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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소 분리 올바른 방향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에서 검찰은 권한을 무한 확장하고 폭주하면서 검찰 개혁의 명분을 스스로 제공했다. 정치적 편향 수사의 표적이 된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검찰 개혁을 공언했다. 전문가들은 검찰의 가장 큰 병폐로 ‘직접수사권의 남용’을 꼽는다. 검찰이 직접수사, 특히 특수부 수사를 통해 조직 논리에 맞는 수사를 하고 그 과정에서 권력을 비호하거나 정치·사회에 지나치게 개입하게 된다는 것이다.

윤석열 검찰의 폭주

문재인 정부는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6대 중대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 대한 직접수사권을 남겨두는 방식으로 수사권을 조정했다가, 이후 직접수사 대상을 2대 범죄(부패·경제)로 줄였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시행령으로 부패·경제 사건의 범위를 재확장하면서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은 대폭 늘었다. 범인·범죄사실·증거가 공통되는 관련 사건에 대한 직접수사도 가능하게 해 사실상 별건수사도 허용했다. 대표적인 사건이 윤석열 전 대통령 검증 보도를 한 언론사 수사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을 주도했던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김씨와의 대화 내용을 뉴스타파에 전달해 보도되도록 한 신학림씨 사이의 돈거래를 배임 수재·증재 혐의로 수사하면서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후보 검증 보도를 한 경향신문 등 다른 언론사의 명예훼손 혐의까지 손을 댔다. 명예훼손은 검찰의 직접수사가 가능한 범죄가 아니지만 ‘김만배·신학림 사건과 범인·범죄사실·증거가 공통되는 관련 수사’라며 강제수사를 진행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은 반부패수사1부를 중심으로 대선개입 여론조작 특별수사팀(부장 강백신)을 띄우며 2023년 10월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으나 6·3 대선을 1주일 앞둔 지난 5월27일 슬그머니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이 자의적인 판단으로 직접수사권을 무한 확장해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심기 경호 수사까지 서슴지 않았던 대표적 사례였다.

‘윤석열 검찰’의 이런 폭주는 검찰의 직접수사권 ‘축소’가 아닌 ‘폐지’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을 싣게 했다.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 태스크포스(TF)는 지난해 검찰청을 폐지하고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각각 국무총리실 산하에 설치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법무부 산하 공소청에 이관하는 내용의 개혁안 초안을 마련했다. 지난 11일에는 민주당 의원 14명이 ‘검찰 개혁 4법’을 발의했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공소청은 법무부 산하에 설치하고, 국무총리 직속 국가수사위원회가 중수청,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업무를 조정·관리·감독하도록 했다. 중대범죄수사청은 8대 중대범죄(내란 및 외환,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 참사, 마약)를 수사하며, 공수처는 고위 공직자의 주요 범죄를 맡고, 국가수사본부는 모든 수사가 가능하다. 공소청은 기소와 공소유지를 담당하고 영장청구권을 갖는다. 수사·기소권 분리라는 이 대통령의 검찰 개혁에 부합하는 내용이다. 앞으로 당·정 협의 등을 통해 최종적인 검찰 개혁안이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을 위한 검찰 개혁’ 큰 그림을

전문가들은 검찰의 ‘직접수사권 남용’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면서 ‘국민을 위한 검찰 개혁’이라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검찰의 가장 큰 문제는 첫째, 정치적 편향성이고 둘째, 검찰이 정치·사회 전반의 문제를 통제하고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기관의 수사 적법성을 통제하거나 절차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는 조언자의 역할에서 벗어나 직접수사권을 선택적으로 행사함으로써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 정부 시절 검찰은 대통령 명예훼손 수사뿐만 아니라 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문재인 정부 인사 수사에 집중한 반면, 김건희 여사 수사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며 중립성을 상실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여당에서 유력하게 논의 중인 검찰 개혁 구상은 검찰의 강력한 직접수사 권한을 중수청과 경찰에 이관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어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 때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을 지낸 오선희 변호사는 “중수청에 검사·경찰 모아놓고 그 조직을 누군가 악용하면 검찰보다 무서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새 정부의 검찰 개혁은) 그런 부분에 대한 대안 없이 일단 검찰만 아니면 된다는 식인 것 같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정책자문위원이었던 양홍석 변호사도 “검찰 힘 빼기가 필요하다면 수사권을 뺏는 방법 외에 검사 수를 줄이거나 예산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 검찰의 직접수사 폐해를 없앨 목적이라면서 대신 경찰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중대범죄수사청에 직접수사를 맡기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없애되 과거의 수사지휘권을 회복해 경찰과 중수청 수사를 감시·통제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기소 분리 원칙을 통해서 경찰에 수사권을 독립시켜주는 것이 필요한데 경찰의 수사권 남용을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도 논의해야 한다”며 “(과거 검찰이 갖고 있었던) 수사지휘권이라는 이름이 아니더라도 경찰 수사를 통제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사 지연 문제점은 어떻게?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에 집중한 개혁안이 검찰의 편향적 수사 행태를 바로잡는 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형사절차를 통한 국민들의 피해 구제는 소홀히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시절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이 노출됐는데 이를 면밀하게 진단해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검찰의 경찰 수사지휘권이 폐지되고 경찰에 수사종결권이 부여됐다. 경찰의 사건 처리 기간이 크게 늘었는데 일반적인 형사사건 수사가 검찰의 통제를 벗어난 결과라는 분석이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을 보면, 6개월이 초과된 경찰 사건의 비율은 2019년 5.3%→2020년 6.5%→2021년 9.7%→2022년 14%→2023년 11.9%로, 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2021년부터 특히 증가하는 추세다. 송치 단계부터 사건을 접하게 되는 검찰의 사건 처리 속도도 늦어지고 있다. 대검찰청 통계를 보면, 검찰이 6개월 넘도록 처리하지 못한 장기미제 사건 수(전체 사건 건수 대비 비율)는 2021년 2503건(0.21%)→2022년 3932건(0.33%)→2023년 6594건(0.52%)→2024년 9123건(0.7%)으로 크게 늘었다. 류 전 감찰관은 “수사권 조정이 검찰의 권한 축소에 도움이 됐을 수는 있겠지만, 피해자 구제의 신속성 측면에서는 아주 잘못된 제도가 됐다. 그런 단점을 보완해나가면서 개선을 하는 게 맞다”고 조언했다. 오선희 변호사는 “검찰 개혁이 너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민주당 방식이면 일반 국민의 민생사건은 다 버려지게 된다”며 “검찰의 인지수사(직접수사)를 전면 중단하고 일반 국민의 사건이 잘 처리되도록 경찰이 한 수사를 검찰이 한번 더 걸러서 억울한 사람이 없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창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검경개혁소위 위원장은 “검경 개혁과 수사 지연을 연관 짓는 것은 검찰의 언론 플레이”라며 “현 제도 안에서도 사건 처리의 책임자를 분명히 하는 등의 규정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수사 지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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