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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남부서 오버투어리즘 항의 시위 잇따라
주거 위기 심화···“관광 말고 삶을 돌려달라”
15일(현지 시간) 스페인 마요르카 섬에서 오버투어리즘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서울경제]

유럽 남부 전역에서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분출됐다. 관광객을 향해 물총을 쏘고, 여행용 캐리어를 끌며 소음을 유발하는 방식의 퍼포먼스 시위가 이어지며 현지인들과 관광객 간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날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시내 중심부 고급 상점가인 ‘골든 마일’을 따라 약 1000여 명의 시위자들이 행진하며 ‘관광객은 집으로 돌아가라(Tourists go home)’, ‘관광이 우리 것을 빼앗아 간다(Tourism is stealing from us)’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일부 시위대는 루이비통 매장 앞을 지나는 관광객들에게 물총을 쏘기도 했다. 인근 호스텔 앞에서는 직원들과 몸싸움이 벌어지고 한편에선 연막탄이 터지기도 했다. 시위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인근에서 경찰에 의해 제지됐다.

이날 시위는 바르셀로나에서 지난 4월 열린 ‘남유럽 반관광화 네트워크’ 워크숍에서 촉발됐다. NYT는 지난해 여름 물총 시위 이후 반관광 정서가 한층 고조된 상황이라고 짚었다. 시위대는 단순한 감정 표출을 넘어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관광 산업에 의존한 경제 구조가 임대료 상승, 주택 부족, 환경 파괴 등으로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바르셀로나 시민이자 시위에 참여한 식당 종업원 후안 마스는 “관광객 대부분은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집을 임대하며 술 마시러 오는 이들로 여겨진다”며 “문제는 관광 그 자체가 아니라, 부동산과 호텔 산업 중심으로 짜인 관광 모델”이라고 비판했다.

스페인에서는 관광 산업이 GDP의 약 12%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지만 주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질은 반비례하고 있다. 특히 바르셀로나는 인구 160만 명에 불과한 도시인데 지난해 관광객 2600만 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위대는 “관광객 수를 줄이지 않으면 지역 사회에서 쫓겨나는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페인 마요르카, 이비자, 미노르카, 말라가, 그라나다 등 주요 관광지에서도 발생했다. 마요르카에서는 이층 관광버스를 멈춰 세우고 조명탄을 터뜨리는 등 강도 높은 행동이 이어졌다. 마요르카 지역 단체 ‘덜한 관광, 더 나은 삶(Less Tourism, More Life)’의 페레 조안 페메니아 대변인은 “이런 관광 모델은 경제적 번영보다 주거 위기만 심화시킨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제노바에서는 시위대가 여행용 가방을 끌며 소음을 내는 ‘소란 행진’을 벌였고, 리스본에서는 시민들이 도심의 성인상을 형상화한 인형을 들고 다니며 5성급 호텔 신축 부지를 점거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베네치아에서는 과잉 관광 규제책으로 5~10유로의 일일 입장세를 도입한 가운데, 최근 호텔이 들어선 지역과 공공임대주택을 관광용 숙소로 전환한 사례에 대해 소규모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산세바스티안 시위 주도자 아시에르 바수르토는 “적은 월급으로는 주거 비용을 감당할 수 없고, 관광 중심 개발은 젊은 세대를 도시 밖으로 내몰고 있다”며 “관광객이 아니라 그 뒤에 숨은 투기 세력이 진짜 적”이라고 밝혔다.

한편 유럽 전역의 외국인 방문자 수는 올해 들어 전년 대비 약 5% 증가했다. 이에 따라 그리스 산토리니와 벨기에 브뤼헤는 관광세를 강화하고, 바르셀로나는 오는 2028년까지 에어비앤비 등 단기 임대 아파트 운영을 전면 금지할 계획이다. 이비자 등 일부 지역은 크루즈선 입항을 제한하고, 마요르카는 최근 해변에 설치된 비치 의자 1600개를 철거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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