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호·차규근 의원 지난해 ‘세수결손 대응 집행’ 자료
대기오염·상하수도 예산 1조2000억 덜 집행
취약계층·청년 등 복지예산도 1조 넘게 ‘불용’
기재부 “수요 예측 실패 인한 통상적 불용” 해명
대기오염·상하수도 예산 1조2000억 덜 집행
취약계층·청년 등 복지예산도 1조 넘게 ‘불용’
기재부 “수요 예측 실패 인한 통상적 불용” 해명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경향신문 자료사진
지난해 윤석열 정부가 대기오염·상하수도 관리 등 환경 예산을 1조원 넘게 집행하지 않았고, 취약계층과 청년지원 예산도 1조원 가량 덜 쓴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는 수요 예측에 실패했을 뿐 세수결손과 무관하다고 반박했지만 지난해 30조원 넘는 세수 결손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쓰기로 한 예산을 다 쓰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성호 더불어민주당·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9일 기획재정부로부터 받은 ‘2024년 세수결손 대응 집행 관련 불용’ 자료를 보면, 대기오염 발생원 관리 사업 예산 9600억원을 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수도 관리(2030억), 지방 상수도 관리(250억원)까지 합치면 약 1조2000억원을 덜 썼다.
‘예산 불용’이란 한 해 동안 쓰기로 국회까지 통과한 예산을 실제로는 다 집행하지 않았음을 뜻한다.
두 번째로 불용 규모가 큰 사업은 기초생활보장 의료급여(5000억원)이었다. 기초연금 지원(3900억원), 국민기초생활보장 기초생활급여(1540억) 등 취약계층 3대 예산 불용액이 1조원이 넘는다. 저소득층의 에너지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취약계층 에너지 복지지원’ 예산도 계획보다 1000억원 덜 쓰였다.
2024년 주요 복지 예산사업 불용 현황. 2023년~2024년 의료급여, 기초연금 지원, 기초생활급여 불용액이 늘어났다. 2023년엔 56조4000억원, 2024년에 30조8000억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했다. 정부는 세수결손과 복지사업 불용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실 제공.
청년 관련 예산은 3000억원가량 덜 쓰였다. 중소기업청년인턴제(1200억원), 맞춤형 국가장학금지원(1200억원), 청년내일채움공제(440억원), 청년진로 및 취업지원(90억원) 예산도 사용하지 않았다. 어린이집 확충 및 환경개선 예산 160억원도 불용됐다. 군인 인건비(1620억원), 군인 피복비(300억원), 장병복지지원(230억원), 급식비(150억원) 등 민생 예산도 다 쓰지 못했다.
과학기술 관련 예산 중에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출연연구기관 지원(240억원), 기초연구기반 구축사업(150억원)을 다 집행하지 못했다. 일반철도건설(4680억원), 신공항건설(1680억원) 등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도 다 쓰지 않았다.
기재부는 수요 예측 실패로 인한 ‘통상적 불용’일 뿐 강제적 불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수결손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복지 수요 예측에 실패해서 애초 예산을 넉넉하게 잡았다가 지원 대상이 많지 않아 불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취약계층 지원과 민생예산 등에서 대규모 불용이 발생한 건 ‘세수 펑크’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 의원은 일례로 정부가 의료급여 환자 지원 예산 부족에 대비하기 위해 쌓아둔 ‘의료급여 적립액’을 지난해 세수결손을 메우기 위해 끌어다 쓰면서 의료급여 본예산 5000억원을 덜 썼다고 지적했다. 세수결손이 없었다면 애초 적립액에 손대 본예산을 불용시킬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지난 2년간 세수결손 규모가 87조원에 달하는데 지난해 대규모 불용이 세수 감소와 무관한지 의문”이라며 “인위적인 예산 집행 통제로 취약계층에 피해가 간 것은 아닌지 이번 결산 국회에서 세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 의원은 “의료급여나 기초연금, 기초생활급여는 2023년 이전에는 불용이 거의 없었던 사업”이라며 “불용은 그 자체로 문제이지 ‘통상적·강제적 불용’이 아니란 건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국회 기획재정위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9일 공개한 기획재정부의 답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