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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격-보복 ‘불타는 중동’ 파장
베트남 향하던 미 항모 중동으로
우크라전 종식 중재 여력없어
네타냐후에 발목잡힌 트럼프
15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 테헤란시의 샤란 정유저장소가 불타는 모습을 이란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테헤란/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발목이 잡혔다. 미국의 ‘영원한 전쟁’을 끝내고, 중국과의 대결에 집중하겠다는 트럼프 대외정책의 뼈대가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좌초될 위기에 빠졌기 때문이다.

미국 국방부는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지난 13일 중동으로 미 해군 전함 등 군사 전력을 이동하기 시작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주베트남 미국 대사관은 미군 항공모함 니미츠의 베트남 방문이 “긴급한 작전 요구”로 취소됐다고 발표해, 미국이 중동에 추가적인 항모 전단 파견을 진행 중임을 시사했다. 이는 중동분쟁이 미국의 노력과 자원을 인도태평양에 집중하려는 전력을 실제로 어떻게 막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과 올해 1월 취임 이후 미국의 “영원한 전쟁들”을 끝내고, 미국을 더는 해외분쟁에 관여시키지 않고,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기 위해 인도·태평양에 집중하겠다는 대외정책의 골간을 밝혀왔다. 하지만, 트럼프의 이런 공약과 노력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 전쟁에서 거의 성과를 내지 못했는데,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더욱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 4월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워싱턴 백악관에서 만났을 때의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는 자신이 취임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24시간 내로 끝낼 수 있고 호언했고, 취임 이후 종전 중재를 벌여왔다. 취임 직후 가자 전쟁 휴전을 이끌어내고, 이란과는 핵 협상을 벌여왔다. 이는 모두 우크라이나와 중동 전쟁을 끝내고, 이 지역들에 투입된 미국의 외교·군사적 자원을 인도·태평양 쪽으로 돌리겠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트럼프의 이런 공약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크라이나와 가자 전쟁 종전 노력은 성과가 없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지원을 업고서 미국과 러시아가 합의한 종전 조건에 반대해왔다. 이스탄불 평화회담 전날인 지난 1일 핵전력이 배치된 러시아 본토의 공군 기지들을 공격해, 종전협상은 당분간 물 건너 갔다. 트럼프도 러시아의 보복을 있을 것이라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공개적으로 전해, 미국이 당분간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 공격을 방관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가자 전쟁 휴전도 지난 3월 중순 깨졌다. 네타냐후의 극우 내각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완전히 점령하고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축출하려는 ‘기드온의 전차 작전’을 수행하며 확전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은 트럼프의 취임 이후부터 그의 행정부 내부와 지지층의 균열과 불화를 야기한 사안이었다. 마이클 왈츠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이 사안 때문에 경질됐다. 이란과의 외교적 협상을 우선시한 트럼프는 왈츠 전 보좌관이 네타냐후의 대이란 공격 등 강경책을 옹호하자, 지난 5월 초에 그를 경질했다.

하지만, 이란을 공격한 이스라엘의 도발 앞에 트럼프도 맥을 못 추고 끌려갔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공격 이틀 전부터 중동 지역 주재 대사관 등에서 직원들을 대피시켰다. 이는 미국이 이스라엘의 공격을 사전에 알고 있었고, 적어도 묵인했다는 증거이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스라엘의 공격에 미국은 관여하지 않았고, 일방적인 공격이라는 성명을 냈다. 하지만, 이란의 대이스라엘 보복 공격을 막는데, 중동 지역 미군이 참가해, 미군의 관여는 불가피해졌다.

이란-이스라엘의 공격이 격화되고 장기화하면, 미국은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참여를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스라엘은 지하 깊숙이 건설된 이란의 포르드 핵시설을 공격하는데 필요하다며, 미국이 대형 벙커버스터 폭탄을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꾸준히 해왔다. 사실, 이스라엘은 독자적으로는 이란 핵시설을 불능화시킬 수 없어서, 이번 공격은 미국을 끌어들이려는 작전이라는 분석이 있다.

14일 이스라엘 텔아비브관구 라마트간시에서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건물이 파괴되어 있다. 라마트간/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의 도발은 이미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도 영향을 미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4일 에이피(AP) 통신 등과의 회견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배치하기로 했던 방공 미사일 2만기가 이스라엘로 재배치하기로 한 결정이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전에 이미 내려졌다고 밝혔다. 앞으로 추가적인 우크라이나 지원은 더욱 삭감될 것이 분명하고, 미국이 이미 묵인하는 러시아의 공세는 더욱 격화될 것이다.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이 현 수준에서 종결된다고 해도, 미국의 외교·군사적 자원은 상당 기간 중동에서 묶여있을 수밖에 없게 됐다. 트럼프는 이번 공격이 오히려 이란과의 핵 협상을 촉진할 것이라고 강변했으나, 이란은 15일 미국과의 6차 핵 협상을 취소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그동안 이란 핵시설에 해킹 공격, 핵 과학자 암살, 핵시설 테러 등으로 이란 핵 프로그램을 일시적으로 늦추기는 했으나, 이런 노력은 결국 이란의 핵 개발을 더 확대하는 결과를 낳았다.

대외정책과 관련한 트럼프의 즉흥성과 변덕성, 취약성도 드러났다. 언론 재벌인 뉴스코프 회장 루퍼트 머독, 마블엔터테인먼트의 전 회장인 아이작 아이크 펄머터 등 군사개입을 옹호하는 유태인들이 트럼프를 대이란 공격 쪽으로 밀어붙여왔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트럼프의 최대 지지층인 ‘마가’ 진영의 불만도 야기하고 있다. 마가 이론가이자 팟캐스터인 잭 포소빅은 ‘엑스’(X)에서 “트럼프의 동맹을 재앙적으로 분열시킬 것”이라며 “전쟁을 새로 시작하지 않겠다는 트럼프의 영리한 공약은 경합주가 그를 지지하게 한 이유이고, 이제 중간선거가 멀지 않았고 의회에서 다수당 지위는 이미 박빙”이라고 우려했다. 마가 진영의 언론인 터커 컬슨은 트럼프가 “전쟁 행위의 공모자”라고 표현했고, 의회에서 트럼프의 최대 대변자인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도 “잠에서 깨어나서 이란에 대한 폭격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리라고 알지 못했다”며 대신에 미국은 “자해적인 문제들을” 치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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