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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가구역 규제, 경매는 뭐가 다를까
토허제 미적용으로 실거주 의무 제외
소유권 이전 뒤 전월세 놓을 수 있어
기존 소유자, 조합원인지 확인 필요
아니라면 재건축 아파트에 입주 못해
허가구역 내 경매물, 현금으로 살 각오

편집자주

'내 돈으로 내 가족과 내가 잘 산다!' 금융·부동산부터 절약·절세까지... 복잡한 경제 쏙쏙 풀어드립니다.

올해 4월 1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경매법정에 사람들이 꽉 차 있다. 신지후 기자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수요자에게나 더 좋은 입지로 '갈아타기'를 계획하는 집주인들에게나, 부동산 경매는 솔깃한 분야입니다. 명도 과정이 골치 아프다곤 하지만 운이 좋으면 시세보다 훨씬 싼 가격에 집을 살 수 있으니까요. 수도권 주요 인기단지 세대가 임의경매에 부쳐졌단 소식도 꽤 자주 들려옵니다.

최근엔 유독 경매법정이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입니다. 경매 매물은 토지거래허가구역(허가구역)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고 알려졌기 때문이지요. 면적으로 따지면 서울 전체 면적(605㎢)의 4분의 1이 넘는 규모(164㎢)인 데다가, 늘 수요가 넘치는 강남3구·용산구 아파트에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를 할 수 없는 실정이어서 예외 매물을 찾는 사람들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됩니다.

그렇다고 경매에 무작정 도전하기엔 적잖은 비용적, 심리적 부담이 있을 텐데요. 국내 최대 부동산 경·공매 콘텐츠 기업인 지지옥션의 이주현 선임연구원을 통해 유의할 점과 경매 과정에서 알아두면 좋은 팁을 받아 정리해봤습니다.

(1) 토허제 비껴간다는데 진짜일까



우선 경매가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규제를 비껴가는 건 진짜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경매에서 낙찰받은 물건은 토허제에서 제외되는 게 맞습니다
.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는 '민사집행법에 따른 경매는 토지거래계약 허가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토허제에서 제외된다고 해서 '갭투자'가 가능하다는 얘기가 아니란 점을 명심
하세요. 마치 부동산 경매를 이용하면 갭투자가 가능한 것처럼 이해하고 있는 분들이 많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2년 실거주를 목적으로 관할구청의 허가를 받는 과정은 거치지 않아도 되지만, 경매는 기본적으로 갭투자가 어려운 구조입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갭투자의 경우 내가 5억 원짜리 집을 사려고 한다면 임차인의 전세금 3억 원을 뺀 2억 원만 준비하면 되죠. 하지만 경매에서 낙찰받으면 매각대금 전액을 한 달에서 한 달 반 안에 경매법원에 납부해야 해야 합니다. 5억 원에 부동산을 낙찰받았다면 임차인이 있든 없든 일단 일시불로 대금 납부는 해야 한단 뜻이지요.

갭투자도 안 되는데 왜 경매법정에 줄을 서냐고요?
갭투자가 아예 불가능한 허가구역과는 달리 실거주 요건을 적용받지 않아서죠
. 처음부터 전세 보증금을 제외한 매각 대금만 치르는 건 불가하지만, 허가구역처럼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하거나 2년 이상 실거주할 필요가 없다는 건 큰 매력입니다.
매각대금을 다 치르고 해당 아파트의 소유권을 취득하면 즉시 전세나 월세를 놓을 수 있는 덕
입니다.
그렇게 되면 경매 매물 매입에 썼던 자금 중 많은 부분을 빠른 시간 내 회수할 수 있습니다.

(2) 재건축 아파트 경매 시세차익 노려볼까



투자처를 찾는 목돈이 있다면 허가구역 내 재건축 아파트 경매를 눈여겨볼만합니다. 하지만 큰 시세차익을 노리신다면 체크해볼 것들이 적지 않은데요. 먼저
기존 소유자가 재건축 아파트의 조합원인지 확인해봐야
합니다. 만약 아니라면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에 입주할 수 없고, 기대만큼의 시세차익도 거둘 수 없는 거니까요.

두 번째는 집주인이 조합원이라할지라도
경매 낙찰로 그 자격을 양도받을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겁니다. 원칙적으로 낙찰자는 조합원 자격도 함께 양도받습니다. 문제는 허가구역이 대부분 '투기과열지구'로도 지정돼 있다는 점입니다.
투기과열지구 내에선
정비사업 관련 조합원 지위를 양도할 수 없습니다.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제39조에 '투기과열지구 내에서는 조합설립 인가 이후 조합원 지위 양도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고 명시돼 있어서예요.

