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포화에 앞다퉈 해외로 발길
한한령 완화에 中 재진입 본격화
한한령 완화에 中 재진입 본격화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가 글로벌 무대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내수 시장 포화와 매출 정체 속에 BBQ, bhc, 교촌치킨 등 주요 브랜드들은 미국과 동남아는 물론, 중남미와 중국 시장까지 적극적으로 공략하며 ‘K치킨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과거에는 본사가 직영 매장을 통해 교민을 주 타깃으로 삼았지만, 최근엔 현지 업체와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글로벌 가맹사업에 나서는 형태로 전환하며 매장 수를 늘리고 있다.
BBQ 홍콩 센트럴점. 회사 제공
8일 업계에 따르면 BBQ는 57개국에서 70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에만 250여개 매장이 있다. 2007년 미국에 진출한 이후 32개 주로 확장했으며, 미국 매출은 2021년 700억원에서 지난해 3000억원까지 급성장했다. 지난해 해외 소비자 매출의 약 75%를 미국에서 내는 셈이다.
최근엔 중국 시장에도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약 14억명의 인구를 가진 중국의 외식 시장은 지난해 기준 약 5조 위안(약 1000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BBQ는 지난달 베이징, 칭다오 등 8개 지역 외식 기업들과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MFC)을 체결하며 재진입을 본격화했다. BBQ는 2003년 중국에 진출해 한때 400개 이상 매장을 운영했으나 사드(THAAD) 사태 이후 한한령 여파로 매장 수가 크게 줄었다. 현재는 1000개 매장 재확장을 목표로 삼고 있다.
BBQ 관계자는 “국가별 외식 문화와 소비 패턴에 따라 맞춤형 매장을 운영한 것이 성공 비결”이라며 “미국은 테이크아웃 중심 ‘그랩 앤 고’ 시스템, 베트남은 ‘UFO치킨’ 같은 화려한 비주얼의 메뉴, 대만은 편의점과 연계한 복합매장 등으로 현지화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촌치킨은 현재 아시아·북미·중동 등 7개국에서 총 83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해외에서도 간장·레드·허니 등 세 가지 시그니처 소스를 앞세운 교촌은 프리미엄 K치킨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매장 위생(QSC)과 서비스 품질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교촌치킨 중국 선전 1호점. 회사 제공
최근에는 다수의 글로벌 IT 기업의 본사가 위치한 중국 항저우·선전에 매장을 열며 중화권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교촌 측은 이들 지역에 젊은 고소득층 인구가 밀집돼 구매력과 프리미엄 트렌드 수용도가 높아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중국은 여전히 K푸드에 대한 수요가 높고 유망한 시장이며 현지 소비자들은 한국 기업의 엄격한 품질 관리에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며 “최근 양국에 관계 개선 분위기가 조성된 점도 국내 기업이 다시 중국 진출에 나서는 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bhc 캐나다 토론토 1호점. 회사 제공
bhc는 동남아와 북미를 중심으로 7개국 29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특히 시그니처 메뉴 ‘뿌링클’은 현지에서도 큰 인기를 끌며 지난 4월 기준 전 세계 누적 판매량 1억3000만개를 돌파했다. 치즈와 요거트 풍미를 가미한 트렌디한 맛이 20∼30대 소비자들에게 입소문을 타며 신규 시장 안착을 돕고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는 게 bhc 측 설명이다. 태국에서는 바삭한 식감을 강조한 ‘크리스피 뿌링클’과 특수 부위 메뉴 ‘뿌링클 치킨 스킨’, ‘뿌링클 조인트’ 등을 출시해 현지화를 꾀했다. bhc는 연내 필리핀·인도네시아로 진출국을 늘리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치킨 업계가 이처럼 해외 시장에 적극 나서는 데는 내수 시장이 성장 한계에 봉착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치킨 브랜드 수는 669개로 2021년(701개), 2022년(683개)에 이어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브랜드의 가맹점 매출도 정체되거나 감소하고 있다. 교촌치킨 가맹점 평균 매출은 2021년 7억5372만원에서 2023년 6억9430만원으로 줄었고, bhc는 같은 기간 6억3253만원에서 5억4673만원으로 13.6%나 하락했다.
반면 해외 매출은 아직 매출 비중이 작지만 빠르게 성장 중이다. bhc는 해외 매출이 2023년 20억원에서 지난해 43억원으로 113.8% 뛰었고, 교촌치킨은 같은 기간 178억원에서 194억원으로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브랜드 간 과열 경쟁을 하기 보다 수익성이 높은 해외 시장이 새로운 돌파구가 되고 있다”며 “해외 사업에 성공하려면 현지 유통 인프라 확보, 배달 시스템, 식자재 수급 등 난관이 많지만 매장 수와 소비자 인지도가 상승하고 있는 만큼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