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6일 '얼굴에 돌돌이하는 한동훈입니다'라는 제목으로 라방(라이브방송)을 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채널 '한동훈' 캡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고양이 털을 제거하겠다며 안경을 위로 올려 얼굴 곳곳에 돌돌이(먼지 제거용 테이프)를 굴렸다. “구독, 좋아요, 알림(설정) 안 하신 분 해주세요. 뭐 이렇게까지 오래 듣는데 좀 해주셔도 되지 않습니까?”라는 말과 함께였다. 지난 6일 ‘얼굴에 돌돌이 하는 한동훈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린 이 영상은 조회수 50만을 넘기며 화제가 됐다. “처음 본다. 기괴하다”는 반응과 “고양이를 기르는 집사는 친근하다”는 반응이 엇갈리며 퍼져나갔다.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였던 4월 18일부터 라이브방송(라방)을 시작했다. ‘새우깡 먹방과 함께하는 한동훈입니다’, ‘보통의 집사 한동훈입니다’ 등의 영상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주로 차나 집에서 댓글을 읽으며 편하게 얘기하는 컨셉트다. 즐겨 듣는 노래, 입고 있는 옷 정보를 공유하거나 먹방을 하며 ‘동네 아저씨’ 같은 소탈한 모습을 강조한다. 중년층 이상의 주요 지지층을 넘어 20·30세대를 공략하려는 전략이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기타를 연주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채널 '한동훈' 캡처

자신이 기르는 고양이의 발톱을 깎아주고, 기타를 직접 연주하기도 한다. 카메라를 켜두고 조용히 책을 읽는 ‘스터디 위드 미(Study With Me)’ 영상도 올렸다. 때로는 “나는 예측 가능한 민주주의다. 우리 아버지가 계엄해도 계엄을 막을 거다”라며 정치인으로서의 소신을 밝히거나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검사 시절 좌천됐을 때) 제가 대통령을 많이 챙겼다. 주말마다 만나 이태원, 남산을 별 얘기 없기 그냥 걸었다”며 비화도 공개했다.

정치적 메시지보다는 패션·음악·스포츠 등 일상적인 내용을 주로 다루다 보니 “보면 볼수록 취향이 겹쳐서 신기하다”, “한며든다(한동훈에 스며든다)” 등 댓글이 달렸다. 한 전 대표가 악플을 읽고 반응하는 영상에는 “정치적으로 지지하진 않지만 매력 있다”, “정치인 아닌 라방 한동훈 아저씨는 진짜 재미난 아저씨 같다” 등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김문수 전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6·3 대선 다음날인 지난 4일 산에서 턱걸이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 김재원 페이스북 캡처

이처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인간적인 면모를 홍보하는 정치인은 한 전 대표만이 아니다. 김문수 전 국민의힘 대선후보도 대선 바로 다음날인 지난 4일 턱걸이를 하고 훌라후프를 돌리는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은 ‘대선 패배 다음 날 산스장(산에 있는 헬스장) 즐긴 김문수’ 등의 제목이 더해져 화제가 됐다. “운동 열심히 하는 동네 어르신”, “친근하다” 등 긍정적인 댓글이 많았다. 일각에선 “건재함을 과시하며 차기 당권 도전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대선 기간 내내 거의 매일 라방을 진행했다. 이 의원은 주로 정치 현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거나 정책 공약을 소개했다.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공약으로 시청자와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때로는 자신을 캐릭터로 만든 펭귄 모자를 쓰고 나와 친근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팬덤 정치’로 성공을 거둔 상황에서 보수 진영의 정치인이 대중으로 파고드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팬덤 정치의 명암이 있듯이 ‘라방 정치’ 또한 한계가 분명하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생을 이롭게 하거나 국가를 발전시키는 일과 무관한 콘텐트 생산에 그친다면 정치인이 예능인처럼 관찰의 대상으로만 여겨져 정치의 격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존 지지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유지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겐 되려 ‘정치 말고 예능을 하라’는 조롱과 함께 비호감도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52297 고양 골프장서 전동카트 5미터 아래로 추락‥1명 중상 랭크뉴스 2025.06.15
52296 이란 최대 가스전도 불탔다…이스라엘 "40시간 동안 150곳 공격" 랭크뉴스 2025.06.15
52295 여전히 높은 자영업 비중…창업에 뛰어드는 베이비부머 [창+] 랭크뉴스 2025.06.15
52294 이스라엘, 이틀째 이란 공습…“최대 가스전 화염 휩싸여” 랭크뉴스 2025.06.15
52293 "요즘 여기가 핫하다며"...위스키 애호가 '성지' 된 신라호텔 랭크뉴스 2025.06.15
52292 대통령 장남 결혼식, ‘소년공 동료’들도 참석···이 대통령, 아들 어깨 감싸고 눈시울 랭크뉴스 2025.06.15
52291 미네소타 주의회 ‘임신중지권 확대 활동’ 민주당 의원 피격 사망 랭크뉴스 2025.06.15
52290 정말 나무로?…‘114m’ 세계 최고 키다리 목재빌딩 들어선다 랭크뉴스 2025.06.15
52289 "지금 사면 늦나요"...또 시작된 '벼락거지' 악몽 랭크뉴스 2025.06.15
52288 신애라, 사망설에 분노 "지인이 울면서 전화…끔찍한 가짜뉴스" 랭크뉴스 2025.06.15
52287 “민주주의는 여정” 옛 남영동 대공분실에 민주화운동기념관 [이런뉴스] 랭크뉴스 2025.06.15
52286 대구 ‘신변보호 여성’ 살해 피의자 나흘 만에 세종서 체포 랭크뉴스 2025.06.15
52285 ‘윤 정부 노조 탄압’ 딛고 무죄 받은 화물연대…“3년 전부터 우린 계엄이었다” 랭크뉴스 2025.06.15
52284 '받는 사람'만 늘어나는 국민연금…월 지급액 첫 4조원 넘어 랭크뉴스 2025.06.15
52283 [르포] 트럼프 생일날... LA 메운 분노의 함성 "미국에 왕은 없다, ICE는 나가라" 랭크뉴스 2025.06.15
52282 [르포] 3개월 만에 거래량 반토막 났다…서부권 지식산업센터 현장 가보니 ‘텅텅’ 랭크뉴스 2025.06.15
52281 배관타고 들어가 살해…대구 스토킹 살인 피의자 나흘만에 검거 랭크뉴스 2025.06.15
52280 "시신을 물에 녹여 하수구로?"…'친환경 장례' 도입에 갑론을박 벌어진 '이 나라' 랭크뉴스 2025.06.15
52279 '돌돌이 하는 한동훈'…"싫지만 매력적" 2030 파고든 '라방 정치' 랭크뉴스 2025.06.15
52278 "미국에 왕은 없다"…트럼프 생일, 美전역서 '反트럼프 시위' 랭크뉴스 2025.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