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난달 14일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가 수중에서 촬영한 남방큰돌고래 ‘종달이’ 모습. 처음 발견 당시 이미 낚싯줄에 온몸이 얽혀 정상적인 활동을 하지 못했던 종달이는 이날 또 다른 낚싯줄에 더 심하게 감긴 채 발견됐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주둥이와 꼬리까지 낚싯줄이 몸통을 옭아맨 상태로 발견돼 여러 차례 구조 시도가 이뤄졌던 제주 새끼 남방큰돌고래 '종달이'가 결국 폐사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2023년 11월 낚싯줄에 얽힌 모습이 처음으로 발견된 지 1년 8개월 만입니다.

남방큰돌고래 종달이를 추적 관찰해 온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오늘(12일) 보도자료를 내고 종달이가 실종 1개월 만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핫핑크돌핀스는 지난달 14일 종달이가 또 다른 낚싯줄에 휘감긴 채 유영하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종달이 몸통을 심하게 옭아맨 낚싯줄에는 '찌'와 생미끼로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넙치가 덜렁덜렁 매달려 있었습니다.

이미 낚싯줄에 주둥이부터 몸통까지 얽히며 정상적인 먹이 활동조차 할 수 없었던 종달이는 이날 머리부터 꼬리까지 낚싯줄에 더 심하게 감겨 있어,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태였다고 환경단체 측은 전했습니다. 종달이 옆에선 어미 '김리'가 변함없이 가까이 머물러 있었습니다.

지난달 14일 핫핑크돌핀스가 수중에서 촬영한 남방큰돌고래 종달이 모습. 종달이 몸에 찌와 생미끼로 쓰인 것으로 보이는 넙치가 매달려 있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핫핑크돌핀스 등으로 이뤄진 '제주돌고래 긴급구조단'은 이 같은 상황을 확인하고 다음 날 새벽, 전문가와 함께 낚싯줄 제거 작업에 나섰습니다. 이미 신체 손상이 누적돼 있는 데다 현장 상황이 긴급하다고 판단해, 해양수산부에 보호종인 남방큰돌고래 긴급 구조 승인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구조단은 끝내 종달이를 찾지 못했습니다.

핫핑크돌핀스는 "특히 (종달이 곁을 지키던) 어미 '김리'가 종달이 없이 다른 무리와 함께 있는 것이 확인돼, 종달이를 구조할 마지막 기회마저 사라짐이 분명해졌다"면서 "안타깝게도 어미와 떨어져 실종된 종달이가 결국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14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드론으로 촬영한 남방큰돌고래 종달이 모습. (핫핑크돌핀스 제공)

종달이가 자주 머물던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노을해안로 앞바다는 해양보호생물 남방큰돌고래 주요 서식지입니다. 하지만 무분별한 갯바위 낚시가 여전히 성행하고 있습니다. 해녀와 돌고래가 함께 활동하는 연안에는 버려지거나 유실된 낚시 장비가 그대로 방치돼 있기도 합니다.

핫핑크돌핀스는 "특히 일부 구간에서는 해안가 육상 양식장에서 가져온 넙치를 생미끼로 사용하는 '찌낚시'도 이뤄진다"면서 "문제는 돌고래가 지나는 와중에도 낚싯대를 거두지 않고, 낚싯줄을 돌고래 쪽으로 던지는 무책임한 행위까지 확인된다는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실제로도 한 달 전 종달이 몸에 추가로 감긴 낚싯줄 역시 찌와 함께 생미끼로 쓰인 걸로 보이는 넙치가 매달려 있어, 이러한 행위가 남방큰돌고래 종달이에 직접적 피해로 이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10년간 제주 바다에서는 낚싯줄이나 폐그물 등에 얽힌 돌고래가 해마다 발견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돌고래 주변으로 관광객을 태운 선박이 무리하게 접근하는 등 무분별한 '돌고래 관광'까지 이뤄지고 있습니다. 엄연한 법적 보호종임에도, 법망 사각지대 속에서 제주 남방큰돌고래 생태에 위협을 가하는 행위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습니다. 환경단체는 "인간 활동에 대한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규제와 관리 조치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지난해 해양수산부는 남방큰돌고래 주요 서식지인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해역 일부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남방큰돌고래 서식지가 신도리 앞바다뿐만 아니라 구좌읍과 성산읍 일대에서도 자주 발견되는 만큼, 제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남방큰돌고래 주 서식지 전체를 포괄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연관 기사]
낚시 어선에 포위된 채 쫓기는 돌고래 떼…“보호 대책 강화해야” (2023.11.06. KBS 뉴스9)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811176&req_by=aipick

