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아이언돔 방공 체계가 15일(현지시각) 텔아비브에서 이란으로부터의 미사일 공격을 막아내고 있다. EPA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이란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겠다며 공습하고 이란도 보복에 나서며 양국이 사실상 교전하고 있다. 미국와 이란의 핵 협상은 취소됐고, 전화는 사흘째 타오르고 있다.
15일(현지시각) 에이피(AP)와 뉴욕타임스 등 외신은 전날 밤부터 새벽 사이 이스라엘이 이란의 국방·핵·에너지 시설을 폭격하고, 이란은 이스라엘 최대 도시 텔아비브 등으로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13일 새벽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과 군 수뇌부, 핵 과학자를 대상으로 공습을 하는 ‘일어서는 사자’ 작전을 개시해 양국의 교전이 시작됐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핵무기 획득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며 “이란 정권의 손에 있는 대량살상무기는 이스라엘에 대한 실존적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15일까지 이란 쪽 정확한 사망자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이스라엘 첫 공격 당일인 13일에 아미르 사이드 이라바니 주유엔 이란대사가 밝힌 사망자 수만 78명이고 부상자는 320명에 이른다.
일격을 당한 이란은 13일 밤부터 미사일과 드론(무인기) 공격으로 응수해, 양쪽의 상호 공격은 14일과 15일에도 이어졌다.
14일 밤과 15일 새벽 사이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 있는 이란 국방부와 국방연구소, 메흐라바드 공항 등 주요 시설이 공격을 받았다. 테헤란의 부유층 거주 지역인 샤란에 위치한 정유저장소, 테헤란에서 남쪽으로 15㎞ 거리에 있는 레이 지역의 정유공장은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아 큰불이 났다. 이란 남부 부셰르주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사우스파르스 가스전도 이스라엘의 무인기 공격을 받아 불이 났다.
이란도 예루살렘과 텔아비브, 하이파 등 17개 지역에 약 200발의 미사일과 수십대의 드론을 발사했다고 이스라엘 당국은 밝혔다. 이스라엘 바트얌 지역에선 아파트가 미사일 공격으로 무너져 최소 4명이 사망하고 35명이 실종됐다. 영국 가디언은 이스라엘에서 지금까지 최소 10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이란의 수도 테헤란 남부의 한 정유공장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불길이 치솟고 있다. 와나 로이터 연합뉴스
이번 충돌이 어디까지 번질지는 미지수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공격을 중단하면 자신들도 멈추겠단 뜻을 밝혔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부 장관은 15일 “이란은 외국의 침략에 대응하고 있으며, 만약 공격이 멈춘다면 이란의 대응도 멈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카타르와 공유하는 사우스파르스 가스전을 이스라엘이 공격한 것은 “전쟁을 이란 영토 너머로 끌고 가는 것”으로,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오만 무스카트에서 15일로 예정됐던 미국과 이란의 6차 핵 협상은 취소됐다. 이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핵 개발 중단과 경제 제재 해제를 위해 협상 테이블에 앉았으나, 이번 사태로 협상이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14일 통화하며 이스라엘과 이란이 군사 대결을 끝내야 한다는 데는 뜻을 같이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 새벽 트루스소셜에 “우리가 이란으로부터 공격받는다면, 미군의 완력이 (이란에) 내리 닥칠 것”이라는 발언을 올리며 이스라엘을 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