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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먹던 대로 부탁합니다. "
올해 97세 단골의 주문을 식당 직원들은 단박에 알아차렸다. 그의 점심 밥상은 기자들에게만 수수께끼였다. ‘오늘의 추천 메뉴가 따로 있나?’

백수(白壽)를 앞둔 노인 앞에 놓인 건 티라미수 케이크와 우유였다. 취재진이 주문한 갈비찜이나 비빔밥과는 대조됐다. “정말 이것만 드신다고요?”

지난 4월 24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조완규 서울대 전 총장의 점심 식사. 정세희 기자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주인공, 조완규 서울대학교 전 총장이다. 1946년 서울대에 입학한 생물학과 1세대, 1987년부터는 4년간 모교 총장을 지냈다. 지금은 국제백신연구소(IVI)에서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그의 식사는 포크질 몇 번 만에 순식간에 사라졌다. 평소 점심 약속이 없을 땐 사무실에서 우유나 주스 한 잔으로 때운다고 했다. 아침식사도 빵 한 조각과 오렌지 주스로 간단히 먹는다.

조 전 총장 점심 메뉴인 티라미수 케이크와 우유(위), 기자가 주문한 갈비찜(아래). 정세희 기자

이렇게 적게 먹는데, 발걸음은 어째서 활기찰까? 조 전 총장은 사무실 곳곳을 가볍고 빠른 걸음으로 누비고 다녔다. 취재진을 앞서 나가 출입문을 붙잡아주는 ‘매너 손’까지 선보였다.

급기야 서울대 후문을 런웨이로 만들었다. 야외 사진 촬영에서 그는 꼿꼿한 허리와 반듯한 어깨로 ‘모델 포스’를 풍겼다. 30분을 훌쩍 넘긴 촬영이 지칠 법도 한데 어려운 포즈도 척척 했다.



“총장님 단골 메뉴” 서울대서도 유명한 그 밥상

조 전 총장이 서울 관악구 국제백신연구소(IVI) 앞을 걸으며 포즈를 선보이고 있다. 김경록 기자
100세 노인의 특별한 점심 메뉴는 서울대에서 유명했다. 손님이 오면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식사를 대접하기 때문이다. “내가 총장 시절 건립했다”는 이곳에서 어느덧 35년째다.

그에게 티라미수를 가져다준 직원은 “총장님은 거의 오늘처럼 간단하게 드신다. 가끔 시장하실 때는 ‘파스타 절반만 달라’고 주문하신다”고 말했다.

저녁에도 소식을 지킨다. ‘일반식’을 하되 보통 어른 식사량의 3분의 1 정도만 먹는다. 적은 양을 먹다 보니 굳이 나쁜 음식을 찾지 않는다.

1987년 조완규 박사의 제18대 서울대 총장 취임식 모습. 중앙포토
그가 극단적 식단관리를 하게 된 건 30대 젊은 나이에 찾아온 병 때문이었다. 잃고 나서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게 건강이다. 더 중요한 건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1960년대 초 서울대 교수가 되면서 위궤양이 시작됐다. 연구와 강의로 압박감이 컸던 게 원인이었다. 새벽 5시부터 자정까지 책상머리를 지키며 몸을 혹사한 대가였다.

서울대 총장에 취임한 건 1987년 8월. 고 박종철 열사가 숨을 거둔 그 해다. 조 전 총장은 민주화 운동으로 제적된 1300여 명을 모두 복학시켰다. 또 학칙에서 ‘정치활동 금지’ 조항을 삭제해 대학 자율화를 주도했다. 혼란을 수습하면서 ‘소방수 총장’으로 불렸다.

그의 ‘초절식’ 습관은 이런 역사와 함께 만들어졌다. 건강을 챙기는 것도 사치였던 당시 그는 가장 단순하지만 확실한 방법을 택했다. 위에 부담을 주는 일은 하지 말자. 그때부터 지금까지 과식이나 폭식을 해 본 적이 없다.


(계속)

“삼시세끼 다 먹었으면 결코 장수하지 못했다”
식습관뿐만이 아니었다.
수십 년간 매일 아침마다 실천한 ‘비밀 루틴’도 있다는데.
94세 아내의 건강까지 책임진 장수 비결,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42652




‘100세의 행복’ 또 다른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매일 이것에 밥 말아먹는다…105세 김형석의 ‘최애 반찬’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37405

신체나이 60세, 기억력 또렷…100세에 히말라야 떠나는 비결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39169

“폐암입니다” 1년 뒤 되레 팔팔했다…101세 대주교의 비밀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4161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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