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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 작가의 ‘첫 여름, 완주’ 오디오북 출간
‘배우 1년 휴식’ 선언…도서전에 ‘출판사 대표’로 참가
배우이자 출판사 ‘무제’ 대표 박정민이 서울 마포구 자사 사무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흔히 카페, 식당 같은 요식업이나 매니지먼트사 운영 등을 연예인의 ‘부업’으로 떠올린다. 배우 박정민은 조금 다르다. 배우로서의 1년 휴식을 선언한 그의 또 다른 직업은 ‘출판사 대표’다.

2020년 박정민이 설립한 출판사 무제는 지난달 8일 세 번째 책을 내놨다. 김금희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첫 여름, 완주’다. ‘첫 여름, 완주’는 무제의 오디오북 프로젝트 ‘듣는 소설’의 첫 주자이기도 하다. 이어 2권의 오디오북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두 번째 듣는 소설은 이르면 올해 말 출간된다. 외서도 2권을 번역·출간할 계획이다. 부업이라기엔 본격적이다.

“배우와 출판사 일을 밸런스를 잘 맞춰서 앞으로 10~20년 할 거 같아요. 균형을 잘 맞춰 가면서 일을 하는 게 제 꿈이죠. 나이가 정말 많아지면 제 본업은 출판사 대표로 하고 싶어요. 배우와 출판사를 모두 하되 무게중심을 좀 더 출판사 쪽에 두는 거죠.”

월급 안 받는 사장…대신 그만큼 책에 투자
일단 지금은 수익을 생각하지 않고 출판사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는 게 박정민의 생각이다. 1인 출판사로 시작한 무제는 최근 마케팅 담당자를 영입해 2인 출판사가 됐다. 어엿한 회사가 된 만큼 책을 통한 가치 창출이 최우선이다. 박정민은 최근 서울 마포구 출판사 ‘무제’ 사무실에서 “책으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을 하면 너무 괴롭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출판사 ‘무제’의 사무실. 이한형 기자

본업인 배우로 번 돈을 출판사에 넣지 않겠다는 게 박정민의 원칙이다. 다만 무제가 충분한 수익을 내기 전까지는 월급을 받지 않을 생각이다. 대신 대표로서 가져갈 수익은 오롯이 회사에 다시 투자한다. 더 좋은 작가를 섭외하고, 더 좋은 품질의 책을 만들어내는데 박정민의 월급이 들어간다.

“출판업계 분들께는 죄송한 이야기지만 돈을 생각했다면 출판사를 하지 않았을 거예요. 월급도 안 받습니다. 제가 월급을 안 받는 만큼 책을 좀 더 예쁘게, 있어 보이게 만들면 그게 무제가 갈 수 있는 길이고 가치라고 생각해요. 책을 갖고 논다는 비판이 있을 순 있지만 제가 책을 사랑하는 방식이에요.”

대표 시리즈 ‘듣는 소설’ 출발…“유명 작가·배우 함께 해야 가치”
본업인 배우를 내려놓고 ‘출판사 대표’ 박정민이 힘을 실은 책은 ‘첫 여름, 완주’다. 훗날 무제의 대표 상품으로 자리하게 될 ‘듣는 소설’의 포문을 김금희 작가의 신작으로 열었다.

배우 박정민은 배리어프리 영화(시·청각 장애인을 위해 자막·음성해설 등을 추가한 영화) 내레이션 재능 기부, 오디오북 낭독 봉사 등을 통해 장애인의 문화 접근권을 지원해왔다. 이번 듣는 소설 기획도 그 연장선에 있다. 특히 오디오북 시리즈는 시력을 잃은 아버지를 위해 기획했다. 후천적 시각 장애인 중 점자를 읽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디오북 형태의 출간을 결정했다.

오디오북은 종이책보다 품이 많이 든다. 우선 눈으로 읽는 글이 아니라 귀로 듣는 글이라는 데 초점을 맞춰 책을 써야 한다. 원고 탈고는 새로운 시작이다. 완성된 글을 소리로 바꿔야 한다. 박정민은 단순히 글을 소리로 변환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귀로 세상을 볼 수 있도록 효과음, 음악 등 풍성한 사운드를 만들려고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오디오북의 러닝타임은 5시간. 탈고 이후 배우 캐스팅부터 완성까지 꼬박 8개월이 걸렸다.

‘첫 여름, 완주’는 벌써 11쇄를 찍었다. 2쇄도 쉽지 않은 출판 시장에서 ‘대박’이 터졌다. “작은 회사라고 이해해달라는 말을 작가님께 하고 싶지 않았어요. 작가님이 평균적으로 팔리는 만큼은 저희도 도달하는 게 목표였죠. 구체적으로 여쭤보진 않았지만 작가님 말씀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팔리고 있는 거라고 하셨어요.”

