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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노동시장서 이민자 비중 최고치…유출 심화되면 농업·숙박업 피해 불가피
브루킹스·기업연구소 “생산성 저하돼 물가 상승 수순 밟을 것”

올해 미국이 반세기 만에 처음으로 ‘연간 순이민자 수(net immigration)’가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촉발한 반(反)이민 정책이 단순한 인구 구조 변화를 넘어 미국 경제의 성장 구조를 뒤흔들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이민자 규제 반대 시위가 한창인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도심 현장. /연합뉴스

16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브루킹스연구소와 미국기업연구소(AEI)는 2025년 미국의 순이민자 수가 1970년대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는 미국 내로 유입되는 이민자보다 출국 또는 추방되는 이민자가 더 많다는 의미다. 이로써 미국의 순이민자는 약 50년 간 매년 수십만명에서 100만명 이상 규모의 증가세를 기록해왔으나 2025년 들어 상승 흐름이 꺾이게 됐다.

이러한 변화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이민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시작한 시점과 맞물린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을 이민 규제의 분기점으로 설정, 불법체류자 추방 및 합법 이민자 규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보고서 역시 트럼프발(發) 요인을 주된 원인으로 지목했다. ▲남부 국경의 실질적 봉쇄 ▲유학생 비자 제한 ▲바이든 행정부 시절 체류허가 상실자 증가 ▲추방 확대 등 복합적 정책 요인이 이 같은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현장에서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은 외국인 노동자 비중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2025년 3월 이후부터는 100만명 이상이 노동시장 밖으로 이탈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로 인해 특히 농업, 건설, 요식업, 요양 서비스 등 저임금 중심 서비스 산업의 출혈이 클 것으로 예측된다.

예컨대 플로리다주에서는 아이티·쿠바 출신 직원 40여명이 체류자 신분 문제로 퇴사하면서 연간 인건비가 60만달러(약 8억1786만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고급 요양시설 사례도 등장했다. 시설 운영진은 WP와의 인터뷰에서 “단기적으로 대체 인력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유학생 비자 정책 역시 혼란을 더하고 있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최근 중국 유학생 비자 철회 가능성을 시사했으며 지난 5월 하버드대는 외국인 학생 수용 권한이 잠정 정지된 바 있다. 해당 조치는 법원 판단에 따라 중단됐으나 교육계 전반의 불안감은 쉽사리 꺼지지 않고 있다.

이민자 감소는 인력 손실을 넘어 노동력 부족에 따른 생산성 저하와 인플레이션 심화라는 연쇄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아드리아나 쿠글러 연준이사회(FRB) 이사는 “농업, 숙박업 등에서 인력 부족이 이미 가격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며 “고령화와 베이비붐 세대 은퇴로 감소 중인 노동력 흐름에 이민자 감소가 더해지며 구조적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말까지 불법체류자를 포함한 이민자 100만 명을 추방하겠다는 목표를 공식화했다. 이미 1500억달러(약 207조원) 규모의 이민 단속 예산안이 하원을 통과했으며 현재 해당 예산안은 상원에서 심의가 진행 중이다.

아울러 백악관은 이민자들의 자발적 이주를 유도하는 정책도 시행 중에 있다. 자진출국자에 대해 최고 30억달러(약 4조원)까지 책정될 수 있는 벌금을 면제하고 항공권과 함께 1000달러 지원금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2023년 바이든 행정부의 인도주의적 정책을 통해 합법적으로 입국했던 익명의 베네수엘라 출신 여성은 “불법 체류로 체포되면 아이들과 생이별할까 두려웠다”며 “지난 3월 가족과 함께 고국으로 돌아갔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추방 정책 여파로 이민자 유출보다 유입이 축소된 것이 핵심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스탠 뵈거 AEI 연구원은 “남부 국경 뿐 아니라 다양한 합법적 수단을 통한 이민이 대폭 줄어든 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변화가 미국의 사회보장제도, 재정정책, 장기 성장률 등 국가적 차원의 구조적 문제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경고도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 노동시장에서 최고치를 찍은 이민자출신 근로자는 각종 저임금 산업에 종사하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 경제 성장에 활력을 불어넣은 바 있다.

웬디 에델버그 브루킹스 소속 연구원 은“이민은 지금까지 미국 성장의 핵심 동력이었지만 2025년을 기점으로 오히려 성장의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이민 정책에 대한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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