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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사람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회 됐으면"


2014년 서울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한 김진이씨
[본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장보인 기자 =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들이 14일 서울에서 열리는 퀴어문화축제에 올해도 함께 한다.

이들은 현장에서 '프리허그'(Free Hug) 이벤트로 참가자들을 위로하며, 자녀와 성소수자 모두가 차별 없이 살아가는 사회를 기원할 예정이다.

'아들아, 엄마는 있는 모습 그대로 널 사랑한다.'

성소수자부모모임(이하 부모모임) 활동가 지인(본명 김진이·56)씨는 2014년 이런 문구를 붙인 피켓을 들고 서대문구 신촌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에 처음 참가했다.

김씨 역시 10여 년 전 16살이던 아들의 성 정체성을 처음 알았을 때는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했다.

김씨는 전날 연합뉴스 통화에서 당시를 떠올리며 "울면서 힘들어했고, '엄마 생각엔 아닌 것 같아'라며 부정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다른 성소수자 부모들을 만나고, 자료를 찾아 공부하며 점차 아들을 이해하게 됐다. 그때부터 매해 퀴어문화축제에 빠짐없이 참여하고 있다. 동성애자인 아들뿐 아니라 자신을 드러내지 못한 성소수자들의 '편'이 되기 위해서다.

무지갯빛 행진하는 서울퀴어퍼레이드 참가자들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지난해 6월 1일 오후 서울퀴어퍼레이드 참가자들이 서울 종로구 종각역을 출발해 삼일대로를 지나 을지로 방면으로 행진하고 있다. 2024.6.1 [email protected]


김씨를 비롯한 부모모임은 이날 중구 남대문로와 종로구 우정국로 일대에서 열리는 퀴어문화축제에 부스를 설치하고 프리허그 등을 할 예정이다.

김씨는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부모의 힘듦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평생 혐오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힘이 되어줘야 한다"고 했다.

대구에 사는 활동가 위니(본명 오은지·54)씨도 이른 아침 서울로 올라와 축제 참가자들을 응원할 계획이다. 그의 20대 자녀는 남성으로 성별을 정정했으나 이분법적 성 정체성을 따르지 않는 '젠더퀴어'다.

오씨는 "나와 배우자가 성소수자의 존재를 이해하는 편인데도 아이는 성 정체성을 깨닫고 평생 비밀로 하려고 했다. 당사자에게는 그만큼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자녀의 고민과 아픔을 진작 알아채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는 오씨는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싶어도 사회적 시선 때문에 가족에게조차 말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면서 "축제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오늘도 행복하세요', '잘 지내세요'라고 인사하며 마음을 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퀴어퍼레이드에서 참가자 포옹하는 오은지씨
[성소수자부모모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해 한국리서치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성소수자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성소수자에 호의적인 감정을 가진 사람은 전년도보다 5%p 늘었음에도 여전히 16%에 불과했다.

적대적인 감정을 가진 사람이 43%, 적대도 호의도 아닌 중간의 감정을 가진 사람이 40%였다.

사회가 각각 동성애·성전환·양성애를 받아들여야 하는지 묻는 말에는 응답자의 36∼38%가 찬성, 39∼42%가 반대 의견을 밝혔다.

활동가들은 자녀들이 두려워하며 커밍아웃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김씨는 "교육과 법이 달라져야 한다. 어디서 배우지 않으니 사회는 성소수자를 차별하고, 당사자조차 자기혐오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며 "다양성 교육이 이뤄지고, 성소수자 존재를 인정하는 법안도 빨리 제정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오씨 역시 "동성애가 싫다고 하다가도 '우리 애가 그래요'라고 하면 선입견을 버리는 분들이 많다"면서 "나와 다르다고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세상에 다양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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