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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자살사망자 최고기록했는데
자살시도자 사후관리 시스템은 약화
한 구급대원이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약물복용으로 의식이 혼미해진 자살시도자를 응급 이송하기 위해 수용 가능한 응급실을 확인하고 있다. 독자 제공


경북에 사는 A씨는 지난 6일 오전 9시쯤 서울에 사는 동생 B씨로부터 ‘죽고 싶다’는 문자 한통을 받았다. A씨 신고를 받은 구급대원은 약물 복용으로 의식이 혼미한 B씨 발견, 이송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응급실로부터 “신경과, 정신의학과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수용 곤란’을 통보 받았다. 결국 길 위에서 1시간을 헤매다 B씨를 경찰에 맡겼다.

서울에 사는 50대 여성 C씨는 지난해 12월 오후 7시 약물복용으로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됐다. 구급대원이 30분 동안 20회 가까이 전화를 돌렸지만 응급실에선 ‘최종 진료가 불가하다’고 통보 받았고, 결국 C씨를 인근 응급실로 이송한 뒤 무작정 대기해야 했다.

자살사망자가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해 응급실에 내원한 자살시도자는 오히려 전년 대비 2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 현장에서는 지난해 2월 불거진 의·정 갈등 사태와 의료진 이탈이 장기화한 여파로 보고 있다.

15일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응급실 88곳에 이송된 자살시도자 수는 전년 대비(3만665명) 24.2% 줄어든 2만324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자살사망자 수가 크게 늘어난 상황과 대비된다.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인원은 전년 대비 4.4% 증가한 1만4588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2011년(1만5906명)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은 재발 위험이 큰 자살시도자를 지속해서 지원하기 위해 도입됐다. 자살시도자 동의를 얻어 병원에 설치된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에서 입원과 외래, 심리 상담 등을 돕고 퇴원 후에는 지역사회 기관에 연계하는 것이다.


하지만 의·정 사태 장기화로 자살시도자 지원 체계는 타격을 입었다. 조규종 강동성심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의·정 사태 이후 한해에 입원하는 자살시도자 환자 수가 200명에서 10분의 1로 줄었다”며 “지난해 응급실을 찾는 자살시도자가 줄어든 게 아니라 응급실에서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능력 자체가 줄었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이 대거 사직하고 ‘번아웃’을 겪은 의료진이 사직하는 등 자살예방체계에도 과부하가 걸렸다는 분석이다. 특히 의료 현장에서 정신건강의학과(정신과) 의료진 공백이 영향이 컸다.

정신과적 문제를 겪는 자살시도자는 정신과 연계 없이 최종 치료를 받을 수 없다. 정신건강복지법 제68조에 따르면 환자 입원에는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환자 입원과 치료를 맡던 정신과 전공의가 사직하면서 환자 수용 역량이 크게 떨어진 것이다.

의·정 사태 이후 중증·응급 환자 위주로 수용하는 응급실의 변화도 환자 수용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자살시도자는 정신의학적으로는 중증에 해당하지만 가벼운 자해에 그칠 경우 경증으로 판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구급대원은 “수용할 병원을 찾지 못해서 자살시도자를 경찰이나 보호자에게 인계하고 마는 ‘현장 처치’가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응급실에 수용되더라도 자살 시도자의 사후 관리 역시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응급실에 내원한 자살시도자 중 61.4%(1만4273명)가 사례관리를 받겠다고 했지만, 실제 서비스를 받는 환자는 45.8%(1만654명)에 그쳤다. 이어 지역사회 내 지원 서비스로 연계되는 규모는 전체의 18.3%(4262명)로 뚝 떨어졌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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