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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곧 철거될 인왕아파트에서 밴드 솔루션스의 공연이 열렸다. 4인조 밴드가 아파트 각 호실의 베란다에서 공연하고 있다. 한은화 기자
곧 철거될 57살 아파트에서 공연이 열린다면 어떨까. 지난 7일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인왕아파트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이날 찾은 인왕아파트는 아파트를 포함해 주변 건물들이 빈집을 뜻하는 붉은색 엑스자 표시로 가득했다. 1968년 지어진 4개동, 127가구 규모의 인왕아파트에 살던 거주민도 지난달 말에 대다수가 이주했다. 일명 홍제3단독주택 재건축구역(2만7281㎡)으로 지하 6층~지상 23층 규모의 아파트 10개 동, 620가구로 재건축될 예정이다.

철거 직전의 세기말 분위기가 물씬 분위기가 풍기는 이곳을 열띤 공연장으로 바꾼 이들은 밴드 솔루션스다. 인왕아파트 5동 105호, 106호, 205호, 206호 베란다가 무대였다. 보컬·기타·베이스·드럼으로 구성된 멤버들이 각 호실 베란다를 단독 무대처럼 썼다.

관객석은 주차장이었다. 600명의 관객이 아파트 주차장에 선 채로 솔루션스의 베란다 공연을 2시간가량 즐겼다. 소음 민원을 고려해 평소 공연장의 30% 수준으로 음량도 조절했다. 하지만 공간이 주는 강렬함에 매료된 관객들 사이에서 “상상 이상” “미쳤다”는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지난 7일 밴드 솔루션스의 공연이 열린 인왕아파트. 한은화 기자
화장실은 인왕아파트 앞에 있는 안산맨션 206호의 화장실이었다. 역시 같은 재건축 구역에 있다. 밴드 솔루션스의 소속사 엠피엠지뮤직 관계자는 “홍제3구역 조합의 배려 덕에 안산맨션 한 호실의 화장실을 개방해 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공연 중에 화장실을 이용하려는 관객을 위해 주차장 관객석 옆에 캠핑카도 배치됐다.

이런 공연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서대문구청과 엠피엠지뮤직의 합작품이었다. 서대문구에서 인디 음악 활성화를 위한 사업을 펼치고 있던 차에 엠피엠지뮤직과 이색적인 장소에서 공연을 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엠피엠지뮤직 측에서 먼저 서대문형무소나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에도 나왔던 충정아파트의 중정(中庭) 등에서 공연이 가능하냐고 문의했다. 이어 유진상가·개미마을 등이 거론되다 인왕아파트로 낙점됐다.

엠피엠지뮤직 측은 “철거 및 재건축을 앞둔 아파트에서 음악을 통해 활기를 불어넣고, 새로운 추억을 남기면서 홍대 외 지역에서도 인디 음악을 활성화 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며 “조합에서도 흔쾌히 협조해주셔서 공연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인왕아파트 공연장의 관객석은 주차장이었다. 현장 화장실 용도로 준비된 캠핑카의 모습.. 한은화 기자
일회성 공연이었지만 반향은 컸다. 공연장의 재발견을 했다는 측면에서다. 공연 장면을 담은 밴드 솔루션의 SNS 조회 수가 570만회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의 소음 민원도 있었다.

서대문구 측은 “공연 전에 각 단지 관리사무실에 알리고 당일 현장에서도 실시간으로 소음을 측정하며 볼륨도 더 낮췄지만,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게 죄송하다”고 밝혔다. 엠피엠지뮤직과 솔루션스도 지난 11일 사과문을 게재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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