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은닉 의혹
오광수 대통령실 민정수석. 대륙아주 누리집 갈무리
오광수 신임 대통령실 민정수석이 과거 검사 시절 아내의 부동산을 차명으로 관리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 퇴직 뒤에야 이 부동산의 소유권을 돌려받으려고 송사에 나선 것으로 파악돼, 재산 공개를 피해 일부 재산을 은닉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고위 공직자의 인사검증을 책임져야 할 민정수석인 만큼, 개인의 도덕성 문제를 넘어 직무 수행을 위한 자질에 있어서도 큰 흠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간경향은 9일 오 수석의 아내 홍아무개씨가 2020년부터 경기 화성시 일대 토지와 건물의 등기증명서에서 사업가 ㅈ씨의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말소해달라는 소송을 여러건 냈다고 보도했다. 해당 부동산은 홍씨가 1996년 부지를 사들이고 1998년 건물 소유권을 확보했으나, 2005년 ㅈ씨에게 매매한 부동산이다. 주간경향은 홍씨가 소유권 등기 말소 소송을 내면서 ‘사실은 본인 소유인 부동산의 소유권을 ㅈ씨에게 넘겼으나, 자신이 요구할 경우 소유권을 돌려주기로 각서를 썼다’고 주장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ㅈ씨는 오 수석의 성균관대 법학과 동문이라고 한다.
법원은 홍씨가 ㅈ씨에게 부동산 명의신탁을 한 사실을 인정하고, ㅈ씨의 부동산 등기를 말소하라고 판결했다. 부동산 소유권을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하게 한 부동산실명법이 부동산 명의신탁을 금지하고 있는 만큼 두 사람의 신탁계약은 무효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 부동산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ㅈ씨의 소유권 이전 등기는 말소됐고, 현재 이 땅의 소유권자는 오 수석의 아들이다. 오 수석은 주간경향에 “과거 잘못 생각한 부분이 있어서 부끄러운 일”이라며 “어른들이 기거하려고 주택을 지으시면서 딸(아내) 앞으로 해놨다. 기존에 살던 주택이 처분이 안 되는 상황에서 복수 주택이 됐다. 대학 친구 ㅈ씨에게 맡겨놨던 것이 사달이 났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주간경향에 따르면 재판에서 ㅈ씨는 ‘오 수석이 검사의 직권을 남용해 부정하게 모은 재산’이라는 주장도 폈다고 한다.
이 보도대로라면 오 수석은 2012년 재산 공개 대상인 검사장에 승진한 뒤에도 가족 재산 일부를 차명으로 관리한 셈이 된다. 명의 신탁 자체도 부동산실명법에 어긋나지만, 재산 은닉을 목적으로 명의를 신탁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오 수석은 2012년 검사장에 승진해 2015년 검찰에서 퇴직 때까지 재산 공개 대상이었는데, 이 부동산을 공개 재산목록에 올린 적이 없다. 공직자윤리법은 고위공직자가 재산을 신탁한 경우라도 신탁 사실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을 검증할 민정수석 임명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검증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통상 인사검증 대상자들은 자기 기술서를 쓰는데, 여기에 소송·고소 여부 등을 밝히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라는 게 공직자들의 설명이다. 새 정부 대통령실 인사들도 이런 검증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오 수석이 검증 과정에서 이런 내용을 숨긴 것인지, 대통령실이 해당 내용을 인지하고도 임명을 강행한 것인지 소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는 이날 여러차례 오 수석에게 해명을 요청했으나, 오 수석은 연락을 받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사에 나온 내용은 오래 전 일이기도 하고, 일단은 오 수석이 기사를 통해 해명했으니 (상황을) 지켜보자는 게 저희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검찰 특수부 출신’에 대한 여당과 시민사회, 조국혁신당 등 정치권 안팎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오 수석을 임명한 데엔 ‘검찰 개혁을 가장 잘할 사람’이라는 명분이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이날 ‘차명 재산’ 논란으로 오 수석의 도덕성에 생채기가 난 탓에, 검찰 개혁과 인사 검증의 적임자인지를 두고 거듭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보도된 내용만 봐도 ‘사정기관의 사정기관’이라 불리는 민정수석으로서의 자질은 부족한 것 아니냐”며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대통령실과 오 수석이 직접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