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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적 브랜드는 독특합니다.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엇갈립니다. 그래서일까. 정치인 이재명의 생각과 경제철학을 이해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강력한 호불호라는 장벽이 이해로 가는 길을 막았다고 표현하는 편이 맞을 듯합니다.

그래서 그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찾아보게 됐습니다. 좋건 싫건 1700만 표 이상을 얻었고, 5년간 한국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를 지켜본 사람들로부터 얘기를 듣고, 과거에 했던 인터뷰와 책도 참고했습니다.

한 정치 컨설턴트의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민주당 대통령만 놓고 보면 노무현은 이상주의자, 문재인은 도덕주의자, 이재명은 생존주의자라고 표현할 수 있다.”

생존. 그 단어에 꽂혔습니다. 생존은 그의 본질에 가깝습니다. 14세에 공장 생활을 시작하고, 가난과 고통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그였습니다. 정치에 발을 들인 것도 서민의 생존과 관련된 의료시설 건설이 계기가 됐습니다. 성남시장에서 대통령까지 오는 길에서도 그는 정치적, 법적 생존문제에 부딪혔습니다. 물론 테러도 당했습니다. 그를 생존주의자로 만든 것은 삶 그 자체였습니다.

정치인에게 생존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정치인 이재명은 지지율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듯합니다. 지지율이 떨어지면 다른 정치인은 정책을 바꾸지만 그는 생각을 바꾼다고 합니다. 그리고 바뀐 생각에 따라 행동하고, 지지율에 독이 되겠다 싶으면 방향 전환도 빠르다는 평가입니다.

이런 생존주의자가 택한 전략이 실용주의입니다. “먹고사는 문제에 진보가 어딨고 보수가 어딨냐”란 말은 상징적입니다.

인사에서도 나타납니다. 오랜 인연은 아니지만 선거 기간에 호흡을 맞춰온 김민석 의원을 총리로, 강훈식 의원은 비서실장으로 임명했습니다. 통합의 상징성을 위해 보수나 중도 총리를 영입할 것이란 예상은 깨졌습니다. 당장 국가의 현안을 해결하는 것이 상징보다 중요하다는 사고의 결과입니다. 측근 기용에 대해서는 “측근과 일하려면 사업을 하지 왜 정치를 합니까”라고 말한 것도 실용주의의 맥락입니다.

성남시, 경기도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운영하려면 그에 맞는 실력을 갖춘 사람이 필요하기에 인재를 두루 찾는다고 합니다. 이것도 생존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대통령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높은 지지율을 확보하지 못하면 퇴임 후 사법리스크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명분 싸움을 싫어하는 것도 실용주의 전략의 일환입니다. 그는 “노사가 실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가 아닌 상징을 가지고 싸우면서 문제 해결에서 멀어지고 있다. 일단 챙길 수 있는 이익은 먼저 챙기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생존주의자의 또 다른 전략은 ‘정치적 양가주의’입니다. 내적 모순과 심리적 갈등이 있지만 그는 병립하지 못하는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인 게 원전 문제입니다. “그는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은 맞다. 그렇다고 가동되고 있는 원전을 세울 필요는 없다. 효율을 위해 두 가지를 동시에 쓰면 된다”고 말합니다. 원전과 재생에너지, 보수와 진보, 노와 사, 수도권과 지방, 성장과 분배, 내란종식과 경제회복 등 그에게 양립 불가능한 것은 없어 보입니다.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오래된 친구이자 측근으로 알려진 한 정치인에게 “내가 성공해도 너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고마운 마음과 업무는 그의 머릿속에서 별개의 영역으로 자리 잡고 있는 듯합니다.

보수적 인사 중 일부는 “사람은 싫지만 일은 잘할 것 같다”고 말합니다. 표현은 안하지만 그의 실용주의와 정치적 양가주의에 대한 기대가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생존주의자가 선택한 실용주의 및 정치적 양가주의 전략의 함정도 분명합니다. 지지율이 중요한 그이기에 정책이 벽에 부딪히면 쉽게 포기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지지율을 위한 정책이 과하면 포퓰리즘적 정책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높습니다.이 대통령은 얼마전 이런 말을 했습니다. “국민들을 위해서라면 트럼프 다리 사이를 기어가는 것도 하겠다.” 생존주의자가 본능과 진심을 무기로 국가적 위기를 헤쳐나가길 기대해 봅니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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