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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산업 필수 재료지만 막대한 환경오염
1990년대 미·중 희토류 생산 ‘바통 터치’
선진국 환경오염 중국에 외주하는 동안
중국은 오염 불만 억누르며 지배력 구축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2006년 6월 30일 촬영한 중국 내몽골 바얀오보 광산 위성사진./NASA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

1992년 1월 남부지방을 시찰하던 덩샤오핑은 장시성에서 희토류가 미래 중국의 강력한 힘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중국은 1986년 내몽골 지역에서 희토류 개발에 착수한 상태였다.

1989년 톈안먼 항쟁과 1991년 소련 붕괴 여파로 중국에서 개혁·개방정책을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가운데, 덩샤오핑은 “자본주의에도 계획이 있고 사회주의에도 시장이 있다”며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개혁·개방정책을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희토류도 청사진 가운데 하나였다.

덩샤오핑의 예언은 현실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벌어진 미·중 무역전쟁의 방아쇠는 ‘미국의 관세’가 당겼지만 가장 날이 잘 벼려진 칼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에 이어 지난 9~10일의 영국 런던에서 미국이 중국과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은 배경에는 희토류 공급 부족 문제를 겪는 산업계의 아우성이 있었다.

미·중 양국은 런던 합의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미국 기업에 대한 희토류 수출통제 완화 기간을 ‘6개월’로 한정했다며 협상력은 중국에 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희토류는 석유처럼 현대 산업의 필수 불가결한 자원이자 지정학의 변수가 됐다. 중국은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의 48.4%가 매장돼 있고, 68.5%를 생산한다. 일부 광물의 점유율은 90%를 상회한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공급망을 흔들 수 있는 존재가 됐다.

중국의 희토류 독점은 서방 선진국이 공해를 외주화할 계획하던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희토류1t 생산에 산성페수 20만ℓ



희토류는 란타넘 계열의 15개 원소(주기율표상 57번 란타넘~71번 루테튬)와 스칸듐·이트륨을 합한 17개 원소를 말한다. 희토류가 포함된 자석은 고온을 견딜 수 있는 성질을 띠게 돼 전기차 모터, 항공기 제트 엔진 분사기, 풍력 발전기, 합금 등에 필수적으로 쓰인다.

희토류는 이름과 달리 세계 곳곳에 분포돼 있다. 다만 채굴과 제련이 까다롭고 이 과정에서 막대한 환경피해를 유발하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생산하는 곳이 많지 않다. 원자량에 따라 경·중·중(經·中·重)희토류로 분류한다. 원자량이 많을수록, 즉 원자핵이 무거울수록 제련하기 까다롭고 생산 과정에서 환경 피해도 더 크다. 중국이 지난 4월 이후 수출 통제 대상으로 지정한 희토류는 모두 중·중(中·重) 희토류다.

1990년대까지 세계 제1위 희토류 생산국은 미국이었다. 핀란드에도 희토류 광산이 있었다. 선진국에서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희토류 생산은 난관에 부딪쳤다. 미국에서 광산회사들이 잇따라 소송에 직면했고 일부 회사는 문을 닫았다.

희토류 생산의 바통은 1990년대 중반부터 중국이 넘겨받았다. 1980년대 이미 기틀을 마련해 둬 수천 개의 민간기업이 광산업에 뛰어들었다. 환경피해 역시 중국의 몫이 됐다.

희토류는 우라늄, 토륨 등 방사성 원소를 포함하는 지질구조에서 발견된다. 채굴 과정에서 방사능이 유출된다. 지하에서 캐낸 희토류 함유 흙덩이에서 희토류를 추출하려면 산으로 세척하고 황산으로 가열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토양의 0.2%에만 해당하는 희토류를 추출할 수 있다. 희토류 1kg을 생산하면 방사능과 황산 등으로 오염된 2000kg의 찌꺼기가 발생한다는 추산도 있다. 이 찌꺼기는 따로 버릴 데가 없어서 방치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2006년 6월 30일 촬영한 중국 내몽골 바얀오보 광산 위성사진. 빨간색 원 안의 검은 부분이 광산이며 검은 네모 안 부분은 방사능과 산으로 오염된 찌꺼기(광미)다. 원고 네모는 경향신문이 별도 표시/NASA


국제전략자원연구원은 희토류 1t을 뽑는 과정에서 황산이 포함된 독성가스 6만3000㎥, 산성 폐수 20만ℓ가 발생한다고 추산했다.

중국의 인건비가 저렴하고 환경규제가 느슨하며 무엇보다 주민의 불만을 누를 수 있다는 점이 희토류 강국이 된 밑거름이다. 독일 매체 더차이트에 따르면 스위스 루체른의 희토류·금속연구소의 아른트 울렌도르프는 “유럽에서 깨끗한 전기차가 달릴 수 있게 하려고 중국의 호수는 노랗게 변하고 있다”며 중국의 희토류 독점에는 서방의 ‘공해 산업 떠넘기기’ 책임도 있다고 지적했다.

희토류로 인한 환경피해와 지역 주민들의 건강피해가 차이나데일리 등 중국 관영매체에서도 조명된 적 있다. 중국이 2010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댜오) 문제로 갈등을 빚던 일본을 상대로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면서 자국 환경오염을 명분으로 들었기 때문이다.