배우이자 출판사 ‘무제’ 대표인 박정민. 이한형 기자

박정민이 안내하는 ‘듣는 소설’ 감상법은 우선 종이책을 읽고 오디오북을 듣는 방식이다. 책을 읽으며 각자 상상의 나래를 펼친 후 오디오북을 감상하며 비교하는 재미를 추천했다. 특히 오디오북 감상을 마치면 영화를 본 것과 같은 생생함이 전달된다고 강조했다. 유명 배우들이 참여한 만큼 각 인물의 표정이나 몸짓을 상상하기 쉬운 데다가 음향 효과가 풍부해 쉽게 몰입된다는 설명이다.

배우 고민시 김도훈 염정아 등이 참여한 ‘첫 여름, 완주’처럼 유명 배우들의 듣는 소설 참여는 계속된다. 대중들이 명확하게 알고 있는 배우의 목소리가 들릴 때 몰입도가 더 높아지고, ‘듣는 소설’이 무제의 대표 상품으로 조금 더 빨리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게 박정민의 생각이다.

그간 책으로부터 소외됐던 시각 장애인들에 대한 박정민의 응원도 담겨있다. “듣는 소설 시리즈는 시각 장애인 독자들이 먼저 듣거나 동시에 듣거나 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텐데 그분들은 늘 책을 기다리셨을 거예요. 특히 베스트셀러들을요. 이제 먼저 들을 수 있는 책이 생겼는데 일반 서점에서 아무런 관심이 없는 책이면 조금 허전할 것 같거든요. 그래서 저는 유명 작가가, 유명 배우가 필요해요.” 현재까지 2명의 작가가 섭외됐다. 1년에 듣는 소설 1권씩은 내놓는 게 목표다.

점점 출판시장이 작아지는 상황에서 박정민은 독자들과 만나는 방법을 다양하게 궁리하고 있다. ‘첫 여름, 완주’의 엽서, 북마크, 한정판 표지 책 등 여러 굿즈와 OST, 뮤직비디오 등을 선보인 데 이어 관련 전시도 열었다. 책을 책으로만 남겨두고 싶지 않다는 게 박정민의 신념이다. “예를 들어 ‘여러분의 완주는 어디인가요’하는 사진 경연대회를 열 수도 있겠죠. 독자의 참여를 늘려야 책과 독자가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달 18일 열리는 서울 도서전에도 참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야기하고픈 사람이 책으로 말할 수 있기를”
무제는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을까. 박정민은 무제의 첫 책인 ‘살리는 일’을 출간하며 출판사의 방향이 결정됐다고 말했다. 책방 운영에 이어 책을 사랑하는 마음에 아무 생각 없이 출판사를 만들었지만 첫 책을 만든 후 ‘소외된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살리는 일’은 길고양이 급식소를 운영하는 박소영 작가의 이야기를 담았다. “10년 넘게 봤던 친구였어요. 그 기간 동안 친구의 삶이 변화하는 모습을 봤어요.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며 ‘얼마나 말하고 싶을까’ 생각했죠. 제가 작가의 삶을 지지하고 저도 그렇게 살겠다는 건 아니에요. 다만 말하고 싶은 사람이 말은 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싶어요.”

메시지를 던지는 책을 만들고 싶다는 게 박정민의 생각이다. 애써 무시하고 있거나 신경 쓰지 못하고 있던 사회의 소외된 부분을 책으로 조명해보자는 취지다. 일종의 책을 통한 대화다.

배우이자 출판사 ‘무제’ 대표인 박정민. 이한형 기자

오는 18일 출간되는 무제의 4번째 책 ‘사나운 독립’도 마찬가지다. 1980년대에 태어난 여성 작가 3명이 쓴 ‘사나운 독립’은 어머니로부터 물리적·감정적으로 독립하려는 딸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감정을 억누르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성장한 여성들이 자신의 자녀를 양육하면서 스스로의 독립 과정을 돌아보는 내용이다.

“저도 감정에 대해 배려받지 못하는 어린 시절을 살았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그걸 정면으로 바라보지 못했던 걸 옳은 방향이라고 믿는 거죠. 물론 행복해요. 하지만 저의 성격적 결함이나 정서적 결함이 어릴 때 형성된 건데 이 책을 통해 그 부분을 돌아보게 됐어요.” 박정민의 경험은 작가와의 대담 형식을 통해 간접적으로 책에 담겼다.

외서도 준비 중이다. 이미 소설 1권과 논픽션 1권의 판권을 계약했다. “무제가 어떤 색깔을 갖는 건 원치 않아요. 정치적 색이건, 사회적 색이건 정말 회색으로 남아있고 싶은 출판사예요. 그렇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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