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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용균·오요안나 어머니 김미숙·장연미씨의 ‘연대’
손 맞잡고…서로에 보내는 위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왼쪽)과 고 오요안나씨 어머니 장연미씨가 지난 10일 서울 상암동 MBC 앞 광장에서 서로의 손을 맞잡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자식 보낸 후 ‘사회운동’

김용균법·재단 이끈 김씨

“유족이 앞장서지 않으면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아”


장씨 역시 재단 설립 계획

“안나 같은 피해자 도울 것”


자식을 먼저 보냈다는 공통점으로 만난 두 어머니의 마음을 당사자들 외에 누가 헤아릴 수 있을까. 지난해 사망한 기상캐스터 오요안나씨의 어머니 장연미씨와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지난 10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만나 손을 잡았다. 자식을 잃고 6년의 세월을 먼저 견뎌온 김씨가 장씨에게 위로와 연대의 뜻을 전하는 자리였다. 자식을 잃고 사회운동에 나서게 됐다는 두 어머니는 초면에도 서로의 마음을 잘 아는 듯했다.

장씨는 인근 정신과의원을 가리키며 “안나가 제일 처음 갔던 병원이다. 회사와 가까워 저기를 간 것 같다”고 했다. 딸을 ‘안나’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엄마는 딸이 떠난 뒤 한동안 맨정신으로 살지 못했고, 여전히 밥을 잘 먹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말하는 내내 눈물을 흘렸고, 김씨는 손수건을 꺼내 직접 눈물을 닦아줬다. “‘차라리 나를 데려가지’라는 생각도 들고, 내가 이렇게 숨을 쉬며 살아가는 것도 죄를 짓는 기분입니다. 딸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요.”

장씨는 “안나는 너무 착하고 살가운 딸이어서 주변 사람들이 부러워했다”며 “중학생 때부터 엄마 생일을 챙겨주고, 일을 시작한 뒤에는 투잡, 스리잡을 뛰면서 엄마 호강시켜준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씨도 아들 자랑을 했다. 김씨는 “어릴 때 공부에서 자유로웠던 용균이는 고등학교에 들어가 스스로 공부를 시작했는데, 반에서 1등을 하고 내신으로 대학도 붙었다”며 “잠깐 경력을 쌓으려고 서부발전에 들어갔다가 그렇게 됐다. 그 안에서도 틈날 때마다 공부했다”고 말했다.

장씨는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조사 결과에 “정부가 이런 결과를 낼지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했다. 노동부는 고인에 대한 괴롭힘 행위는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노동자 지위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MBC는 4월 자체 진상조사를 마무리하고도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두 어머니는 슬픔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닮았다. 김씨는 아들이 숨진 후 투쟁에 나서 ‘김용균법’ 제정 등을 이끌어냈다. 또 김용균재단을 설립해 산업재해 피해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돕는 활동을 하고 있다.

장씨도 딸의 이름을 딴 재단 설립을 계획 중이다. 그는 “이번에 ‘엔딩크레딧’ 등 단체들의 도움을 많이 받아 정말 고맙고, 빚을 진 것 같다”며 “저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안나 같은 피해자들이 심리상담과 치료를 잘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재단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장씨와 유족들은 오씨 사건이 잊힐까봐 걱정하고 있다. 김씨는 “유족이 앞장서야 한다”며 “유족이 가만히 있으면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장씨는 “앞으로 대통령실이나 MBC 앞에서 시위라도 하든지 죽을 각오로 나서고 싶다”고 말했다.

김용균씨가 떠난 지 6년도 더 지나고, 김용균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겪는 세상은 아직도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2일 김용균씨가 일했던 태안화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김충현씨가 목숨을 잃었다. 김씨는 “비정규직들은 해고 우려가 있어서 무슨 일을 당해도 안전을 보장받지 못한다”며 “안전을 위협받고,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해도 해고될까봐 말을 못한다”고 했다.

두 사람은 새 정부를 향해 “비정규직을 철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직장에서 산업재해와 자살 등을 예방하려면 탁상공론이 아니라 구체적인 방안을 찾아서 실행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일 잘하는 사람을 뽑아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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