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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식 서울시교육감 인터뷰>
"비교 자료 공개 시 학교∙지역 서열화 우려"
리박스쿨 의혹엔 “방과후강사 자격∙연수 강화"
"이재명 공약 함께 추진할 방안, 이달 중 발표"
"기초학력, 교원∙학생 마음 건강 지원에 집중”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9일 서울시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집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최근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기초학력 진단 검사 결과 공개'를 두고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서울 내 지역별로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 등을) 비교할 수 있는 형태로는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많은 지역을 낙인 찍는 역효과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다수당인 서울시의회가 대법원 판결 이후 "학교·지역별 검사 결과를 공개하라"고 압박하는 가운데 정 교육감이 자신의 원칙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 교육감은 9일 서울 종로구 교육청 집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기초학력 진단 검사 결과를 공개할지는 조례상 교육감의 권한이며, 공개하더라도 어느 범위에서 할지는 교육적으로 옳고 그름을 따져 정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진단 검사는 국어·수학·영어 등의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을 가려 보충 학습을 돕기 위해 치러진다. 지금은 각 학생에게 자신이 기초학력 기준에 못 미치는지 등만 알려줄 뿐 학교·지역별 기초학력 미달자 수(비율)는 공개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달 15일 서울 학생들의 기초학력 진단 결과를 공개할 수 있도록 한 조례가 법률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결해 공개 여부를 두고 논쟁이 불붙었다.

시험 문제를 푸는 학생들. 게티이미지뱅크


서울시의회 등 검사 결과 공개에 찬성하는 쪽은 "정보를 투명하게 밝혀야 학력 미달 학생이 많은 지역에는 더 많은 교육적 투자를 할 수 있고, 교사들에게는 열심히 가르칠 유인이 생길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서울시교육청 등 반대 측에서는 "학교·지역 서열화만 부추기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하반기까지 학부모와 학생, 교사 등의 의견을 수렴해 검사 결과 공개 여부와 공개 범위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정 교육감은 서울 시내 10개 초교 늘봄학교에 극우 역사 교육을 받은 강사가 침투했다는 '리박스쿨' 논란을 두고 "학교 방과후 프로그램이 도입된 지 15년쯤 됐는데 지금까지 체계적 관리를 하지 않은 게 문제"라며 "특히 강사의 질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방과후 강사들에게 자격·연수 등을 요구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올해 하반기 교육부와 논의해 만들겠다"는 게 그의 계획이다. 정 교육감은 리박스쿨 연관 강사가 담당하던 늘봄 수업은 현재 중단됐으며 아이들은 대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25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역지사지 공존형 토론수업 직무연수'에서 정근식(오른쪽 네 번째) 교육감이 학생들과 토론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정 교육감은 이재명 정부 출범을 환영하며 "교육철학을 공유하는 중앙정부가 들어섰기에 서울시교육청과 현장 중심형 협력교육을 할 토대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기초학력 보장, 특수교육·다문화 학생 지원, 교원의 정치 기본권 보장 등 서울시교육청이 제안한 의제를 받아들인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앙정부와 지역 교육청이 함께 움직여야 풀리는 이슈인 만큼 뜻이 맞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 교육감은 "이재명 정부의 교육 공약을 우리 교육청 차원에서 어떻게 추진할지 제안하는 내용을 이달 하순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 교육감은 이 대통령이 헌법 교육을 강화하고,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합의에 준하는 정치교육 원칙을 사회적 합의로 도출해 학교 내 정치·사회 현안 교육을 허용하겠다고 공약한 점을 고무적으로 봤다. 서울시교육청은 보이텔스바흐 합의를 참고한 역지사지 토론 교육을 하고 있다.

보이텔스바흐협약1976년 마련된 독일의 정치교육 원칙. 크게 세 가지 원칙을 근간으로 한다. ①학생들에게 특정 견해를 강제로 주입하거나 교화해서는 안 된다는 '강제성 금지' 원칙 ②수업에서 현실의 다양한 논쟁적 사안을 다루되 여러 입장을 균형있게 제시해야 한다는 '논쟁성의 유지' 원칙 ③학생 스스로 현실적 상황을 판단해 참여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줘야 한다는 '정치적 행위 능력 강화' 원칙 등이다.

그는 "역사적으로 볼 때 1980년 5·18민주화운동의 경험이 1987년 6월 항쟁으로 이어져 독재정권을 끝냈고, 길게 보면 지난해 12·3 비상계엄 후 놀라운 민주질서의 회복력을 보인 것도 역사의 연장선"이라며 "현대사에서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 있을 때 이후 민주시민교육을 잘 하는 것이 나중의 역사를 볼 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정 교육감은 '한국형 보이텔스바흐 원칙' 수립과 실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이를 오는 9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때 안건으로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재선 도전 여부 묻자 "해야 할 일 많다고 느껴"



지난해 10월 보궐선거 때 당선돼 8개월간 일해온 정 교육감은 남은 1년의 임기 동안 기초학력 보장 지원 체계 구축과 학생·교원의 마음 건강 지원 강화에 힘쏟고 싶다고 했다. 그는 "과거와 비교해 학생과 교사 모두 불안과 우울 탓에 자해하거나 자살하는 일들이 끊이지 않는다"면서 "자살 예방을 위한 실질적 역할을 할 제도나 조직을 어떻게 만들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교육감에게 내년 교육감 선거 때 출마할 의사를 정했는지 묻자 "학교 현장을 돌아다닐 때마다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걸 느낀다"고 답했다. 사실상 재선에 도전할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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