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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집값 상승, 강남권→외곽 번져
금리·공급·심리 모두 수요 자극 중
수요자 "지금 아님 안 돼" 매물 찾고
집주인 "지금 팔면 안 돼" 매물 거둬
"추가 규제로 가격 상승 막기는 글쎄"
13일 서울 시내 아파트의 모습. 뉴스1


"구축에 인테리어도 오래돼 집주인에게 3,000만 원 정도 매매가를 낮춰줄 수 있냐고 공인중개사를 통해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되레 호가를 1억5,000만 원 올리겠다고 했다네요."

결혼 3년차 직장인 A(35)씨는 최근 한숨이 깊어졌다. 생애 첫 내집 마련을 위해 서울 전역을 살피는 중인데, 가격 흥정을 하니 호가를 올리는 집주인이 나타나는가 하면, 몇 시간 사이 매물이 사라지는 일을 잇따라 경험하면서다. 서울 은평구의 한 단지 분양(전용면적 59㎡)에 청약을 신청했다가 높은 순번의 예비번호를 받았지만, 11억 원이 훌쩍 넘는 분양가가 버거워 고심 끝에 포기한 상태여서 마음은 더 착잡하다. A씨는 "집값이 너무 오르고 있으니 지금 안 사면 정말 안 될 것 같다"면서도 "분양가는 너무 비싸고, 공급은 줄어든다 하고, 대출 규제는 빡빡해지고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서울 집값이 급등하고 공급 절벽 우려까지 커지자 불안감에 떠밀려 부동산 매매에 나서는 '패닉 바잉(혼돈+매수)'이 잇따를 조짐이다. 부동산 시세에 영향을 주는 '금리, 공급, 심리'가 모두 집값을 자극하며 시장이 들썩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고공행진하는 분양가와 7월 시행될 3단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까지 매매가 상승을 부추겨 시장이 격렬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서울 외곽지역으로까지 상승세 확대



1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9일 기준) 서울 아파트의 주간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26% 올라 지난해 8월(넷째주 0.26%) 이후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아파트 매매거래량(서울부동산정보광장)도 4월 5,410건에서 5월 7,010건으로 29.6% 급증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허가구역) 확대 재지정으로 한때 주춤했던 아파트 가격과 거래량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수요가 몰리는 강남권이나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은 물론 '노도강(노원·도봉·강북)',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 강북·외곽 지역까지 들썩이는 추세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성북구는 직전 거래보다 높은 가격에 팔리는 '상승거래' 비중이 46.8%를 기록(전월 대비 4.6%포인트 상승)해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노원구도 전월보다 4.5%포인트 오른 44.5%, 금천구도 1.6%포인트 오른 46.3%로 나타났다. 총 거래량 역시 도봉구와 동대문구를 제외한 23개 구에서 4월보다 5월 급증했는데, 구로구의 경우 4월 265건에서 5월 636건으로 2.4배나 늘었다.

"지금 아니면 못 사" vs "저점 매도 두려워"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데오역 인근 부동산에 매매 관련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실수요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무주택자든 다른 지역으로 갈아타기를 하려는 이들이든 '지금 아니면 영영 못 산다'라는 압박에 시달린다. 최근 노원구의 아파트를 매매한 B(34)씨는 "2021년 집값 급등기에 매매를 하지 못해 5년 가까이 불안감에 늘 발목을 잡혔다"며 "비슷한 일이 반복될까봐 최근 '영끌'을 해서 계약을 마쳤다"고 털어놨다.

집을 파려는 집주인들은 집값 추가 상승 기대감과 '저점 매도' 우려에 매물을 속속 거두는 상태다. 최근 마포구에 아파트 매매계약을 한 C(44)씨는 "공인중개사가 '집주인이 매물을 거두려 고민하는 것 같다'길래 가계약금을 걸었는데 며칠 뒤 '두 배 물어줄테니 계약을 해지하자'고 했다"며 "빨리 다음 매물을 알아봐야 하는데 '불장'이라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한탄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집주인의 계약 파기 요구가 왔다'는 고민글도 속출하고 있다. 실제 부동산 정보 플랫폼 아실은 이날 서울 내 매물을 7만7,420건으로 집계했다. 올해 1월 말만 해도 9만 건대까지 치솟던 매물은 11일 이후 7만 건대로 뚝 떨어졌다.

주요 지표 모두 '상승' 가리켜... 커지는 '추가 규제' 가능성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 TF 2차 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대통령실 제공


서울 부동산 시장에 불이 붙은 데에는 다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당시부터 ①대대적인 부동산 규제를 언급하지 않았고 ②금리 인하기에 ③공급 절벽 우려가 커진 데다 ④시장 기준점이 되는 신규 분양가가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이다. ⑤극심해진 '똘똘한 한 채' 현상에 수요가 서울에 쏠리고 ⑥2021~2022년 부동산 매매가 급등기를 경험했다는 점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서울 내 실거주 수요와 지방의 투자 수요까지 동일한 지역으로 쏠림이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서울 집값 상승세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서울에 매도자 우위의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7월 DSR 3단계가 시행되면 열기는 조금 사그라들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가 허가구역 확대 등 추가 규제를 통해 수요를 억제하면 거래 총량은 숨을 고를 수는 있겠다"고 내다봤다.

정부도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설 전망이다. 이날 출범한 국정기획위원회는 우선 주택 공급 확대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개로 정부는 수시로 부동산 점검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추가 규제를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12일 TF 회의 직후 "각 부처의 가용한 정책 수단을 총망라하겠다"고 강조했고, 이날 금융감독원은 은행 부행장들을 소집해 비공개 회의를 진행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증가 추세가 우려되니 엄중하게 관리해달라는 분위기를 공유하는 자리였다"며 "금융당국에서 분위기만 전달해도 은행들은 압박을 느끼니 대출이 까다로워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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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떨어진 코픽스, 부동산 '패닉 바잉'에 기름 붓나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61614380005187)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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