당시 중국 매체와 외신 보도에 따르면 희토류 광산 인근 주민들은 암, 피부 발진, 당뇨병, 골다공증, 호흡기 질환 등에 시달리며 당국에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호소한다. 가장 먼저 개발된 내몽골 바얀보오 광산 인근에서는 1980년 말대부터 과일나무에 열매가 열리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더 강한 희토류 수출 통제 칼 만든 중국

중국 장시성 난청현의 희토류 광산에서 노동자가 삽으로 트럭에 흙을 퍼올리고 있다. 2012년 3월 14일 촬영. /AP연합뉴스


일본과의 희토류 분쟁은 중국의 첫 희토류 무기화 사례다. 2005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이후 중·일관계가 지속 악화하고 있었는데, 중국이 2010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경제 대국 2위로 올라선 자신감도 희로튜 보복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이 분쟁은 중국의 패배로 끝났다. 일본, 미국, 유럽연합(EU)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으며, WTO는 2014년 8월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가 협정 위반이라고 판정했다.

중국의 희토류 통제는 내부에서 무너지기도 했다. 시장주의 정책 결과에 따라 중국 내 수백 개 넘는 광산회사들이 난립해 있었으며, 지방정부도 실적을 중시하면서 중앙 정부의 희토류 수출 통제 규제는 지켜지지 않았다. 2013년 중국 영세 희토류 업체들은 마진을 높이기 위해 생산량을 늘려 세계 소비량의 두 배 이상인 30만t을 생산해 희토류 가격이 폭락했으며, 이듬해 밀수된 희토류 거래량이 전체 거래량의 40%를 차지한다는 추정도 있다.

중국은 2014년 WTO판정 이후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를 거뒀지만, 내부적으로는 수년에 걸쳐 더욱 정밀한 희토류 통제 시스템을 마련했다. 영세 업체를 통폐합해 북방희토그룹·중국희토그룹 두 군데의 대형 국영기업에서만 희토류를 생산하도록 했다. ‘호랑이 사냥’으로 알려진 대대적 반부패수사를 통해 희토류 관련한 부패 인사도 척결했다.

중국은 2024년 10월 ‘희토류 관리 조례’를 시행했다. 이 조례가 중국 희토류 정책의 법적 근거가 되고 있다. 지난 4월 미국의 대중국 상호관세 34% 부과에 맞대응해 희토류 수출통제 조치를 시행하기 전에도 ‘민·군수 이중용도 품목’에 대한 통제를 명분으로 하는 근거법령을 마련했다. 이는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와 명분이 같다. 중국 상무부가 이번 무역전쟁 기간 “중국의 수출 통제는 합법적이고 국제규범에 부합한다”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다.

중국 당국은 지난 5월 미국과의 관세전쟁 휴전 합의인 ‘제네바 공동성명’을 발표한 이후 광산업에 따른 환경피해와 관련 반부패 수사를 다시 강조하고 있다. 이는 광산회사와 밀무역업자, 이들과 결탁한 공무원에 대한 ‘기강 잡기’로도 해석된다. 다만 과거와 달리 광산 지역의 환경오염 실태를 고발하는 언론 보도는 나오지 않고 있다. 중요한 전략자원인 희토류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보도된다.

희토류 공급망 위험, 돌파구 있나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 패스에 위치한 MP 머티리얼즈 광산. 유로품(En)을 생산하는 광산으로 환경문제를 이유로 2002년 문을 닫았다가 안보 문제로 미국 내에서 희토류를 생산할 필요가 제기되면서 2017년 다시 문을 열었다./AP연합뉴스


중국발 희토류 공급망 안보 위기가 불거지면서 호주, 미국, 인도네시아 등이 희토류 생산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2023년 희토류가 발견된 스웨덴 키루나 광산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미국조차도 공급망 복원에 십수 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관련 기술의 명맥이 모두 끊어지고 시설부터 다시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선진국이 자국의 환경피해에 대한 불만을 억누르고 생산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희토류 생산에 가장 팔을 걷어붙이는 나라는 군정이 통치하는 미얀마다. 특히 중국 접경지대이자 반군이 통제하는 카친주에서 생산한다. 미얀마에서 생산하는 희토류는 중국으로 수출한다. 중국의 환경 부담 외주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의 진보적 싱크탱크인 국제관계센터(IRC)가 발간하는 ‘포린 폴리시 인 포커스’의 2023년 11월 기사에 따르면 미얀마에서 희토류 채굴로 인한 환경문제에 항의했다는 이유만으로 주민들이 민병대의 위협을 받거나 구타당하고 감금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기술개발을 통해 희토류 의존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 중국과 가정 먼저 희토류 분쟁을 겪었던 일본은 분쟁 기간 희토류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인 자석 등을 개발했다. 일본의 대중국 희토류 의존도는 2009년 86%에서 2015년에는 55%까지 떨어졌다.

현재 세계 각지에서 희토류 채굴 공정을 보다 친환경적으로 진행하거나, 희토류 대체 물질을 생산하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이 가운데는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에서 희토류 원소를 추출하는 연구도 있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에너지고등연구계획원과 한국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이 참여한다.

하지만 당분간 뾰족한 수가 없을 전망이다. 글로벌 희토류 수요량이 압도적으로 높다. 스마트폰, 전기차, 배터리 등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데다 항공우주 및 방위 산업의 수요까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 인포메이션은 세계의 희토류 시장 규모는 2024년 124억달러(약16조8000억원)에서 2033년 371억달러(약50조4000억원)까지 3배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발 희토류 통제 리스크는 선진국이 추진한 녹색경제의 역설이 되고 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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