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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통령 “해외보다 더 벌어졌나” 물어
예대금리차 절대적 수치보다 ‘속도 차’ 주목해야
예금금리 빨리, 대출금리 늦게 내리는 관행 문제
“정부 개입보다 은행 산업 경쟁 촉진해 해결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대통령 1호 명령,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가 다른 나라보다 벌어져 있지 않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취임 당일 개최한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에서 은행 ‘이자 장사’의 척도인 예대금리차를 화두로 꺼냈다. 국내 은행이 금리 인하기임에도 대출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을 드러낸 것이다.

이 자리에서 금융위원회는 주요국과 비교해 국내 은행의 예대금리차가 높지 않다고 답했다고 한다. 금융 당국은 국내 은행 예대금리차의 ‘절대적 수준’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진 않는다. 금융위 관계자는 “주요국에 비해 국내 금융 규제의 강도가 센 편이다”라며 “국내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낮은 수준에 속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문제는 ‘상대적 속도’라고 했다. 예금금리는 빠르게 내리면서 대출금리는 그대로거나 오히려 올리는 은행의 영업 관행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정부가 가격에 개입하기보다 은행권의 경쟁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콩·싱가포르·미국 5%P대… 韓 1%P대
16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4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이 신규로 취급한 가계대출의 예대금리차는 1.35~1.53%포인트다. 신한은행이 1.53%포인트로 가장 높았으며, 국민은행(1.44%포인트), 하나은행(1.43%포인트), NH농협은행(1.39%포인트), 우리은행(1.35%포인트) 순이다.

그래픽=정서희

국내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주요국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평균 예대금리차는 2.55%포인트로, 홍콩(5.05%포인트), 싱가포르(2021년 기준 5.13%포인트), 스위스 2.94%포인트와 비교해 낮았다. 미국과 일본은 평균 예대금리차를 공식 집계하지 않는데, 미국 대형은행의 경우 예대금리차가 약 5~6%포인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기준 미국의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의 평균 금리는 연 6.8%이며, 예금금리는 연 0~1%대였다. 영국은 지난해 말 기준 예대금리차가 2.28%포인트였다.

주로 은행의 수익성을 따질 땐 순이자마진(NIM·자산 대비 이자 이익 비율) 지표를 활용하기 때문에 주요국 예대금리차에 대한 통계는 많지 않으나, 추세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학계 관계자는 “국가별로 경제 상황, 은행 산업의 경쟁도, 금융 상품 구조가 모두 달라, 예대금리차를 단순 비교하는 것이 큰 의미는 없다”며 “국내 은행은 주택담보대출 비율이 높아 평균 대출금리가 상대적으로 낮다. 담보대출 비중이 낮은 다른 나라에 비해 예대금리차가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가격 개입보단 시장 경쟁 촉진해야”
전문가들은 예대금리차가 급격히 확대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지난 1년 새 가파르게 벌어졌다. 하나은행은 신규로 취급한 가계대출의 예대금리차가 지난해 4월 0.41%에서 1.43%로 3.5배 뛰었다. 신한은행도 같은 기간 예대금리차가 0.78%에서 1.53%로 2배 가까이 올랐다. 시장금리에 연동된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는 통상 비슷한 보폭으로 움직인다. 그런데 은행들이 예금금리는 빠르게 낮추고 있는 반면, 대출금리는 가계대출 관리 명목으로 내리지 않자 금리 격차가 커진 것이다.

그래픽=손민균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기준 금리를 연 3.5%에서 연 2.75%로 낮추며 은행권 예금 금리도 연 3%에서 1%대까지 떨어졌으나, 대출금리는 4%대에 머물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4월 5대 은행의 가계 대출 평균 금리는 연 4.07~4.40%다. 1년 전인 지난해 4월 5대 은행의 가계 대출 평균 금리는 연 3.98~4.49%였다. 금리 상단이 내리긴 했으나, 하단은 0.09%포인트 되레 올랐다. 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주문으로 인해 대출금리를 낮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의 정책을 따르는 것인데, 억울한 측면도 있다”고 했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예대금리차가 절대적으로 높냐, 낮냐에 중점을 두기보단, 기준 금리가 내렸는데 예금금리는 빨리, 대출금리는 늦게 내리는 ‘속도 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오랜 기간 똑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데, 이것은 가격이 아닌 은행의 영업 관행의 문제다. 관행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예대금리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자칫 가격을 통제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시장에서 경쟁으로 해결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은행 경쟁 촉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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