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참모로 병풍 치지 말라

편집자주

역대 정부는 예외 없이 권력의 함정에 빠졌다. 절제하지 않고 권한을 남용하거나 협치의 중용을 발휘하지 못했다. 무소불위 대통령제의 한계다.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달라야 한다. 기회를 살리되 위험 요인은 줄여 박수받고 임기를 끝내길 바란다. 그래서 제언한다. 이것만은 꼭 지켜달라고. 5회에 걸쳐 구성해봤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4월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의 신임 비서실장 임명 발표를 한 뒤 단상을 내려가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레드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 걸 본 일이 없다."


윤석열 정부 초기부터 대통령비서실에서 근무한 전직 직원은 8일 이렇게 회고했다. 그는 레드팀(조직 내 확증 편향을 막기 위해 의무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는 역할) 기능 실패의 단적 예시로 2023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와 부산엑스포 유치전을 언급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당시 여당도 반대한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 특별사면'을 결단해 재출마의 길을 열어줬지만 참패로 끝났다. 부산엑스포 유치전도 대통령이 직접 전면에 나서 뛰었지만 돌아온 건 '119대 29'라는 참혹한 성적표였다. 윤 전 대통령은 결과 발표 직전까지도 실패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조직 내 자정 기능이 마비된 사이 비선의 '김건희 라인'이 정권 내내 위세를 떨쳤다. '박영선 국무총리·양정철 비서실장' 인선 논란이 대표적이다. 공식 라인에선 부인했지만 비선에서는 "대통령 의중"이라며 힘겨루기를 했다. 지난해 총선 참패 전후로도 윤 전 대통령은 반전의 계기 없이 숱한 논란을 자초하며 민심과 괴리됐다.

정치인 출신의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을 임명하며 '쓴소리 역할'을 기대했지만 상황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정권은 끝내 12·3 불법 계엄으로 종말을 자초했다. 이 직원은 "정무적으로 실패한 순간들에 대통령을 향한 제대로 된 '직언' 하나씩만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에서 취임 후 열린 첫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이 같은 과거 행태를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재명 대통령이 전임자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첫 조치로 '레드팀을 가까이 둬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전문위원을 지낸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윤석열 정부는 서울대, 검사 등 전부 순혈주의로 채운 인사라 일종의 그룹싱크(집단사고)에 빠져 있었다"며 "이 대통령은 정치적 훈련이 잘 돼 있고 여러 성공을 거뒀지만 오히려 그래서 '승자의 오류'에 빠질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참모들의 쓴소리에 대한 수용도 측면에서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레드팀의 성패는 오롯이 대통령의 의지에 달려있다는 게 경험자들의 조언이다. 한 대통령실 전직 직원은 "레드팀은 결국 내부감찰 기능을 하기 때문에 취지가 좋더라도 조직 내 따가운 눈총을 살 수밖에 없다"며 "권력의 정점인 대통령도 쓴소리가 싫기는 매한가지기 때문에, 결국 대통령 본인이 참모들에게 '고언의 공간'을 얼마만큼 열어주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레드팀 기능의 '제도화'까지 고려해봐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정무, 홍보, 민정 등 민심 모니터링이 중요한 기능에 민간 전문가나 야당 출신 인력을 대거 포진시켜 이 대통령이 정례 보고를 받고 중요 현안 발표 전에는 회의를 거치도록 해 레드팀 운영을 공식화하면 민심과 엇나가는 치명적 실수의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평론가는 "강훈식 비서실장의 역할을 기대해볼 수 있겠지만, 상명하복의 수직적 관계라는 한계가 있는 만큼 '선의'에 기대선 안 될 것"이라며 "이 대통령이 이 같은 레드팀 운영을 최초로 제도화해 공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정권 내내 '김건희 리스크'가 지속된 점에 비춰 영부인의 공적 책임과 권한 범위를 법적으로 제도화하는 방안도 우선적 검토 과제로 거론된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50495 검찰과 소환 일정 조율하던 김건희, ‘출석불응’ 선회···특검서 조사할 듯 랭크뉴스 2025.06.11
50494 李대통령, ‘이재명 시계’ 제작 지시…“기대하셔도 좋다^^” 랭크뉴스 2025.06.11
50493 ‘686세대’ 정무수석, ‘MZ세대’ 야당 대표 만나다 [이런뉴스] 랭크뉴스 2025.06.11
50492 방역당국 "국내 코로나19 환자, 이달 하순 증가 전망… 고위험군 백신접종 서둘러야" 랭크뉴스 2025.06.11
50491 오스트리아 고교서 총기 난사‥"최악의 사고" 랭크뉴스 2025.06.11
50490 에펠탑에 중국인 많더라니…유럽 찾는 발길 美줄고 中늘었다[글로벌 왓] 랭크뉴스 2025.06.11
50489 문재인 정권 여가부 장관 "체불임금 난리라고 성희롱 대책 거부당해···성평등가족청소년부로 덩치 키워야" 랭크뉴스 2025.06.11
50488 달라진 삼성글로벌리서치, 삼성전자와 협업 강화… “실적 못 내면 옷 벗어야” 랭크뉴스 2025.06.11
50487 [르포] "LA 한인시장 들이닥친 ICE, 직원 수십명 벽에 세우고 강압적 단속" 상인들 트라우마 랭크뉴스 2025.06.11
50486 [샷!] "죽을 것 같다. 숨이 막힌다" 랭크뉴스 2025.06.11
50485 'LA시위' 5일째 소요 다소 누그러져…뉴욕 등 美 곳곳 시위 확산(종합) 랭크뉴스 2025.06.11
50484 [단독]인천공항 ‘윤석열 알박기’ 막혔다···내정자 4명 중 3명 ‘임명 거부’ 랭크뉴스 2025.06.11
50483 ‘3대 특검법’ 국무회의 의결…‘이재명 정부 1호 법안’ 랭크뉴스 2025.06.11
50482 [단독]리박스쿨 조사 나선 교육부, ‘한 몸’ 자격증 단체는 대상서 뺐다 랭크뉴스 2025.06.11
50481 3대 특검 '효력'‥내란 종식·적폐 청산 속도낸다 랭크뉴스 2025.06.11
50480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본격 추진 나선 이재명 정부… 하반기 입법 가능성 ‘솔솔’ 랭크뉴스 2025.06.11
50479 한국인 정치만족도, 여기서 달라진다 [데이터 저널리즘]① 랭크뉴스 2025.06.11
50478 일본도 제시한 ‘조선업 카드’…그런데 ‘실익’이 안보인다[경제밥도둑] 랭크뉴스 2025.06.11
50477 이제 남은 건 ‘재판중지법’…헌법재판 가능성 놓고 갑론을박 랭크뉴스 2025.06.11
50476 대리기사처럼 뛰는 변호사들···업계 포화에 ‘복대리 변호사’ 경쟁 과열 랭크뉴스 2025.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