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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200억 원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이 1심 재판에서 징역 3년 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습니다.

조 회장 측과 검찰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유무죄 여부는 2심에서 다시 다투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회사 측은 이번 1심 재판 선고에 대해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는 짧은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그러면서 조 회장 재판 비용은 모두 회장 개인이 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1심 선고 당일 불구속 상태로 법정에 출석했던 조 회장은 다시 밖으로 나오지 못했습니다.

대기업 회장이 1심 재판 결과로 법정구속까지 되는 건 이례적입니다. 기업 규모가 클수록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기 때문에 방어권을 보장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1심 재판부는 기존에 허용했던 보석을 취소하면서까지 조 회장을 법정구속했습니다. 어떤 범죄 혐의가 인정됐길래 구속까지 됐는지 정리해 봤습니다.

■회삿돈 50억 친구 빌려주고, 페라리·포르쉐 타고…배우자 수행·이사비까지 회삿돈으로

검찰이 조 회장을 재판에 넘기며 적용한 범죄 혐의는 모두 9개.

1심 재판부였던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는 이 중 8개를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우선 조 회장이 자신의 지인 회사에 그룹 계열사 돈 50억 원을 빌려주게 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회삿돈 50억 원을 재무 상태도 좋지 못한 지인의 회사에 빌려주라고 지시했다는 겁니다.

조 회장은 빌려주라고 한 적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관계자 등이 주고받은 메시지를 봤을 때 돈을 빌려주라고 지시한 게 인정된다고 봤습니다.

돈을 갚아 피해가 회복된 거로 보이지만, 수사가 시작되지 않았으면 돈을 갚지 않았을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조 회장과 조 회장 지인이 회사 법인 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도 업무상 배임으로 인정돼 유죄를 받았습니다. 조 회장 등이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한 금액만 5억 8천만 원에 달하는 거로 파악됐습니다.

회사에 고용된 운전기사가 조 회장 배우자를 수행하게 한 부분도 유죄로 인정됐습니다. 운전기사의 급여 전액, 4억3천만 원을 업무상 배임 금액으로 봤습니다.

조 회장이 회사 명의로 구입하거나 빌린 고가 수입차 5대를 개인적으로 사용한 부분도 드러났습니다. 차량은 포르쉐, 페라리 등 초고가 수입차였습니다.

조 회장은 테스트를 한 거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정말 테스트를 했다면 관련 문서가 남아있어야 하는데 그런 문서를 발견하기 어려웠다면서 주된 용도는 개인적이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조 회장은 개인 이사비용도 회삿돈으로 냈고, 회사 소유 가구 2개를 자신의 집에 가져가 사용한 거로 파악됐습니다. 이를 통해 2억 6천만 원의 업무상 횡령죄가 인정된다는 게 재판부 설명입니다.


다만 재판부는 조 회장이 29%의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에 대한 부당 지원으로 한국타이어에 131억 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한국타이어가 해당 계열사와 거래할 때 과도하게 비싸게 제품을 매입하는 등 가격이 왜곡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1심 재판부 판단이었습니다.

■경제개혁연대 "조현범 회장 모든 계열사 임원직에서 물러나야"

1심 재판 선고 후, 경제전문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는 논평을 통해 조현범 회장이 한국앤컴퍼니와 계열사 임원직에서 즉각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회사 연루 횡령⋅배임 사건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사람이 문제를 일으킨 회사의 경영에서 일정 기간
물러나는 것은 회사를 보호하는 일차적인 조치라는 겁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것은 주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고, 이것이 총수 일가에게만 예외가 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조현범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즉각 물러나 자신의 형사재판에 집중하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경제개혁연대 주장에 대해 회사 측은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연봉 104억 원…올해는?

조 회장이 회장직에서 물러나지 않는다면, 이제 막 시작될 2심 재판 기간 당분간 구속 상태에서 경영을 이어가야 합니다.

이 때문에 상당 기간 옥중 경영을 이어가야 할 조 회장이 올해 보수로 얼마를 받게 될지도 관심입니다.

지난해 조 회장은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에서 47억 원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에서 57억 원을 각각 보수로 받았습니다.

두 곳에서 받은 연봉만 104억 원에 달합니다.

조 회장의 연봉은 꾸준히 늘어왔습니다. 2022년엔 한국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 2개사에서 총 58억 원을 받았고, 2023년엔 78억 원을 받았습니다.

2023년엔 이번 형사 사건으로 3월 구속돼 11월 보석으로 풀려날 때까지 8개월 가량 구속 상태였습니다. 반년 이상 옥중 경영을 하고도 연봉을 전년보다 20억 원가량 늘려 받은 셈입니다.

한국앤컴퍼니 그룹은 한국타이어 등을 주요 사업 회사로 둔 그룹 자산총액 21조 원의 재계 20위권 대기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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