 최고의 커피를 추구하면서도 전 세계 어느 매장이든 감성적 경험을 중시하는 경영 철학 덕분입니다.

그런데 최근 블루보틀이 한국 시장에서 생존을 위한 새로운 전략을 꺼내 들었습니다.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의 상징이었던 블루보틀이 배달앱 입점, 각종 프로모션 등 대중적 행보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입니다. 저가 커피 브랜드의 급성장, 시장 경쟁 심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변화로 풀이됩니다.

그래픽=정서희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블루보틀은 작년 10월 배달앱 배달의민족에 입점한 데 이어 지난 4월 쿠팡이츠에도 입점했습니다. 2019년 한국에 진출한 후 첫 변화입니다. 블루보틀은 현재 한국에서 17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배달 가능 매장을 5개에서 10개로 늘리고, 오프라인 중심이었던 전략에 온라인 접점을 더했습니다. ‘슬로우 커피’에서 ‘속도전’으로의 전환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프로모션도 공격적으로 전개하고 있습니다. 쿠팡이츠에서는 이달 말까지 아이스 놀라 등 시그니처 음료 5종을 주문하면 무료 사이즈업 혜택을 제공합니다. 배달을 포함해 매장에서 총 7잔을 마시면 1잔을 무료로 주는 쿠폰 이벤트도 진행합니다. 프리미엄 이미지와 희소성을 강조해 온 블루보틀로서는 이례적인 행보입니다.

블루보틀은 매장에서는 바리스타가 직접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리며, 고객과 커피 맛, 제조법에 관해 대화하는 등 ‘경험’을 중시해 왔습니다. 미니멀리즘을 극대화한 인테리어, 불필요한 장식의 철저한 배제, 낮은 테이블과 깔끔한 가구 배치 등은 커피에 몰입하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블루보틀의 로고는 글자 그대로 파란 물병 하나가 전부입니다. 단순한 로고, 흰색 계열 인테리어, 따뜻한 채광 등 브랜드 아이덴티티도 전 세계 매장에서 일관되게 적용해 왔습니다.

감성 중심의 고가 전략이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블루보틀이 가장 트렌디한 커피 브랜드로 손꼽힐 수 있었던 근간에는 신선한 커피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이 있습니다. 블루보틀 창업주인 제임스 프리먼은 커피 카트를 끌고 시장에서 장사할 때부터 볶은 지 48시간 이내의 원두만을 사용하고,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 원두의 무게를 재고 갈아 드리퍼로 커피를 내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품질 확보를 위해 블루보틀은 지금도 직영 매장 위주의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배달 서비스와 프로모션 도입은 브랜드의 희소성과 특별함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블루보틀의 상징이었던 느림의 미학과 현장 경험이 희석될 수 있는 탓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블루보틀이 ‘변신’을 택한 것은 수익성 악화 때문입니다. 실제 국내 블루보틀 영업이익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2021년 27억원, 2022년 23억원, 2023년 19억원, 2024년 2억원으로 급감했습니다.

지난해 매출은 312억원이었으나, 인건비(83억원), 임차료(29억원), 매출원가(114억원) 등 고정비 부담이 컸습니다. 직영 운영 체제 특성상 매장 수가 늘수록 인건비와 임대료 부담도 함께 커지는 탓입니다. 블루보틀은 결국 올해 1월부터 아메리카노, 라떼 등 주요 음료 가격을 300~900원 인상해, 아메리카노는 5900원, 라떼는 6900원입니다. 고가 정책은 브랜드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뒷받침했지만,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 속에 소비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최근 몇 년간 한국 커피 시장에서는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등 저가 브랜드가 급성장했습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죠. 반면 블루보틀은 차별화 전략이 점차 일상화되고 경쟁사들이 유사한 전략을 도입하면서 희소성이 약화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국은 이미 커피 전문점이 포화 상태인데 배달·테이크아웃 중심으로 소비 패턴이 변화하면서 오프라인 매장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의 변화와 수익성 악화 앞에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라며 “배달앱 입점, 프로모션 확대 등은 새로운 성장 활로를 찾기 위한 고육지책이면서 동시에 프리미엄 브랜드의 정체성을 지켜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감성과 희소성, 프리미엄과 대중성 사이에서 블루보틀이 어떤 길을 걷게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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