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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필의 미래창
하루 8천보로 수렴…빨리 걷기 병행해야
걷기 운동 효과를 보는 최적의 걸음 수는 하루 8000보 안팎으로 수렴된다. 픽사베이

걷기 운동은 특별한 장비나 기술 없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으면서도 효과가 매우 광범위하다.

심혈관 질환을 비롯해 당뇨, 비만, 골밀도, 면역력 같은 신체적 건강 뿐 아니라 인지 기능, 스트레스 해소, 우울 증상 같은 정신 건강에도 효과가 좋다. 서양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도 ”걷는 것이 가장 좋은 약”이라는 말로 걷기 운동을 칭송했다. 철학자 니체는 “모든 위대한 생각은 걷기에서 나온다”는 말을 남겼다.

지난 3월 영국 스포츠의학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선 걷기 운동이 13가지 암(식도암, 간암, 폐암, 신장암, 위암, 자궁내막암, 골수성 백혈병, 골수종, 결장암, 두경부암, 직장암, 방광암, 유방암) 위험 감소와 관련이 있음을 확인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스티브 잡스는 산책을 하며 생각을 정리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한 것으로 유명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일주일에 최소 150분의 중강도 유산소 운동이나 75분의 고강도 유산소 운동을 권장하는데, 대표적인 중강도 운동이 바로 걷기다. 중강도 걷기란 숨이 차고 심박수가 오르는 정도로 빠르게 걷는 걸 말한다. 과학자들은 분당 100보의 속도가 이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분당 100보의 속도로 하루 30분씩 주 5일 걸으면 세계보건기구의 건강 지침을 최소한으로 충족시키는 셈이다.

1965년 일본의 첫 만보계 신문 광고. 야마사 웹사이트

일본의 한 마을 주민 20년 추적해 보니

그렇다면 하루에 얼마나 걸으면 최고의 효과를 볼 수 있을까?

걷기 운동하면 으레 떠오르는 게 하루 1만보 걷기다. 과학적 근거가 있는 건 아니었다. 1964년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운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일본의 야마사란 시계부품 제조업체가 이듬해 웨어러블형 보수계(걸음 수를 재는 기기)를 내놓으면서 붙인 이름이 ‘만포 메타’(Manpo Meter), 즉 만보계(萬步計)였다. 하루 1만보라는 똑 떨어지는 숫자는 소비자들에게 쉽게 각인됐고, 1만보 걷기 운동의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지난 몇년간 발표된 연구들을 보면 걷기 운동 효과를 보는 최적의 걸음 수는 1만보가 아닌 8000보 안팎으로 수렴된다. 2019년 미국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원 연구진이 ‘1만보 고정관념’을 깨는 물꼬를 텄다. 연구진은 미국 성인 여성 1만8천명을 대상으로 걸음 수와 사망률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하루 7500보에서 최고의 효과가 나타나는 걸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2020년엔 하루 8천보, 2022년엔 하루 7천~9천보가 정점이라는 메타분석 연구가 발표됐다.

결정판이라 할 만한 연구는 1만보 걷기의 원조인 일본에서 나왔다. 도쿄건강장수의료센터의 운동과학연구실장 아오야기 유키토시 박사는 2000년부터 자신의 출신지역인 군마현의 나카노조란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걷기 운동의 질병 예방 효과를 추적하고 있다. 그가 20년 이상 추적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최적의 걸음 수는 하루 8000보라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8천보는 최적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걸음 수이지, 그 이상 걷지 말라는 건 아니다. 60살을 기준점으로 그 아래는 조금 더, 그 위인 사람은 조금 덜 걷는 것을 권하기도 한다. 2022년 ‘랜싯 공중보건’에 발표된 연구에선 60살 이상은 6000~8000보, 60살 미만은 8000~1만보에서 뚜렷한 효과가 나타났다.


효과를 볼 수 있는 최저 걸음수는 2000보

걷기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는 하한선으로 제시하는 걸음 수는 대체로 하루 2000~2500보다. 2023년 미국 존스홉킨스의대가 중심이 된 국제연구진은 6개국 17개 연구에 참가한 22만7천명의 데이터를 토대로, 걷기의 건강 효과는 하루 2300보부터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2300보는 보폭 70~80cm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1.6~1.8km에 해당한다. 400m 트랙을 돌 경우 4바퀴가 좀 넘는다. 시간으로 따지면 보통 걸음으로 25분 안팎, 빠른 걸음으로 15~20분 정도 걷는 거리다.

걷기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걸음 수(양)를 채우는 것과 함께 질이 따라줘야 한다.

걷기 운동의 질을 높이는 첫번째 요소는 속도다. 전체 걸음 수 중 일정량은 빨리 걷는 것이 좋다. 아오야기 박사는 8000보 중 20분(2천보) 정도는 중강도의 걷기 운동을 할 것을 권했다. 중강도 걷기는 평소보다 보폭을 넓혀 성큼성큼 걷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정도 또는 살짝 땀이 나는 정도로 빨리 걷는 속도다. 이렇게 할 경우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2일 국제학술지 ‘하트’에 발표된 연구에선 시속 5km 이상의 속도로 빠르게 걷는 것이 부정맥 위험 감소와 관련 있다는 걸 확인했다.

미국에선 느리게 걷는 사람들이 빠르게 걷는 사람들보다 사망 위험이 최대 1.89배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영국 성인 45만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선 평생 빠른 걸음으로 걷는 사람은 느린 걸음으로 걷는 사람보다 생물학적 연령이 최대 16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신슈대 노세 히로시 교수는 ‘고강도 인터벌 걷기’(High-Intensity Interval Walking)를 권한다. 빠르게 걷기와 보통 걷기를 3분씩 번갈아 반복하는 방식으로, 한 번에 최소 30분 동안 일주일에 4번 걷기 운동을 하라는 것이다. 그는 실험 결과 고강도 인터벌 걷기는 노화에 따른 혈압 상승, 허벅지 근력 감소를 예방해주는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하루 중 체온이 높은 때인 저녁에 걸으면 혈액 순환과 면역력이 더 좋아진다. 픽사베이

저녁 때 걷는 게 효과 더 좋아

또 다른 요소는 걷는 시간대이다. 하루 중 체온이 높은 때인 저녁에 걸으면 혈액 순환과 면역력이 더 좋아진다. 숙면을 취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보폭을 넓혔다 좁혔다 하면서 다양한 보폭으로 걸으면 일정한 보폭으로 걷는 것보다 더 많은 칼로리가 소비되는 효과도 있다.

영국 레스터대의 토머스 예이츠 교수는 ‘왜 걷기가 장수와 건강의 열쇠가 될 수 있나’라는 제목의 ‘더 컨버세이션’ 기고문에서 “신체 활동 부족은 오늘날 당뇨병, 심장병 같은 만성 질환이 광범위하게 퍼진 주요 원인”이라며 “이를 해소하면 연간 390만명의 조기 사망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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