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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시 철강주조업체 영신특수강 생산시설 모습. 오삼권 기자
“한국산이 300달러(약 41만원)면 중국산은 같은 품질인데도 100달러(약 14만원)밖에 안 해요. 상대가 안 되죠. 미국이 중국산에 관세 200%를 때려도 한국산(관세 50%)은 도저히 경쟁이 안 됩니다.”

지난 10일 충남 천안의 철강주조업체 영신특수강에서 만난 박성수(50) 대표는 중국산 제품과 경쟁하느라 지쳐 있었다. 회사는 모래 틀에 쇳물을 부어 굳히는 방법(사형주조)으로 밸브·롤러·마개 등 각종 기계장치를 연결하는 부품을 제조한다. 부친 회사에 20년 전 입사해 5년 전부터 대표를 맡은 그는 “미국·일본 등 해외 매출 60%, 국내 매출이 40%인데 안팎에서 모두 중국산 제품과 경쟁 관계”라며 “수출과 내수 모두 수주량이 줄었는데 납품 단가도 낮추다보니 올해 매출은 이미 평년 대비 30% 이상 줄었다”라고 말했다. 이 회사의 납품 대상인 중소 제조업 경기가 침체돼 있다보니 국내 매출에 타격이 크다. 박 대표는 “일할 사람 못 구해서 힘들던 때가 있었는데, 이젠 그런 고민을 할 필요조차 없다”고 말했다.

중국의 철강 생산변화와 세계 공급과잉량 추이 그래픽 이미지.
국내 제조업의 ‘관절’ 격인 중소 철강업체들이 멍들고 있다. 산업 현장에 필요한 중소형 부품을 제조하는 이들 업체가 중국·불황·관세 태풍에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중국이 과잉 생산된 철강을 헐값에 수출해 국내 철강업계전반에 한파를 불어 넣은 게 시작이었다. 그 여파는 시차를 두고 중소 기업으로 확산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50%로 인상한 관세가 발효된 지난 4일 경기도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여기에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가 쐐기를 넣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월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25%의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지난 4일(현지시간)부터는 관세율을 50%로 높였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중소기업의 관세 대상 철강 제품 수출액은 2억5000만 달러(약 3430억원)로 전년 동기(3억1000만 달러) 대비 17.8% 감소했다. 25% 관세 부과 이후인 3월 수출액은 33% 줄어든 7000만 달러(약 960억원)였는데, 관세율 인상과 함께 수출 피해도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영옥 기자
국내 철강 생태계에서 중소·중견 업체는 대기업이 생산한 반제품을 가공해 소비자 또는 다른 제조업체에 납품하는 역할을 한다. 이들이 없다면 국내 산업 현장에서 쓰이는 수많은 부품의 가공을 중국 등 해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정희돈 산업통상자원부 철강산업재도약기술개발사업 운영지원단장은 “볼트·너트부터, 강관, 각종 기계장치 부품까지 산업 현장마다 필요한 부품의 형태가 모두 다른데 대기업이 이 모든 부품을 다 제조할 수는 없다”라며 “국내 철강 생태계가 무너지면 나중에 철강 수요가 회복됐을 때도 주요 부품을 중국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 천안시 철강주조업체 영신특수강에서 주조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오삼권 기자
여기에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가 쐐기를 박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관세 25%를 부과한 데 이어 지난 4일 관세율을 50%로 높였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중소기업의 관세 대상 철강 제품 수출액은 2억5000만 달러(약 343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7.8% 감소했다. 관세 부과 이후인 3월 수출액은 33% 줄어든 7000만 달러(약 960억원)였는데, 관세율이 2배로 높아진 만큼 수출 피해도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영옥 기자
전문가들은 철강 생태계 보호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1차금속제조업과 금속가공제품제조업에 종사하는 철강 중소기업의 각각 40%, 28%에서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지출 비중이 1%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강서구에서 합금강 제품을 생산하는 홍성박(50) 부곡스텐레스 대표는 “중국·동남아 등은 인건비도 싼 데다 각종 생산시설을 임차해 쓸 수 있지만, 국내에선 금융기관이 토지·설비 등을 직접 매입하길 요구하니 투자 이후 생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라며 “금리는 높고 상환 기간은 짧은데, 대규모 자금이 설비에 묶이니 기업들이 선뜻 투자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탄소중립산업전환연구실장은 “관세나 수출 규제 등 외부 충격에 대응할 수 있도록 당장은 긴급 자금 지원이 필요하지만, 기술개발을 통한 신사업 진출과 사업 다각화 등 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장기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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