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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도심이 이민세관단속국(ICE) 급습 작전에 항의하는 시위대와 이들을 막아선 주(州)방위군이 뒤엉켜 거대한 혼돈에 빠져 들었다.

강경 진압으로 이민자가 급감하면 미국 경제 근간을 흔드는 ‘노동 공급 쇼크’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경제 전문매체 포천은 도이체방크 보고서를 인용해 “관세 문제보다 이민자 단속 문제가 미국 경제에 더 지속적인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조지 사라벨로스 도이체방크 외환 리서치 책임자는 보고서에서 “모두가 관세의 영향에 주목하고 있지만, 미국 경제가 품은 진짜 문제는 이민 감소”라며 “올해 미국 이민자 수가 지난해보다 90% 이상 감소했는데, 이는 200만명이 넘는 노동력 증가 둔화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밝혔다.

사라벨로스는 “관세 문제보다 이민 감소가 미국 경제에 훨씬 더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충격을 가지고 올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16일 미국 뉴저지주 기관차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서 저널스퀘어 정류장에 탑승을 기다리는 승객들이 줄 지어 서있다. /연합뉴스

6일 나온 올해 5월 미국 노동인구 지표에서 외국 출생 근로자는 2020년 이후 5년 만에 한달 기준 가장 큰 폭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이 집계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외국 출생 근로자는 3230만명에 달한다. 미국 노동력 가운데 19.2% 수준이다.

해밀턴 프로젝트 연구에 따르면 이들은 바이든 집권기였던 2022년 이후 급증했다. 2022년 미국 내 외국 출생 근로자 일자리는 매달 7만 개씩 늘었다. 2023년과 2024년에는 가속이 붙어 월 10만명에 달하는 외국 출생 근로자가 미국 경제에 투입됐다.

지난해 미국 의회예산처(CBO)는 2033년까지 미국 내 외국 출생 노동자가 2023년 대비 520만명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10년 동안 이들이 창출하는 미국 내 국내총생산(GDP)는 8조9000억달러(약 1경2100조원), 연방정부 세수는 1조2000억달러(약 1630조원)으로 추정했다.

캔자스시티 연준은 경기 보고서에서 “지난 2년간 이민자 유입이 과열된 미국 노동시장을 안정시키고, 임금 상승 압력을 완화하는 강력한 촉매 역할을 했다”며 “이민자가 없었다면 ‘나 홀로 호황’이라 불렸던 미국 경제 연착륙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에서 열린 연방 이민국 업무 중단 시위에서 한 참가자가 웨이모 차량이 불타는 자리에서 표지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기존 미국 근로자들은 저숙련 이민자가 물 밀듯 들어오자 일자리를 빼앗기거나, 임금이 하락했다.

2020년 팬데믹 이후 급격한 물가 상승과 주택난이 심화되자, ‘굴러 들어온’ 이민자들이 ‘박혀 있던’ 기존 근로자 임금을 낮추고 사회 비용을 높인다는 인식이 퍼졌다.

특히 트럼프 지지층이 두터운 러스트벨트 지역에서 반발이 심했다. 오하이오, 인디애나,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등 제조업 쇠퇴 지역은 1970년 이후 인구가 45% 줄었다. 경제적으로 몰락한 이 지역 백인 근로자들은 이민자들에 이 책임을 돌리며 트럼프 행정부 반(反)이민 정책을 지지했다.

이번 시위 촉발점은 ICE가 패션지구와 홈디포 매장 등에서 벌인 대규모 단속이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지자들을 등에 업고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의견을 묻지 않은 채 LA 시내 한복판에서 강한 공권력을 앞세운 단속을 벌였다.

트럼프는 8일 시위에 주방위군 2000명을 투입하는 강경책을 내놓으면서 “법 질서 회복”이라고 명분을 댔다.

ICE 대변인에 따르면 LA에서 3일 동안 총 118명이 체포됐다. 시위대는 체포자들을 수용한 시청 앞에 몰려 이들을 “모두 석방하라”고 외쳤다. 경찰과 주방위군은 이들에게 최루탄과 섬광탄을 쏘며 진압에 나섰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연방 정부가 혼란을 조장해 사태를 확대시키려 한다”며 비판했다.

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경찰국 소속 경찰들이 연방 이민 단속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구금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사태는 미국이 경제 성장과 이민 통제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졌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아메리칸 드림이 상징했던 다인종 다민족 사회로 미국이 차별과 편견에서 얼마나 취약한지 드러낸 셈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강화한 반이민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지지층 결집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는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특히 농업과 건설업, 제조업과 서비스업처럼 히스패닉 계열 종사자 비중이 큰 업종 경영진들이 상당한 우려를 나타냈다.

미국 농업위원회 분석에 따르면 미국 농업 근로자 가운데 25.3%는 이민자다. 농산물 선별·포장 직종은 절반이 넘는 54.3%가 이민자다. 미국 내 농장들은 이미 매년 150만~200만명 일손이 부족하다.

건설업계도 내년에만 일자리 50만개가 부족하다. LA타임즈는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에서는 건설 근로자 40% 이상이 이민자라 대대적 단속은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조지메이슨대 연구진은 이민자 부족이 노동력 공급 부족으로 이어져 임금 상승과 물가 상승을 유발한다고 분석했다. 월가 금융 전문가들은 고용 증가 기준선이 기존 월 17만 개에서 9만 개로 절반 정도 하향 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주요 법인 경영진 70% 역시 리틀러 고용법률회사 조사에서 “ICE 단속 강화가 앞으로 12개월 내로 사업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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