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경청하는 상식의 대통령
편집자주
역대 정부는 예외 없이 권력의 함정에 빠졌다. 절제하지 않고 권한을 남용하거나 협치의 중용을 발휘하지 못했다. 무소불위 대통령제의 한계다.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달라야 한다. 기회를 살리되 위험 요인은 줄여 박수받고 임기를 끝내길 바란다. 그래서 제언한다. 이것만은 꼭 지켜달라고. 5회에 걸쳐 구성해봤다.이재명 대통령이 4일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잘 정리된 유튜브도 많이 있다고 하지만 알고리즘에 의해 어떤 유튜브 보면 그 유튜브와 같은 성향만 떠올라서 (사고가) 갇힌다. 편향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실제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도 몇 번 말씀드린 적이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내는 등 윤 전 대통령과 가까웠던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의 회고(2월 17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다. 그의 말에는 최고 권력자가 극단적 정치 성향의 주장에 빠질 경우 발생하는 문제가 고스란히 담겼다. 유튜브의 극단적 언어에 심취해 통합과 협치를 내팽개친 윤 전 대통령의 사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교훈이자 과제라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극단에 치우치자 남발된 ‘갈라치기’ ‘분열’ 메시지
윤 전 대통령은 2022년 5월 “자유, 인권, 공정,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이러한 나라를) 국민과 함께 반드시 만들어 나가겠다”며 대통령에 취임했지만, 곧바로 자신을 반대하는 진영을 ‘반국가세력’으로 몰았다. 통합의 의미를 되새겨야 할 광복절(2023년 8월 15일)에는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고 했고, 1년 뒤(2024년 8월 19일)에도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반국가세력들이 곳곳에 암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여권 관계자는 11일 “취임 두 달여 만에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을 중단하고, 김건희 여사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기존 레거시 미디어(기성언론)를 멀리하고 조언 그룹과도 멀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
시간이 지나면서 유튜브 채널로 여론을 파악하는 듯해 보였다
"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분위기에 밝은 한 정치권 인사도 “임기 초 불통 논란, 김 여사 의혹 등으로 지지율이 급락하자 극단적으로 변모한 뉴라이트 계열을 넘어 극우적인 주장을 하는 세력들에게 귀를 기울이고 가까이하기 시작했고 참모들의 조언도 무용지물이었다”고 회고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 나흘째인 1월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정문 앞에서 보수 유튜버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이동하고 있다. 코리아타임스
윤 전 대통령은 취임식에 극우 유튜브 채널 운영자 30여 명을 초청해 논란이 일었다. 대통령실엔 유튜버로 활동한 이력이 있는 직원의 면면도 눈에 띄었다. 심지어 올 1월 1일 자신을 지지하는 보수 유튜버들을 향해 '자유와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애국시민'이라고 지칭하며 "생중계 유튜브를 통해 애쓰시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고맙고 안타깝다"고 추켜세웠다.
'팬덤 정치' 이재명, 대통령으로서 포용력 보여줘야
이처럼 윤 전 대통령은 삐뚤어진 상황 인식으로 분열을 가중시켰다. 정치권과 학계에선 이 대통령이 분열의 정치와 확실하게 거리를 둬야 전임자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일극체제’ ‘사당화’ ‘팬덤 정치’ 비판을 한 몸에 받아왔던 점을 우려해서다. 같은 진영 내에서도 쓴소리를 했다가 친명계와 지지자들에게 좌표를 찍히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
정치 스타일을 정반대로 바꾸는 시도를 할 필요가 있다
”며 “대선 후보 TV토론회에서 볼 때 포용력보다는 맥락을 자르거나, 극단화해 말하는 모습을 보였고, ‘대통령다움’은 보여주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거대 여당의 진영 논리와 대통령의 균형 잃은 사고가 겹칠 경우 혼란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김형준 배제대 석좌 교수는 “지난 국회에서 (이재명 체제의 민주당은) ‘이재명 방탄법’ 등을 추진해 왔다”며 “이제는 그런 부분들에 대해 (반성하고) 새롭게 변화를 보여줘야 할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새 정부 첫 인사 발표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황인권 경호처장, 위성락 안보실장, 강훈식 비서실장. 뉴시스
조언 그룹을 넓게 만드는 것이 극단적 사고를 피하는 길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도 처음은 다양한 원로 그룹의 의견을 청취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쓴소리보다는 자신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는 목소리에만 심취했다
”고 전했다. 김 교수는 “이 대통령은 이제는 ‘통치 연합’ 그룹을 새롭게 짜서
, 자신을 지지했던 인물이 아니라 중도층 등 누가 보더라도 합리적인 인물을 대통령 비서실이나 내각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