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의 게시글 전문보니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성북구, 노원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서울경제] 진보 경제학계의 원로로 통하는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가 16일 “집값 폭등을 막지 못하면 결코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과 댓글을 통해 “집값 폭등의 전조가 심상치 않다”며 “이재명 정부가 특단의 조처를 취하지 않고 팔짱만 끼고 있는다면 머지않은 장래에 또다시 집값이 미친 듯이 뛰어오르는 참사가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는 ‘자기실현적 예측’의 성격을 강하게 갖는다”며 “사람들이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하면 집값이 실제로 뛰어오르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집을 투자나 투기 수단으로 접근하는 것을 막을 길이 없다”고 한 발언을 두고 부동산 투기 세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줬다는 게 이 교수의 판단이다.

그는 “지금 주택 시장에 부는 가격 상승의 바람을 초기에 잠재우지 못한다면 집값 폭등은 필연적 결과가 된다”면서 “어물쩍거리지 말고 한시라도 빨리 분명한 투기 억제책의 청사진을 내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부동산 투기 억제책의 본질은 투자 자체를 막는 것이 아니라 투자에서 오는 수익률을 낮추는 데 있다”며 “유일한 방법은 세금 중과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세금을 포함한 대책 마련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최후의 수단으로 종합부동산세를 대폭 올린 게 집값을 진정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분명하다”며 “가난한 서민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꿀 수 있게 만들려면 자신이 살지도 않는 집을 몇 채씩 끌어안고 있는 사람들에게 부득불 세금을 중과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아래는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의 게시글 전문





여러분이 잘 아시듯, 문재인 정부의 가장 중요한 실정(失政) 중 하나로 집값 폭등을 막지 못한 것을 드는 사람이 많습니다.

실제로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부리나케 부채질한 부동산 투기 열풍이 문재인 정부 때 와서 본격적으로 그 효과를 나타낸 것이지요.

그러나 일반 사람들은 그 사실을 잘 모르고 문재인 정부에게 모든 책임이 있는 듯 비난을 쏟아부었습니다.

물론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정책을 근본적으로 청산하지 않고 아까운 시간을 낭비한 문재인 정부의 책임도 결코 작지는 않지만요.

전후 맥락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집값에 관한 한 보수 정부가 진보 정부보다 더 잘했다는 말을 그대로 믿습니다.

그러나 보수 정부 때 집값이 비교적 안정세를 보인 것은 그들이 채택한 정책의 결과가 아니라 주택가격의 사이클에서 안정기에 집권했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 정부가 채택한 주택 관련 정책을 보면 한결같이 투기를 부추겨 집값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 일색이었습니다.

어찌 되었든 문재인 정부는 집값 폭등을 막지 못해 민심을 잃었고, 그 결과 정권까지 햇병아리 정치인 윤석열에게 내바치는 꼴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노무현 정부 때의 일까지 기억에 떠올려 진보 정부는 집값을 잡지 못하는 무능한 정부라는 ‘신화’(myth)를 만들어 냈습니다.

이번 이재명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신화는 움직일 수 없는 진실로 고착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경우 출범 초에는 집값이 비교적 안정세를 보인 행운을 누렸습니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심상치 않은 집값 폭등의 전조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특단의 조처를 취하지 않고 팔짱만 끼고 있다면 머지않은 장래에 또다시 집값이 미친 듯이 뛰어오르는 참사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던 윤석열 정부가 물러나고 이재명 정부가 들어섰는데 왜 집값이 들썩거리고 있는지 의아해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릅니다.

내가 보기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후보 시절 발언이 그와 같은 현상의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봅니다.

기억하실지 모르지만, 그는 후보 시절 대한 상공회의소 간담회에서 “집을 투자나 투기 수단으로 접근하는 것을 막을 길이 없다”라는 발언을 했습니다.

나는 그 발언을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대통령으로 당선될 것이 뻔한 그가 그런 발언을 했으니 이제 사람들은 마음대로 부동산 투기에 팔을 걷어붙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게다가 그는 후보 시절 자기가 대통령이 되면 세금을 중과하거나 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는 말까지 여러 번 되풀이했습니다.

말하자면 이제는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방임하겠다는 것인데, 이재명 후보가 왜 그런 발언을 했는지 짐작하는 바가 있기는 합니다.

지난 대선에서 무조건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무책임한 공약을 내세운 윤석열 후보에게 아주 작은 표차로 석패한 트라우마 때문일 것이라는 짐작입니다.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 지역의 아파트촌에서도 윤석열 표가 우수수 쏟아져 나온 걸 보면 그런 트라우마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을 냉정하게 살펴보면 그동안의 어떤 부동산정책도 집을 투자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막은 적은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부동산 투자를 범법화해 그것을 한 사람에게 벌을 내린 일은 한 번도 없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이재명 후보는 공연히 쓸데없는 발언을 해서 사람들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준 셈입니다.

부동산 투기억제책의 본질은 투자 자체를 막는 것이 아니라 투자에서 오는 수익률을 낮추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부동산 투자 수익률을 낮추는 유일한 방법은 세금 중과밖에 없고요.

아무리 사람들이 세금 내기를 싫어한다 해도 어떤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부득이하게 세금을 거둬야만 합니다.

가난한 서민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꿀 수 있게 만들려면 자신이 살지도 않는 집을 몇 채씩 끌어안고 있는 사람들에게 부득불 세금을 중과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을 보면 확실히 정치판에서 잔뼈가 굵은 흔적이 역력합니다.

