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오현석 정치부 기자
처음엔 ‘기강 잡기’에 나선 줄 알았다. 지난 5일 이재명 대통령이 처음 주재한 국무회의가 2시간을 넘겼다는 소식에 얼핏 든 생각이었다. 점심 메뉴는 김밥 한줄이 전부라고 했다. 국무위원 모두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이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과 유인촌 문화체육부 장관 같은 ‘강성 우파’도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회의 시작과 함께 “좀 어색하죠? 우리 좀 웃으면서 합시다”라고 했다. 그만큼 초반 분위기는 썰렁했다.

그런데 3시간 40분의 마라톤 회의 직후 들려온 소식은 정반대였다. “되게 자유로웠다.” “화기애애했다.” 누군가 질책당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았다. ‘윤석열의 사람’으로 분류되던 한 고위직 공무원은 “대통령이 생각보다 소탈하더라” “실질적인 정책에 관심이 많았다”는 긍정 평가를 내렸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국무회의실에서 김밥을 먹으며 국무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공직자들이 짚은 첫 번째 포인트는 ‘경청’이었다. 이 대통령은 현안을 세세히 묻고는 장·차관 답변에 귀를 열었다. 잘 모르는 내용이 나오면 “그런 건 어떻게 되느냐”고 또 물었다. 관련 있는 다른 부처에도 의견을 구했다고 한다. 정부조직 개편 같은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따라오면 돼)식 질문은 없었다. 공무원들 사이에서 “실질적인 회의였다”는 말이 나온 이유다.

집값을 둘러싼 대화에선 인상적인 장면도 포착됐다. 이 대통령이 “민주당이 집권하면 집값이 오른다. 이상하지 않으냐”는 취지로 말한 뒤 벌어진 일이다. 한 경제 관료가 “재정 정책을 많이 쓰면 시장에 풀린 돈이 부동산으로 흘러가는 경향이 있다”고 직언했는데, 이 대통령이 “그건 또 그렇겠네요”라며 고개를 끄덕였다는 것이다. 한 참석자는 “상대가 다른 얘기를 하더라도, 뭔가 ‘적당한 선’을 찾는 분 같았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마지막 열쇳말은 ‘포용’이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유인촌 장관에게 먼저 반갑게 인사를 건넸고, 그러자 유 장관도 함박웃음을 지었다고 한다. 유 장관은 12·3 비상계엄 1주일 뒤 ‘정부 대변인’ 자격으로 민주당의 줄탄핵을 비판하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한 참석자는 “대통령이라고 유 장관이 반갑기만 했겠느냐. 하지만 그 순간 분위기가 밝아졌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공존과 통합의 가치 위에 소통과 대화를 복원하겠다”고 했다. 시작은 일단 긍정적이다. 관건은 대통령 스스로가 “내가 모든 걸 다 안다”는 확신이 든 뒤에도 경청하고 포용하느냐다. 윤 전 대통령도 첫 수석비서관 회의에선 ‘격의 없는 소통’을 강조했으나, 잠시뿐이었다. 초심(初心)을 오래 지켜야 대통령이 성공한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51133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 ‘3선’ 경쟁… 송언석 “통합” 김성원 “보수 재건” 랭크뉴스 2025.06.12
51132 뇌물혐의 경찰들 영장 몰래 복사 검찰수사관 구속기소 랭크뉴스 2025.06.12
51131 경찰 2차 소환 통보일…윤 전 대통령 불출석할 듯 랭크뉴스 2025.06.12
51130 NBS "'3대 특검법' 찬성 64%‥이 대통령 긍정 평가 53%" 랭크뉴스 2025.06.12
51129 ‘가수 영탁 협박·명예훼손’ 영탁막걸리 대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확정 랭크뉴스 2025.06.12
51128 ‘삼성·SK 반도체 기술 中기업에 유출 혐의’ 협력업체 임원, 징역 1년6개월 확정 랭크뉴스 2025.06.12
51127 경북 봉화 50대 여성 살인사건 피의자 야산서 숨진 채 발견 랭크뉴스 2025.06.12
51126 "임영웅 때문에 싸웠다"... '5060 남성 출입 불가' 내건 울산 호프집 랭크뉴스 2025.06.12
51125 "美 입국 가능?" 기자 신상까지‥김민석 "타박 멈추라!" 다급히 진화 랭크뉴스 2025.06.12
51124 보안 소홀로 개인정보 탈탈 털린 전북대·이화여대…과징금 철퇴 랭크뉴스 2025.06.12
51123 경찰출석 불응하고 상가 활보하는 윤석열 [사진잇슈] 랭크뉴스 2025.06.12
51122 BTS 정국 전역 당일 자택 찾아가 침입 시도… 30대 중국인 체포 랭크뉴스 2025.06.12
51121 ‘호텔 경제학’ 난타하던 이준석, 대선 뒤 李대통령 비판 '0' 왜 랭크뉴스 2025.06.12
51120 국민의힘 김용태 "민주, '검찰해체4법', 즉각 철회해야‥헌법 원칙 훼손" 랭크뉴스 2025.06.12
51119 '김학의 출금 수사외압 혐의' 이성윤, 대법서 무죄 확정 랭크뉴스 2025.06.12
51118 ‘마약수사 외압 의혹’ 폭로 백해룡, “수사대상인 검찰이 지휘? 부적절” 랭크뉴스 2025.06.12
51117 "영탁 갑질" 명예훼손 막걸리 업체 대표 유죄 확정 랭크뉴스 2025.06.12
51116 정부, 동해 구조 北주민 4명 귀환 의사 확인…"조속·안전 송환" 랭크뉴스 2025.06.12
51115 수영장 안내문 ‘비하 문구’ 논란… “저소득일수록 청결하지 못해” 랭크뉴스 2025.06.12
51114 김민석 “‘반미 아니냐’ 질문, 오히려 고마웠다… 기자 타박 멈춰 달라” 랭크뉴스 2025.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