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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매물판. 다시 매물이 늘고 있다. 황정일 기자
“지금은 분위기가 좀 (대통령) 선거 끝나고 나니 금방 식어버리네요.” 세종시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는 김모(53) 사장의 목소리엔 아쉬움이 가득했다. 대통령실의 세종시 완전 이전을 공약했던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기간 내내 지지율 1위를 달리면서 기대감이 컸던 탓이다. 하지만 10일, 정부는 용산 대통령실을 청와대로 이전하기 위한 이사비용 259억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당장 오지는 못할 거라고 예상은 했다”면서도 “큰돈을 들여 다시 청와대로 가는데 (세종시로) 오겠느냐”고 말했다.

이날 찾은 세종시 주택시장은 풀 죽은 모습이었다. 대통령실 완전 이전 기대감에 달아오르던 열기는 온데간데없었다. 외지인의 발길이 이어지던 부동산중개업소도 한산했다. 첫마을(한솔동)의 A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대통령실은 고사하고 (세종시에 있는) 해수부를 부산으로 보낸다니, 다시 한겨울이 올까 무섭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5일 취임 후 처음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빠르게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대선 내내 뜨거웠던 세종시 주택시장이 식고 있다. 세종시 아파트값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탄핵 심판 선고가 임박하면서 들썩이기 시작했다. 세종시를 만든 진보정권이 재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그러다 4월 17일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이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실·국회 세종시 완전 이전 공약을 내놓으면서 정점을 찍었다. 국토교통부와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인 아실 등에 따르면 월 300건 정도에 그치던 세종시 아파트 계약 건수는 3월 800건으로 급등한 뒤, 4월에는 평월의 5배에 이르는 1400건을 넘겼다.

그래픽=이윤채 기자 [email protected]
가격도 올랐지만 이재명 정부가 청와대로 이전을 추진하면서 다시 매물이 쌓이고 있다. 11일 기준 세종시 매물 수는 6902건으로 한 달 전인 5월 11일(6270건)에 비해 10% 증가했다(아실). 증가율만 보면 전국 1위다. 호가(부르는 값)는 이미 상승세를 멈췄다. 나릿재마을(나성동) 2단지 84㎡(고층)는 최근 호가를 3000만원 내린 10억2000만원에 나왔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값 동향에서는 마치 호재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하는 증권시장의 ‘테마주’와 같은 양상을 보인다.

테마주 같은 세종시의 집값 움직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0년 행정수도 이전 논의 때도 아파트값이 급등했다가 단기간에 급락했다. 세종시 아파트값은 2020년에만 42.37%(주간 조사 누적치) 상승했는데, 이전이 무산되면서 2022년에만 16.74% 내린 바 있다. 지금도 상가 대부분이 비어 있는 등 부동산시장 전반이 위축된 상태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세종시에는 산업 등 다른 기반이 없기 때문에 정부·공공기관이 가지 않으면 주택·상가 수요를 유지하기 어려운 지역”이라고 말했다.

올해 3월 기준 세종시 인구는 39만2000여 명으로, 애초 노무현 정부가 제시했던 80만 명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시 출범 초기에는 연간 3만 명씩 늘었지만 현재는 정체 상태다. 특히 일자리 부족으로 20~30대 청년세대는 2022년을 기점으로 감소세다. 대통령실 청와대 이전으로 풀이 죽긴 했지만, 지역민 사이에서는 행정수도 완성 기대감은 여전하다. 10일 나성동에서 만난 주부 김선화(49)씨는 “정권이 바뀌었고 세종시를 처음 기획하고 만든 민주당이 국회 과반이 넘기 때문에 행정수도 완성 약속도 지켜질 것”이라고 희망했다.

민주당에서는 2004년 위헌 결정을 받았던 ‘행정수도 특별법’을 다시 준비 중이다. 특별법을 제정해야 정권이 바뀌더라도 행정수도 완성 공약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강준현 민주당 의원(세종을)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행정수도 완성은) 대통령 공약으로 국회 세종의사당 완전 이전과 대통령실 건립을 담은 행정수도 특별법이 준비돼 있다”며 “다음 주 열리는 당 원내지도부 선거가 끝나면 지도부, 정책위의장과 상의해 발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집값 상승, 김용범 실장 점검회의=한편, 서울에서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핵심 지역 위주로 움직이던 매수세가 최근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 서울 외곽지역까지 확산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둘째 주(9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26% 올랐다. 7월 대출 규제 강화 시행 전에 내 집 마련에 나서려는 실수요자가 늘어난 데다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기대감과 우려 등 심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새 정부 출범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향후 부동산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시장 점검에 나섰다. 이재명 정부의 정책 컨트롤타워인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13일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와 부동산 시장을 점검하는 회의를 열었다. 정부는 “가수요 등이 시장 안정을 저해하지 않도록 각 부처의 가용한 정책 수단을 총망라해서 검토하고 실수요자 보호 등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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