취임 초의 윤석열과 비교해 보면 정치인으로서의 능력이 하늘과 땅 사이의 차이만큼 크다는 점을 실감합니다.

정력적으로 이런저런 일들을 처리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 정치판에서의 ‘짬밥’이 과연 무시하기 힘든 것이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러나 내가 단연코 예언하지만, 지금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집값 폭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다른 일을 아무리 잘했다 하더라도 결코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없습니다.

지금은 한시가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습니다.

그동안의 경험을 보면 아무리 강력한 투기억제책이라 할지라도 시기가 조금이라도 늦으면 아무런 효과도 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이재명 정부의 정책은 주택 공급 확대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주택 공급을 크게 늘리는 것이 본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있지만, 공급 확대가 본격화되어 집값을 안정시키는 데 효과를 내려면 아주 긴 시간이 흘러야 합니다.

아무리 서두른다 해도 이 정부의 공급 확대책이 제대로 효과를 내기 시작하는 시점은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한참 후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동안의 경험에서 분명히 알게 되었지만, 단기적 관점에서 보면 투기적 수요가 집값을 좌우하는 핵심적 요인입니다.

얼마 전 오세훈 서을시장이 멍청하게 토지거래허가구역에 손을 대는 바람에 그 지역에 투기 바람이 몰아쳐 집값의 단기 급등을 가져온 사실을 잘 알고 계시겠지요.

현실적으로 부동산 투기억제책은 우리나라 주택정책의 근간을 이룰 수밖에 없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는 '자기실현적 예측'(self-fulfilling prophecy)의 성격을 강하게 갖습니다.

사람들이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하면 서로 먼저 사들이려고 난리를 피울 것이고 그 결과 집값이 실제로 뛰어오를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입니다.

따라서 지금 주택시장에 부는 가격 상승의 바람을 초기에 잠재우지 못한다면 집값의 폭등은 필연적인 결과가 됩니다.

이재명 정부는 어물쩍거리지 말고 한시라도 빨리 분명한 투기억제책의 청사진을 내보여야 합니다.

대통령이 된 지금 투기억제책을 편다 해서 후보 때의 발언을 뒤집은 거라는 비난을 받아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집을 투자의 수단으로 삼는 것을 막지 않겠다고 말한 것일 뿐 투자의 수익률을 낮추는 정책을 쓰지 않겠다고 말한 적은 없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진보의 이념은 서민의 삶을 안정시켜 주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주거의 안정 없이는 서민들의 삶이 결코 안정될 수 없습니다.

이 평범한 진실을 한시라도 잊지 말아야 이재명 정부가 비로소 성공적인 진보 정부로 자리매김할 수 있습니다.

서울경제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52855 [속보] 대통령실 “민생회복 위한 추경 추진중…19일 국무회의 상정” new 랭크뉴스 2025.06.16
52854 기초생활수급자에 최대 50만원…민생회복지원금 ‘차등 지원’ 무게 new 랭크뉴스 2025.06.16
52853 "고기 없단 말에"…수녀원 급식소에서 스님이 삼겹살 구운 이유 new 랭크뉴스 2025.06.16
52852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김민석 후보사퇴 요구는 국정 발목잡기" new 랭크뉴스 2025.06.16
52851 검색하면 나오는 미국 의원 집주소... "미네소타 총격, 공개 위험성 드러내" new 랭크뉴스 2025.06.16
52850 전 김용현 보좌관 "尹, 계엄 해제안 의결 후 '군인 1000명 보냈어야'" new 랭크뉴스 2025.06.16
52849 [단독] 국민대 "김건희 박사학위 취소 방침"‥숙명여대, 석사 취소 학칙 개정 new 랭크뉴스 2025.06.16
52848 우리 아이 잘 씹지를 못하네···아동 부정교합 교정할 적정 나이는? new 랭크뉴스 2025.06.16
52847 “위선·거짓·포장선전”…李대통령 장남 결혼식 작심 비판 나선 나경원, 왜? new 랭크뉴스 2025.06.16
52846 “돌반지 받는 것도 미안”···한 돈에 65만원, 불안한 중동 정세에 치솟는 금값 new 랭크뉴스 2025.06.16
52845 ‘임신중지 찬성’ 미네소타 주의원 살해 용의자 체포 new 랭크뉴스 2025.06.16
52844 이경규 "처방약 먹고 운전"…경찰, 국과수에 약물감정 의뢰 new 랭크뉴스 2025.06.16
52843 성인화보 모델들 '악몽의 3년'…성폭행한 제작사 전 대표 결국 new 랭크뉴스 2025.06.16
52842 삼천피 향해 성큼…코스피, 2930선 돌파[마켓시그널] new 랭크뉴스 2025.06.16
52841 윤석열, 3차 소환도 불응 방침…경찰, 체포영장 신청하나 new 랭크뉴스 2025.06.16
52840 “하객룩이 무려 2000만원?”… 카리나, 언니 결혼식서 클래스 증명 new 랭크뉴스 2025.06.16
52839 ‘송곳 타격’ 작전 뒤엔 모사드…“이란 고위직, 침실서 최후” [이런뉴스] new 랭크뉴스 2025.06.16
52838 “검찰총장 비화폰 통화 부적절”…민주당, 공수처에 심우정 수사 촉구 new 랭크뉴스 2025.06.16
52837 '계란 한판 7천원' 산란계협회가 주도했나…공정위 현장조사(종합) new 랭크뉴스 2025.06.16
52836 김용현 전 장관 보석 석방…윤 전 대통령 특검 임명 후 첫 재판 new 랭크뉴스 2025.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