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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내년 평양서 '평화의 스매싱'
내년 평양서 ATTU 탁구 주니어 대회
이달 우즈벡 대회-10월 총회 순차 논의
대한탁구협회 "한국 선수 파견 방침"
단절된 남북 교류 재개 기회 열릴 듯

편집자주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지난 정부에서 꽉 막혔던 남북관계에 돌파구를 열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특히 역대정부는 체육교류를 앞세워 북한과의 대화채널을 복원하며 화해 무드를 조성해왔다. 이번에는 탁구가 선봉에 섰다. 달라진 대북기조에 맞춰 정부와 체육계의 구상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향후 전망과 한계를 짚는 분석기사를 3회에 걸쳐 게재한다.

지난해 7월 프랑스 파리 아레나 파리 시드4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탁구 혼합복식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신유빈과 임종훈이 북한 선수단, 중국 선수단과 셀카를 찍고 있다. 파리=서재훈 기자


정부와 탁구계가 내년 평양에서 열리는 국제 탁구대회 참가 논의를 위해 북측과 접촉에 나선다. 이달 말 열리는 아시아탁구선수권 대회를 계기로 움직임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스포츠 교류가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한 남북 소통 채널 복원의 마중물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아시아탁구연합(ATTU)은 이달 29일부터 6일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2025 아시아주니어탁구선수권 대회'를 연다. 대회와 더불어 남북한을 포함한 40여 개 회원국들이 내년 6월쯤으로 예상되는 평양 대회 참가를 논의하는 자리다. 김택수 ATTU 수석부회장은 17일 본보와 통화에서 "이르면 이달 우즈벡 주니어 대회나, 늦어도 10월 중순 인도에서 열릴 ATTU 총회에서 남북을 포함한 전 회원국이 평양 대회 참가 등에 대한 공식 논의를 할 계획"이라며 "대한탁구협회와 정부, 유관기관도 평양에서 열리는 내년 주니어대회와 2028년 성인대회 참가를 위한 방북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도 곧 준비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파악됐다. 통일부는 최근 이 대회에 참가하는 우리측 선수단 정보를 대한탁구협회에 요청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북한 선수단과 접촉을 염두에 둔 조치다. 통일부 당국자는 평양 대회 참가 준비와 관련한 질의에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기 때문에 새 정부의 남북관계 공약 중심으로 정부 내에서 심도 있는 검토 과정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앞서 대선 후보 시절부터 "북한과의 소통 창구를 열고 대화 협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구축할 것"이라고 대북정책의 기본 방향을 제시했다. 남북 교류에 관한 업무 전반을 담당하는 '통일부 남북관계관리단'도 체육계의 민간 접촉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관련 매뉴얼 점검을 비롯한 채비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경색된 남북관계 해빙 창구 될까

1991년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남북단일팀으로 출전해 중국을 꺾은 현정화(오른쪽)-리분희조. 연합뉴스


북한은 지난해 10월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ATTU 총회에서 2026년 주니어대회와 2028년 성인 대회를 한꺼번에 유치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론’과 윤석열 정부의 대북 강경 노선이 맞서며 남북관계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던 때다. 하지만 우리 측은 북한의 대회 개최에 박수로 동의의 뜻을 보냈다. 이에 북한도 김택수 수석부회장 선임이 만장일치로 통과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줬다. 체육교류만큼은 남북이 뜻을 모은 셈이다.

우리 선수들이 향후 국제탁구연맹(ITTF) 주최 대회에 나가기 위해서는 아시아대회에 반드시 참가해야 한다. 북한도 당연히 인식하는 부분이다. 이에 지난해 총회 당시 카타르 국적의 카릴 알 모하나디 ATTU 회장이 남북 관계자를 직접 찾아 평양 개최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회장은 “정치는 정치, 스포츠는 스포츠”라며 “역사적으로 남북관계가 답보상태였던 시기에도 탁구를 비롯한 스포츠가 상호 교류의 물꼬를 튼 만큼 이번 논의가 경색된 남북관계의 해빙 창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남북은 영화 '코리아(2012)'의 배경이 된 1991년 4월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 대회를 통해 분단 46년 만에 사상 첫 단일팀 출전의 성과를 이뤘다. 그에 앞서 1989년 3월 남북체육회담을 시작했기에 가능했다. 이후 양측은 다시 소원해졌지만 지난해 파리올림픽 시상식에서 남북 선수들이 함께 ‘셀카’를 찍으며 추억을 공유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지바 세계선수권 당시 남북 단일팀을 이뤄 우승했던 현정화 대한탁구협회 부회장은 "북한 선수들의 탁구 실력이 상당히 뛰어나지만, 국제 대회에 많이 나서지 못하는 게 항상 안타까웠다"며 "우리도 엘리트 선수층이 줄어 고민인만큼, 교류를 정례화 하면 남북 선수단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여론 살피며 섬세하게 접근을

2018년 5일 강원 강릉 올림픽선수촌을 나서는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외투에 울릉도·독도가 새겨진 한반도기가 붙어 있다. 강릉-연합뉴스


이재명 정부에서 체육교류는 북한과의 대화 창구로 기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적지 않다. 이미 북한과의 대화채널 복원을 비롯해 협력 의지를 드러낸 만큼 스포츠가 선봉으로 제격이다. 통상 ATTU는 대회 개최 6개월 전부터 참가국 현장답사와 현장점검을 차례로 진행한다. 북한이 국제탁구대회를 개최한 건 1979년 ITTF 세계선수권 대회가 마지막이다. 따라서 대회 준비와 시설 점검이 여느 대회보다 일찍 시작될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 우리 측 관계자가 이르면 올 하반기 평양을 방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남북 교류를 이끈 이종석 국정원장 후보자를 비롯해 통일부 장관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주요 인사들의 역할도 주목된다. 이 후보자는 32대(2006년 2~12월), 정 의원은 이에 앞선 31대(2004년 7월~2005년 12월) 통일부 장관을 맡으며 남북 교류를 주도했다. 정 의원은 본보와 통화에서 “체육교류는 문화교류와 함께 남북 간 대화 재개의 마중물”이라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그래픽=신동준 기자


남북 스포츠 교류 효과 및 전망


다만 과거처럼 정부차원에서 단일팀 구성을 밀어붙이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문재인 정부에서 남북 여자하키 단일팀을 구성해 우리 선수들이 어렵게 따낸 올림픽 출전 기회를 북한 선수들에게 내준 것을 놓고 비판이 거셌다. 평화와 교류라는 대의 명분만 앞세워 선수들의 정당한 기회를 제한할 경우 또 다른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북한이 국제 대회를 개최한다는 건 체제 유지에 대한 자신감이 붙었다는 점을 의미한다"며 "이재명 정부가 들어섰다고 북한의 태도가 확 바뀌길 기대하긴 어려운 여건인만큼, 서로 존중하며 대화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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