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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이 사실상 중단됐다. 파기환송심을 담당한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이재권)는 9일 “기일 변경 및 추후 지정 조치를 했다”며 “헌법 84조(대통령 불소추특권)에 따른 조치”라고 밝혔다. 당초 지난달 15일 잡혔던 1차 공판을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자 대선 후로 변경한다”며 오는 18일로 한 차례 미뤘었는데, 이번에 대통령 재임 동안 무기한 연기한 것이다.

재판부가 사유로 밝힌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는 내용으로 그간 해석이 분분했다. ‘소추’에 진행 중인 재판까지 포함되는지에 대한 규정이나 선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서울고법 형사7부는 이를 ‘대통령 재직 중 형사상 기소는 물론 재판까지 받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넓게 해석했다. 헌정사 첫 사법적 판단이다. 선거법의 경우 6·3·3법(선거사범은 기소 후 6개월 내, 2·3심은 전심 후 3개월 내 선고)에 따라 1년 내 확정판결을 마쳐야 하는데, 이 대통령 퇴임(2030년 6월 3일) 뒤로 재판이 밀리면서 최소 7년9개월 걸리게 됐다.

법조계에선 이날 서울고법 판단에 따라 이 대통령에 대한 다른 4개 재판 역시 올스톱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6월 24일 대장동·위례·성남FC 의혹 1심 공판 ▶7월 1일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1심 공판준비 ▶7월 22일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1심 공판준비 ▶위증교사 사건 항소심(기일 미정)이 진행 중인데, 서울고법의 선례를 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금까지의 논란처럼 평가도 갈린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 84조에 따른 것’이란 결론에 이르기까지 어떤 치열한 법리 검토가 있었는지 불분명하다”며 “결국 사법부가 법적 판단을 포기하고 눈치를 본 것 같다”고 해석했다. 반면에 익명을 원한 고법 판사는 “재판을 속행했더라도, 민주당과 이 대통령이 재판 중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공포해 버리면 그대로 정지된다”며 “구태여 입법·행정부를 자극하지 않으려 한 것 같다. 헌법 84조를 재판 정지로 해석하는 것이 크게 무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향후 헌법소원 등 법적으로 다툴 만한 여지가 없다”는 말도 나온다. 김대환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서울고법의 기일 변경으로 기본권을 침해받은 사람이 있어야 헌법소원이 가능한데, 그런 상황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검찰 역시 단지 기일 변경만으로 항고하기도 어렵고, 하더라도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덧붙였다.

여야 반응 역시 극명하게 달랐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서울고등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의 파기환송심 기일 변경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다만 여당은 재판 기일과 무관하게 대통령 재임 중에 재판을 금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12일에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이 대통령의 다른 재판이) 개별 재판부의 의견으로 정리되면 헌법 정신에 대한 자의적 해석이 될 수밖에 없어 문제가 된다”며 “헌법 제84조에 따라 재판이 중단된다는 명확한 해석이 필요하다. 형사소송법 개정안 추진을 보류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헌법 제84조는 면죄부가 아니다. 대통령이 되면 죄가 사라지냐”며 “그 조항은 대통령의 국정 수행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지, 이미 기소된 형사사건 재판까지 중단하라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대통령 임기 초반 권력이 무섭다는 이유로 판사가 스스로 사법부의 독립성을 포기한 셈”이라며 “권력의 바람 앞에 미리 알아서 누워버린 서울고법 판사의 판단은 두고두고 사법부의 흑역사로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페이스북에 “헌법에도 반할 뿐만 아니라 법원 독립을 근본적으로 해치는 잘못된 결정은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바로잡아야 한다”며 “이 대통령 재판 중인 다른 재판부들은 절대 이러지 말아야 한다”고 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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