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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가(家) 3세인 조현상 HS효성 부회장과 코오롱가 4세인 이규호 코오롱 부회장이 양보 없는 특허 소송전을 이어가면서도 오는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똘똘 뭉쳐 눈길을 끌고 있다. 두 사람은 APEC 기업인 자문위원회(ABAC·APEC Business Advisory Council) 한국위원으로 활동하며 한국 경제계를 대표해 손을 맞잡았다.

조 부회장과 이 부회장은 다음 달 15~18일 베트남 하이퐁에서 열리는 ABAC 3차 회의에 동반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ABAC는 APEC 정상들에게 회원국 기업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1995년 설립된 자문기구다. 현재 21개 APEC 회원국이 각 3명의 기업인을 ABAC 위원으로 임명한다.

왼쪽부터 이성우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통상본부장, 이규호 코오롱 부회장,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조태열 외교부 장관, 이주완 메가존클라우드 대표. /HS효성 제공

한국에선 지난해 조 부회장, 이 부회장, 이주완 메가존클라우드 의장이 2025 ABAC 한국위원으로 임명됐다. 한국이 올해 제32차 APEC 정상회의 의장국을 맡으면서 조 부회장이 올해 ABAC 의장으로 선출됐다. 조 부회장은 ABAC 의장으로서 4차례 정기 ABAC 회의를 주재하는 것을 비롯해 APEC 준비위원회 회의, APEC 최고경영자 서밋(CEO Summit) 준비 회의 등에도 수시로 참여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ABAC 산하 5개 분과 중 바이오헬스케어 워킹그룹의 의장을 맡고 있다. 코오롱그룹은 미래 먹거리로 제약·바이오 사업을 키우고 있다.

조 부회장과 이 부회장은 앞서 2월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1차 회의, 4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2차 회의에도 함께 참석했다. 마지막 4차 회의는 오는 10월 26~28일 부산에서 열릴 예정이다.

조 부회장과 이 부회장 모두 외국에서 학교를 다녀 외국 기업인이나 정부 관계자와의 소통이 능숙하다고 한다. 조 부회장은 미 동부 브라운대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미국에서 태어난 이 부회장도 미 동부 코넬대 호텔경영학과를 나왔다.

재계에선 국내 섬유화학 시장의 오랜 경쟁사인 HS효성과 코오롱이 전기차용 타이어코드(타이어 내부의 섬유 소재 보강재) 특허를 놓고 치열한 법적 다툼을 벌이는 와중에 조 부회장과 이 부회장이 손발을 맞추는 모습이 인상적이란 반응이 나온다. HS효성그룹의 주력 계열사 HS효성첨단소재와 코오롱그룹의 화학 소재 기업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하이브리드 타이어코드(HTC·Hybrid Tire Cord) 특허를 두고 국내와 미국에서 수년째 소송을 이어오고 있다.

왼쪽부터 이주완 메가존클라우드 대표,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 본부장,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이규호 코오롱 부회장. /HS효성 제공

HTC는 고기능 섬유 아라미드와 나일론을 섞은 제품으로, 일반 타이어코드보다 지지력과 내구성 등이 뛰어나다. 현재 주력 제품인 폴리에스터(PET) 타이어코드 시장에선 HS효성이 전 세계 과반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차세대 주력 제품으로 꼽히는 HTC 분야에서는 양측이 주도권을 갖기 위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 전기차용 타이어코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HS효성첨단소재가 특허심판원에 제기한 특허무효심판이 지난해 초 일부 기각, 일부 각하된 후 현재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에선 지난해 코오롱인더스트리가 HS효성첨단소재와 HS효성USA를 상대로 캘리포니아주 연방법원에 HTC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HS효성은 올해 2월 미국 특허청에 코오롱이 보유한 HTC 특허의 무효심판을 청구했다. 이어 캘리포니아주 법원에 특허무효심판 종료 때까지 코오롱 측이 제기한 소송을 정지해줄 것을 요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한 재계 관계자는 “조 부회장과 이 부회장이 그룹 핵심 사업인 타이어코드 분야에서 자존심을 건 싸움을 하면서도 국익을 위해 웃으며 손잡는 모습이 보기 좋다는 얘기들이 나온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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