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3일 경기도 파주시 장단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접경지 주민 간담회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통신사진기자단
“짐승 괴롭혀서 고문하는 희한한 소리가 나서 몸서리가 너무너무 쳐서….”
북한 접경 지역인 경기 파주시 대성동에 사는 유점순씨는 13일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 지난해 9월부터 계속된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을 듣는 고통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신경과 다녀도 안 되고, 자보려고 귀마개를 해도 (해결이 안 됐다)”며 “잠을 자야 하는데 살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 얘기만 하면 눈물이 난다”고도 했다.
이처럼 접경 지역 주민을 괴롭히던 대남 방송이 전날부터 중단됐다. 지난 11일 한국이 대북 방송을 중단하면서 북한도 호응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 대남 방송 중단에 유 씨는 “오늘 밤에도 아주 크게 (발) 뻗고 자겠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경기도 파주시 장단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접경지 주민 간담회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통신사진기자단
이 대통령은 13일 파주 장단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접경 지역 주민을 만나 이런 이야기들을 들었다. 이 대통령은 “중간에 낀 여러분들이 괴로워하고 정신병원 치료받으러 다니는 분도 계시다고 (하는데), 앞으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정부에서도 좀 더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군의 대북 확성기 중단을 지시한 과정과 관련해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면 서로 좋은 일인데, 전례를 보면 ‘북한 편들기’니 ‘안보태세에 문제가 있다’든지 역공격이 많아서 망설였다”며 “다행히 요즘은 시민들 의식이 높아서 큰 소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선 대북 전단 살포를 위해 풍선을 그만 날렸으면 좋겠다는 주민 건의도 나왔다. 이 대통령은 “허가받지 않은 장소에서 (풍선에 넣을) 고압가스를 취급하는 것은 처벌조항이 있는데, 그게 아마 현행범 체포 요건에 해당할 것”이라며 “북한으로 삐라(전단)를 불법으로 보내는 것은 통일부가 자제 요청을 했고, 어겨서 계속하면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물리적으로 제재하고”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경기도 연천군 육군 25사단 비룡전망대에서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주민과 만나기 전 최전방 부대인 경기 연천군의 육군 제25보병사단을 찾아 장병들을 격려했다. 이 대통령은 “여러분은 대한민국이 존속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군에 대한 처우나 대우, 인식도 많이 바뀌었으니 자부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최근에 여러 가지 일 때문에 여러분 자긍심에 손상이 있을 수 있는데, 우리 국민들은 여러분 장병들의 충성심을 믿는다”며 “최근 일부 장병들이 퇴직도 많이 하고 사기가 많이 꺾였다는 얘기가 있는데, 국민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때 투입된 장병들이 신중한 태도로 큰 혼란을 막은 것을 치하하며 군심(軍心)을 다독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