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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갈수록 병력이 증강되고 있습니다. 초기 주 방위군 2천 명을 투입하기로 한 데 이어 해병대 7백 명을 추가로 보냈고, 주 방위군 2천 명이 다시 더해졌습니다.

이번에 LA에 투입된 군은 우리말로 '주 방위군'으로 번역됩니다. 그런데 영어로는 'National Guard'입니다. 국가 방위군쯤 될 겁니다. National, 국가라는 게 붙어 있으니,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게 맞을 것 같은데, 왜 번역은 '주 방위군'으로 하고,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LA 시장은 이에 반발하고 있는 걸까요?

■ 미국 군대의 종류

먼저, 미 정규군(US Military)입니다. 미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 등이 이에 속합니다. 온전히 연방정부, 대통령에 속해 있는 조직으로 해외 파병을 가거나 외국군과 전투를 벌입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미군도 이에 속합니다.

다음이 이번에 LA에 파견된 주 방위군(National Guard)입니다. 이 조직의 운영과 명령 체계는 연방과 주 정부로 나뉘어 있습니다. 평상시에는 해당 주 정부와 주지사의 명령을 따릅니다. 주 방위군으로 번역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비상 상황 때는 대통령이 소집해 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필요시 해외 파병도 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파견된 주 방위군

마지막으로 전투 부대의 성격이 더 약한 군 조직이 있습니다. 직역하면 주 방위군이지만 주 방위대(State Guard 혹은 State Defense Force)라고 번역하는 게 더 정확할 수 있겠습니다. 순수하게 주 정부에 속하는 조직으로 다른 주로 이동하거나, 대통령의 명령에 따르는 일은 없습니다.

기본 임무도 다릅니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갈수록 전투보다는 해당 지역의 재난이나 응급 상황에 대응하는 임무가 더 커집니다.

■ 주 방위군이 대통령의 명령을 따르게 될 때

미국 언론들은 LA에 파견된 주 방위군에 대해 '연방화됐다(Federalized)'고 쓰고 있습니다. 주에서 벌어진 일에 대응하는 군대를 연방정부의 일에 활용되는 걸 의미합니다. 이렇게 연방화되면 주 방위군은 주 정부의 명령체계에서 벗어나 미 정규군과 같이 취급되고, 국방부 장관의 명령에 따르게 됩니다.

주 방위군의 연방화를 위해선 침략 저지, 반란 진압, 연방법 집행 등의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미 연방법 10편에 따라 미국의 법 집행이 불가능할 정도의 폭동이나 반란이 발생했을 경우, 대통령은 군을 주 내부에 배치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캘리포니아주·LA시가 충돌하는 이 지점입니다.

백악관은 민주당이 망친 나라를 제대로 하기 위해 정당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으며,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주 방위군이 파견되지 않았으면 로스앤젤레스는 완전히 초토화됐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캐런 배스 LA 시장(왼쪽)과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오른쪽)

이에 캐런 배스 LA 시장은 이민세관국의 대대적인 단속이 있기 전에는 LA가 평온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후 일부 폭력 사태가 있었지만, 일부 지역에 국한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폭력 행위를 저지른 사람들은 체포하고 책임지게 할 거라고도 했습니다. LA 경찰력으로도 상황을 진정시킬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파견된 군 병력이 연방 자산을 지키는 것 이상의 행위를 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주 방위군 파견은 주지사인 본인의 요청이나 동의가 없었으니, 주 권한의 침범이고, 헌법 위반이라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건 때 일부 주에서 주 방위군이 치안 업무를 맡기도 했지만, 그때는 대통령이 아닌, 주 정부의 결정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 다른 분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선언한 '비상사태'

미 언론이 주목하고 있는 건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주 방위군을 파견하면서 거론한 비상 상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2기 출범 직후부터 여러 분야에 비상 상황을 언급하며 여러 행정 명령을 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많은 권한을 의회에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의회는 비상 상황에 한해 대통령에게 권한을 위임했습니다. 비상 상황이라면 의회의 논의를 거치는 것보다 대통령이 훨씬 빨리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입니다. 대통령이 비상 상황이라고 판단해 의회로부터 위임된 권한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통상적 권한보다 훨씬 많은 권한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화석 연료 생산을 늘리도록 했고, 4월엔 무역 적자를 근거로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여러 국가를 상대로 상호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불법 이민자 유입을 '침략'이라고 규정하며 추방 속도를 높이려 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을 근거로 각국에 대한 상호 관세를 발표하고 있다.

AP 통신이 분석한 내용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1월 취임한 이후 이달 초까지 비상 상황을 언급한 행정명령이나 각서가 40건이 넘습니다.

물론 전임 대통령들 역시 비상 상황을 언급한 수십 건의 행정명령이나 각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양이 이례적이라는 게 AP의 분석입니다.

아들 부시 대통령의 경우 1기 때 31건, 2기 때 34건이었고, 오바마 대통령은 1기와 2기 때 각각 41건, 바이든 대통령은 54건이 있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 72건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 때 비상사태를 언급한 행정명령이나 각서가 많았던 게 사실입니다. 또 오바마 대통령 때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고, 바이든 대통령 때는 코로나19 대유행이 있었습니다.

AP통신이 트럼프 대통령이 비상 권한을 활용하고 있다며, 한국의 119와 같은 미국의 911을 붙여 '911 대통령직'이라고 지칭한 이유입니다.

■ "'비상사태', 대통령 권한 행사의 새로운 방식"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비상사태' 선언을 통한 권한 행사에 대해 브레넌 센터 자유와 국가안보 프로그램의 선임이사인 엘리자베스 고이타인은 "이전엔 남용이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권위주의와 맞서는 걸 목표로 내세운 비영리 단체 프로텍트 데모크라시의 특별고문 크리스티 파커는 "그는 행정명령이라는 형태의 지팡이를 휘두르면서 의회에 보고할 의무를 피해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의 권한을 확대하려는 방식으로 '비상사태'가 활용되고 있다는 겁니다.

트럼프 측의 반응은 다릅니다. J.D. 밴스 부통령은 관세 정책에 대해 "우리는 지금이 비상사태라고 믿는다"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또 백악관 대변인인 캐롤라인 레빗은 "트럼프 대통령은 4년 간의 실패를 신속히 바로잡고 경제적·국가 안보적 위협을 해결하기 위해 정당하게 비상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브레넌 센터가 정리한 미국 대통령의 비상 권한 목록

브레넌 센터에 따르면 대통령이 비상사태를 선포하면 137개의 법적 권한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의회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경우 추가로 13개 가능). 환경 규제 중단이나 교통 시스템 장악 등이 포함됩니다.

비상 권한의 남용을 막기 위한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바이든 정부 당시,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사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의회가 표결하지 않으면, 선포 30일 후에는 종료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권한을 많이 활용하고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각 대통령이 이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입다. 하지만 의회를 통과되진 못했습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내린 행정명령의 유효성은 법원의 판단에 맡겨져 있습니다. 그 소송 건수가 250건에 이릅니다. 그중에는 적성국 국민법을 이용해 이의 제기 절차 없이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려다 일부 제동이 걸린 것도 있습니다. 상호 관세도 1심에선 패소했습니다. '비상사태' 선언으로 의회의 제약을 벗어나려는 트럼프 행정부가 법원을 압박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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