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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숙 의원, 재진 중심 제한적 비대면진료 법안 발의
이용자 70%가 2030인데…10대·고령층만 초진 가능
업계 “전자의무기록 공유 전례 없어…재진 선별 불가능”
의료계 “의사, 환자 판단에 맡기는 자율 허용 필요”

서울 도봉구 한 의원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관련 비대면진료 실행과정을 시연하고 있다./뉴스1


5년째 시범사업에 머물렀던 비대면진료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을 계기로 법제화 시동이 걸렸다. 이미 효용성과 안정성이 입증된 만큼, 디지털 기술로 시간·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의료 서비스를 받도록 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여당이 추진하는 법안은 대면 진료 이력이 있는 병원에서만 비대면진료를 허용해, 초·재진 구분 없이 이용할 수 있었던 기존 시범사업에서 후퇴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비대면진료의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한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대한약사회의 반발이 큰 약 배송은 제외됐다. 이번 법안의 핵심은 ‘성인 재진 환자’ 중심의 제한적 비대면진료 허용이다. 한 번이라도 직접 방문해 진료를 받은 적이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만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재진 중심 비대면진료는 실제 현장에서 그리 간단하지 않다. 이전에 내원했던 병원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해당 병원이 비대면진료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또 사용 중인 중개 플랫폼에 이 병원이 제휴돼 있지 않을 경우에는 진료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개 플랫폼이 이용자의 재진 여부를 확인하려면 진료 정보가 담긴 전자의무기록(EMR)을 확보해 구분해야 한다. 그러나 플랫폼 업계가 병원으로부터 EMR을 공유받은 전례는 없다. 실제로 현재 중개 플랫폼 이용자의 99%가 초진 환자다. 재진 중심으로 바꾸려면 법률·기술적 검토가 필요하다.

이슬 원격의료산업협의회장(닥터나우 이사)은 “국내 EMR 서비스는 종류만 수십 개에 달하는데, 현재 상호 연결된 공공 시스템이 없다”며 “결국 의료인이 일일이 환자 EMR을 열람해 비대면진료 이용자의 초·재진 여부를 확인하는 비효율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면진료는 2020년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3년간 한시 허용됐다가 2023년 6월 코로나 위기 경보 단계가 하향 조정되면서 시범사업 형태로 전환됐다. 최근 6개월 안에 다녔던 병원에서만 비대면진료를 받도록 요건을 정했지만, 당시 같은 이유로 이용자들의 불만이 잇따르자 이듬해 2월부터 다시 초·재진 구분없이 전면 허용됐다.

다만 전 의원은 법안에 섬·벽지와 응급의료 취약지 거주자, 군인, 감염병 환자, 휴일·야간 진료 불가피 환자, 18세 미만 소아·청소년,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해서는 초진도 허용하는 예외 조항을 담았다.

우리 사회가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점과 직장인, 자영업자, 맞벌이 부모 등의 상황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역시 실제 수요와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도 있다. 중개 플랫폼 닥터나우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전체 이용자 중 70%가 20·30대로 나타났다.

그래픽=손민균

이번 법안에서 약 배송이 빠진 게 아쉽다는 의견도 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보통 의원 방문이 어려운 환자가 비대면진료를 받는 만큼, 약 배송은 필수적으로 수반돼야 한다”며 “진료는 비대면으로 받고, 약은 약국을 직접 방문해 수령하는 건 환자 편의성을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법안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의사 단체는 기본적으로 비대면진료를 반대하지만, 일부에서는 자율적인 비대민진료가 전면 허용돼야 한다고 본다.

대한의사협회는 “(전진숙 의원안의 초진 예외 조항이) 환자의 안전이 충분히 고려됐는지 우려된다”며 “현재 국내 비대면진료는 실제 건강상 필요보다 편의 위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반대 입장을 냈다.

반면 초·재진 구별 없이 자율적인 비대면진료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백남종 원격의료학회 이사장(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은 “현재로선 재진 중심으로라도 법제화하는 게 중요하다”면서도 “초·재진 구별로 현장에선 까다롭고 모호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만큼, 보다 효과적인 비대면진료를 위해서는 의료진과 환자 자율 판단에 맡기는 쪽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 프랑스, 독일 등은 의료진이 자율적으로 판단하도록 법을 열어두고 있다. 최용재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회장(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장)도 “세계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추세고, 의료 접근성에 맞춰 환자의 선택지를 넓히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둬야 한다”며 “비대면 진료가 의료의 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비대면진료를 경험한 환자들도 만족도가 높다고 밝혀 전면 허용에 힘을 실었다. 2020년 2월 비대면진료가 국내 시행된 이후 5년간 전체 국민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500만명이 비대면진료를 받았다. 지난해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평가 연구’에 따르면 최소 1회 이상 비대면 진료받은 환자 1500명 중 82.5%는 비대면 진료의 안전성이 대면 진료와 유사하거나(50.1%) 불안하지 않다(32.4%)고 답했다.

앞서 국민의힘도 비대면진료 법제화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을 잇따라 발의했다. 복지위 최보윤 의원과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우재준 의원의 개정안은 비교적 폭넓게 허용하는 내용이었다. 연령이나 진료 유형(초진·재진) 구분없이 비대면진료를 원칙적으로 허용하며, 구체적인 기준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도록 위임하는 안이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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