[대담] 남방큰돌고래 첫 전용 해양보호구역 지정…기대와 과제는? (2025.04.21. KBS 뉴스7 제주)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233483

입에 걸리고 꼬리를 죄고…제주 남방큰돌고래의 ‘낚싯줄 수난’ (2024.04.15.)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39875

또 폐어구에 걸려…멸종위기종 남방큰돌고래 수난 (2024.11.05. KBS 뉴스9 제주)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099115

2024년 2월 2일 제주 앞바다에서 남방큰돌고래 ‘종달이’가 낚싯줄에 걸려서 바둥거리고 있다. (제주대 돌고래연구팀·다큐제주 제공)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email protected]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네이버, 유튜브에서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KB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51728 권영국 “조은석, 용산참사 편파 수사의 사초…‘내란 특검’ 교체해야” new 랭크뉴스 2025.06.13
51727 한국 축구팀, 2026 월드컵 경쟁력 평가서 13위… 일본은 10위 new 랭크뉴스 2025.06.13
51726 [속보] "이스라엘, 나탄즈 핵시설 추가 공격"< 이란 국영매체> new 랭크뉴스 2025.06.13
51725 [속보] 이스라엘, 나탄즈 핵시설 추가 공격 new 랭크뉴스 2025.06.13
51724 尹, 경찰 소환 불응하더니…'반바지 차림'으로 자택 지하상가서 목격 new 랭크뉴스 2025.06.13
51723 중동 위기 증폭… 유가 폭등·코스피 2900선 무너져 new 랭크뉴스 2025.06.13
51722 김민석 “사적 채무 전액 상환…아들 입법 활동 입시 활용 안 해” new 랭크뉴스 2025.06.13
51721 이재명 정부 첫 공직자 낙마…오광수, 지명과 사퇴 무엇이 문제였나 new 랭크뉴스 2025.06.13
51720 “미분양에 타격” 공사하고 못받은 미수금 증가세… HDC현산·현대 늘어 new 랭크뉴스 2025.06.13
51719 검찰, '남편 명의 대리투표 후 또 투표' 선거사무원 구속기소 new 랭크뉴스 2025.06.13
51718 김민석 총리 후보자 "불법 없었다"... 정치자금·아빠찬스 논란에 첫 반박 new 랭크뉴스 2025.06.13
51717 [단독] 미래에셋證 "9월부터 퇴직연금 모바일 수령"…9월 ‘차세대 연금 시스템’ 출격 new 랭크뉴스 2025.06.13
51716 군부 투톱 잃은 이란 ‘가혹한 응징’ 다짐했지만… 예전만 못한 ‘기세’ 변수 new 랭크뉴스 2025.06.13
51715 "돈 내놔" 초등생 팔 라이터로 지진 10대들…경찰 "추적 중" new 랭크뉴스 2025.06.13
51714 김민석 총리 후보자 “벌금·추징금, 장기 걸쳐 완납… 관련 사건은 표적 사정 성격 농후" new 랭크뉴스 2025.06.13
51713 재계 "간담회 자주 하자" 요청에…李 "언제든 폰으로 연락 달라" new 랭크뉴스 2025.06.13
51712 한·EU정상, G7 정상회의서 회동…첫 약식회담 성사 new 랭크뉴스 2025.06.13
51711 ‘질질 끌 이유 없다’···이 대통령, ‘도덕성 논란’ 민정수석 신속 정리로 인사 논란 돌파 new 랭크뉴스 2025.06.13
51710 이스라엘의 핵시설 공습, 이란의 대규모 반격···중동, 전면전 치닫나 new 랭크뉴스 2025.06.13
51709 조정식 수능 문항 거래 의혹, 티처스2 제작진 “올해 초에 알았다” new 랭크뉴스 2025.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