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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삼성전자 생활가전 올 2분기 적자 전망
경쟁사 대비 수익성 격차 커… 판촉·고정비용 부담 지적
中 가전업체 공세 속 AI 가전·신흥시장 공략 통할까

이달 3일(현지시각) 멕시코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삼성전자 '2025년 중남미 테크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비스포크 AI 가전'을 체험하고 있다./삼성전자

삼성전자가 특정 생활가전 제품군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며 사업 순항을 자신했지만,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생활가전 사업이 올 2분기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가전업계 전반의 수요 침체를 고려하더라도, 경쟁사인 LG전자는 10%에 이르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어 삼성 가전 사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복수의 증권사는 삼성전자 생활가전(DA) 사업부의 수익성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 생활가전 사업부가 올 2분기 영업이익률 -0.2%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 4분기 -2.0%, 올 1분기 -0.5%에 이어 3분기 연속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유진투자증권 역시 삼성전자 생활가전 사업의 영업이익률을 0%로 추정하며 사실상 이익을 내지 못할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전체 영업이익률도 ‘제로(0)’에 수렴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생활가전과 TV 사업부의 실적을 나눠서 밝히지 않아 투자자들은 증권사 추정에 의존하고 있다. 통상 상반기가 가전업계의 성수기임을 감안하면, 연중 이익이 가장 높아야 할 시기에 적자 혹은 손익분기점에 머무는 ‘상저하저(上低下低)’의 늪에 빠진 셈이다.

삼성전자 가전의 부진은 LG전자와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LG전자의 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HS사업본부는 올 1분기 영업이익률 9.6%를 기록했다. 증권가는 LG전자 생활가전 사업이 2분기에도 영업이익률 7%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BK투자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은 LG전자 생활가전 사업의 2분기 영업이익률을 각각 8.0%, 7.5%로 예상했다. 연간 영업이익률은 6% 수준으로 증권가는 예상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마케팅 및 판촉 비용을 과도하게 투입하면서 수익성이 지지부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가전 수요가 부진한 데다 중국 브랜드 등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가전 사업에 고민이 깊은 상황”이라며 “다만 국내 시장과 북미 시장 등에서 삼성전자는 LG전자와 근소한 점유율 차이로 경쟁하는데, 영업이익률이 이만큼 벌어진다는 것은 삼성이 가격 할인 등 판촉 비용을 그만큼 많이 썼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거대한 글로벌 생산 시설과 판매 법인 등 막대한 고정비를 감당하기 위해선 일정 수준 이상의 판매량을 유지해야 하지만,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는 점유율 확대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수익성이 낮은 상태에서 시장 점유율을 중시하는 모습이 잇따르자 업계에서는 가전 사업을 이끄는 리더십의 전문성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가전, TV,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는 노태문 DX(디바이스 경험) 부문장은 삼성전자 입사 후 줄곧 모바일 사업에만 매진해 왔다. 이 때문에 시장의 특성이 전혀 다른 생활가전 분야에서 그의 리더십이 전문성을 발휘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삼성전자 DA사업부 관계자는 “원가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코로나19 특수 이후 부진한 수익성을 제대로 만회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중국 가전 업체들은 시장에서 존재감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중국 가전 선두 기업 하이얼은 올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791억위안(약 14조9000억원), 순이익 55억위안(약 1조원)을 기록하며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0.1%, 15.1% 성장했다. 이는 GE가전 등 해외 기업을 인수한 결과로, 막강한 자본력과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중국 TCL, 하이센스 등이 장악한 TV 시장처럼, 가전 역시 중저가를 넘어 프리미엄 영역까지 중국에 주도권을 내주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치열해진 경쟁에 대응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AI 가전과 가전 구독 등으로 외연을 넓혀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올 1분기 LG전자의 구독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한 5010억원을 기록했고, 연간으로는 2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AI 가전을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삼성전자 DA사업부 황태환 전략마케팅팀 부사장은 지난 3월 가전 비스포크 AI 행사에서 “‘AI 가전 대세화’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고 본다”며 “AI 가전 관련 매출 비중이 늘고 있어 수익성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성장 잠재력이 큰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을 공략하며 새로운 매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AI 기능 강화가 당장의 수익성 악화 문제를 해결할 직접적인 해법이 되기는 어렵고, 신흥 시장 공략 역시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을 수반하는 만큼 의미 있는 실적 개선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신중론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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