그렇지만 여기에도 예외는 있습니다. 해당법은
'공공 또는 금융기관에 채무불이행한 데 따른 경매 또는 공매는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하다'
고 정의하고 있어요. 예컨대 재건축 단지이던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의 한 세대는 지난해 8월 감정가보다 20억 원 높은 71억 원에 낙찰됐습니다. 채권자가 모 시중은행이어서 조합원 권리까지 양도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지요. 채권자가 개인이거나 대부업체일 경우, 혹은 은행법에서 명시한 금융회사가 아닐 경우에는 조합원 자격을 양도받을 수 없다는 점을 유념하세요.

(3) 얼마를 준비해둬야 할까



허가구역 내 아파트를 경매로 사려고 한다면, 기본 자금을 얼마나 들고 있어야 할지가 가장 관건이겠지요? 이에 대해 이 연구원은 이렇게 조언합니다. "허가구역 내에서 경매로 낙찰받으려는 수요자들은 대부분이 투자 목적일 겁니다. 그렇다면 다주택자일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는 건데, 다주택자면 거의 대출이 안 나온다고 봐야 해요. 전부 현금으로 사야 한다는 각오를 하고 뛰어들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실거주 목적이라도 허가구역 대부분이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등으로도 묶여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해봐야 합니다. 이들 지역에선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대출 규제가 더 강력해지는 건 아실 테니까요.

(5) 보석 같은 물건 알아보려면



경매 입찰가격과 매매 시세를 정확히 아는 건 기본입니다. 경매로 나오는 주택 감정가액은 통상 입찰 6개월 전에 매겨진다고 합니다. 그 기간 어떤 변수와 호재가 있었느냐에 따라 시세와 차이가 꽤 벌어질 수 있습니다. 부동산 관련 온라인 플랫폼에 게시된 정보를 샅샅이 살펴보는 게 필요해보입니다.

전문가들은 아무리 강남권 아파트라도
경매 대상 단지 인근 공인중개소 등에 들러 직접 발품을 팔아 체크해볼 것도 강조
합니다. 공개된 부동산 정보가 전부가 아니기 때문에 현장에서 비밀리에 얻을 수 있는 고급 정보가 적지 않다는 겁니다. 이 연구원은 "공개된 매물보다 더 싸게 나와 있는 급매물도 공인중개소에선 다루고 있어 굳이 경매를 통하지 않아도 될 수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섀시 같은 주택 외향, 단지 경사도, 미납 관리비도 챙겨봐야 할 항목이라네요.

'이사비' 관행도 알아두시면 좋습니다. 통상 낙찰자가 경매 주택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 위로금 형식으로 주는 비용입니다. 퇴거를 하지 않을 때는 강제집행을 해야 하는데, 30평형대 기준으로 집행비용이 300만~400만 원 정도 든다는 점을 고려하세요. 원활한 이주를 목표로 그 범위 안에서 협상을 하시면 됩니다.

(6) 경매법정 현장에서의 실수도 조심하라



철저한 준비를 끝내고도 경매법정에 간 날 예상치 못한 실수를 해 입찰보증금(통상 최저가의 10%)을 날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 연구원은 "한 달에 한 번꼴로 입찰 때 실수를 하는 사례가 생길 정도로 흔하다"고 유의를 당부했습니다.

대표적인 게 입찰금액을 잘못 쓰는 실수입니다. 입찰표엔 입찰 가격 칸이 단위별로 구분돼 있는데, 이 안에 한자나 한글을 써서는 안 되고
숫자로 적어야
합니다. '오십오만육천' 식이 아닌 '556000'으로 써야 한다는 거예요. 꽤 자주 나오는 실수 중에 다른 하나는
자릿수를 오해
하는 겁니다. '556000'으로 적어야 할 것에 자릿수를 헷갈려 '5560000'이라고 적는다면 55만 원짜리 물건을 550만 원에 사는 격이 되는 거니까요.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입찰해 낙찰됐으니 경매를 포기해야 하고 입찰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되는 겁니다.

어떠세요, 감이 좀 잡히시나요? 어렵고 두렵다고 생각하는 독자도 계시겠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한 번쯤은 경험해보시라고 추천합니다. 실제 낙찰을 받을 생각이 없더라도 경매법정에 들러 모의 입찰을 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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