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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을 경시하고 관세를 무기삼아 전세계를 혼란에 빠뜨린 '트럼프 효과'가 한·미 동맹이 더 강해져야 한다는 국민의 절실함으로 표출됐다. 새삼스러운 동맹 강화 요구는 '미국이 불안하다'는 경각심의 방증으로 볼 수 있다.

중앙일보-동아시아연구원(EAI) 공동 기획, 어떻게 조사했나 6월 4~5일, 전국 성인남녀 1509명 웹조사(95% 신뢰 수준에서 최대허용 표집오차 ±2.5%p). 2024년 8월 26~28일, 전국 성인남녀 1006명 웹조사·2021년 8월 26일~9월 11일, 전국 성인남녀 1012명 심층 대면 면접조사(모두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표집오차 ±3.1%p). EAI가 (주)한국리서치에 의뢰.
11일 중앙일보와 동아시아연구원(EAI, 원장 손열)의 공동 기획 조사(6월 4~5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남녀 1509명 대상 웹 조사, 최대허용 표집오차 95% 신뢰 수준에 ±3.1%p. EAI가 (주)한국리서치에 의뢰.) 결과 새 정부가 대미 외교에서 우선 고려해야 하는 이슈로 가장 많은 36.6%가 '한·미 동맹 강화'를 꼽았다.

앞서 20대 대선 직전인 2021년(2021년 8월 26일~9월 11일, 전국 성인남녀 1012명 대면면접조사,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표집오차 ±3.1%p) 같은 질문을 했을 때도 동맹 강화가 1위였지만, 다른 이슈들과 차이가 크지 않았다. 당시엔 동맹 강화 23.0%, 경제 및 첨단기술 협력 19.1%, 수평적 대미 관계 구축 18.2%, 북한 비핵화를 위한 공조 16.5% 등이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동맹 강화를 요구하는 응답은 13.6%p 상승했다. 2위인 경제 및 첨단기술 협력(23.9%)과 차이가 12.7%p 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트 브래그에서 열린 유세 중 연설을 하며 손가락을 가리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국 안보의 근간인 한·미 동맹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새삼스럽게 커진 건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한 불신과 비호감 정서가 커진 현상과 맞물린다는 분석이다.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갖고 있다"는 응답은 75.5%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71.7%)보다 높았다.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는 응답도 오차범위 내에서 근접했다.(트럼프 19.6%, 시진핑 18.2%)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에 대해선 응답자의 35.9%가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고 답해 역대 일본 총리 중 최고 호감도를 기록했다. 미·중 정상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아지자 일본 총리가 '반사 이익'을 누렸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차준홍 기자
동시에 현재의 한·미 관계를 "나쁘다"고 보는 인식은 지난해 조사에서 14.9%였는데, 올해 33.9%로 19.0%p 급증했다. "미국은 신뢰할 만하지 않다"는 응답도 18.2%에서 28.6%로 10.4%p 늘었다.

EAI의 2017년 이후 조사 결과를 시계열적으로 분석하면 미국에 대한 신뢰도는 대체로 매년 70%를 상회했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트럼프 1기 때인 2020년에는 67.3%로 주저앉았다. 이후 트럼프가 2기 임기를 시작한 올해 다시 68.4%로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차준홍 기자
미국에 대한 가장 큰 반발 요인으로는 트럼프식 통상 압박이 꼽힌다. '트럼프 2기 정부가 한국의 수출에 대해 고율의 상호관세와 함께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수출에 관세를 부과하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압도적인 85.6%가 반대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 조치에 대한 불만은 국민이 한·미 경제 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미 경제가 상호경쟁적이라는 응답은 지난해 25.4%에서 올해 37.6%로 늘었다. 이와 동시에 상호보완적이라는 응답은 지난해 63.7%에서 올해 58.7%로 줄었다. 한·미는 2022년 양국 관계를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격상하면서 안보 뿐 아니라 경제 현안에도 함께 대응하기로 했는데, 국민 인식은 이와 반대로 흘러가는 셈이다.

지난 4월 2일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국가별 상호관세를 직접 발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관세 압박에 대한 불만과 트럼프에 대한 비호감이 누적되는 건 다양한 측면의 불안감 상승으로 이어졌다. '가까운 장래에 중국이 미국을 능가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동의한 비율은 지난해 25.4%에서 올해 35.8%로 상승했다. 트럼프가 이끄는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이 흔들리자 중국의 부상에 대한 경계심도 확대된 셈이다.

미·중 전략 경쟁의 향방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외부에 의존하기보다 스스로의 안보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인식도 확산됐다. 이는 자체 핵무장에 대한 지표로 확인된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한국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한 비율은 지난해 71.4%에서 올해 75.1%로 증가했다.

핵무장론은 애초에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대응 논리로 제기됐다. 그러나 정작 "북한의 핵·미사일이 한국이 당면한 최대 위협"이라는 응답은 지난해 51.1%에서 올해 33.2%로 감소했다. 따라서 올해 핵무장 지지 비율이 상승한 배경에는 북핵 위협 인식보다는 오히려 미국에 대한 신뢰 약화가 더 크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EAI는 분석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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