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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한국이 일본·대만 등 경쟁국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에 더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미국의 대(對)일본·대만 상품수지 적자는 3월보다 늘었지만, 한국을 상대로 한 적자는 절반 가까이로 급감했다. 한국의 입장에서 미국 대상으로 무역 흑자 폭이 크게 줄었지만, 일본과 대만은 대미 흑자 규모가 오히려 늘어났다는 의미다.

8일 미국 상무부가 집계한 ‘국제 무역수지 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미국의 무역수지(상품+서비스) 적자는 616억 달러로, 전월(1383억 달러)보다 757억 달러 감소했다. 이는 2023년 9월 이후 1년 7개월 만에 가장 작은 적자 폭이다. 이 가운데 상품수지 적자는 3월 1513억 달러에서 4월 875억 달러로 적자 폭이 638억 달러 줄었다.

무역수지는 상품·서비스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수치다. 한 국가의 무역에서 실질적으로 얼마나 벌어들였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여기서 상품수지 통계를 보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4월부터 본격적으로 교역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지난 3월 12일 철강·알루미늄에 25%의 품목 관세를 부과한 것을 시작으로, 4월 3일 자동차·부품 등에 품목 관세(25%)와 5일 10%의 기본관세를 연이어 부과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4월 미국의 한국 제품 수입은 98억 달러, 미국 제품의 한국으로 수출은 60억 달러로 상품수지는 38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3월(63억 달러)보다 적자 폭이 25억 달러 줄어든 것이다. 특히 관세 부과를 시작하자 미국의 한국산(産) 제품 수입은 121억 달러에서 98억 달러로 23억 달러(19.0%)나 줄었다.

김영옥 기자

하지만 한국과 대미 무역 규모가 비슷한 일본은 관세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일본은 오히려 같은 기간 미국으로부터 흑자 폭(62억→67억 달러·미국 입장에서 적자 폭)을 늘렸다.

특히 미국이 4월부터 부과한 자동차 품목 관세 영향에 한국 기업이 일본보다 더 취약했다. 4월 미국의 일본 생산 자동차·부품 수입(일본 입장에서 수출)은 49억 달러로 3월(52억 달러)보다 3억 달러가량 줄어드는 데 그쳤지만, 한국산 자동차·부품의 수입은 3월 48억 달러에서 4월 28억 달러로 약 41.7%가 줄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한국은 올해 들어 대미 전기차 수출이 크게 줄어든 반면, 전기차 비중이 크지 않은 일본은 큰 변화가 없었다”며 “한국은 관세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감소)의 영향을 동시에 받아 수출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3월부터 현대차가 미국 조지아 생산 공장(HMGMA)에서 전기차를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한 영향도 있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등을 미국에 주로 수출하는 대만 역시 지난 4월 한국보다는 일본과 비슷한 흐름의 대미 무역 실적을 기록했다. 미국의 대대만 상품수지 적자(대만 입장에서 흑자) 폭은 3월 78억 달러에서 4월 96억 달러로 확대했는데, 이는 상품 수입이 124억 달러에서 146억 달러로 증가한 영향이다. 장 원장은 “대만의 대미 수출 대부분은 IT·반도체 제품인데, 반도체 품목 관세가 아직 부과되지 않은 데다 인공지능(AI) 확대 등으로 미국의 반도체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 보복관세로 맞서며 4월 한때 145%에 달하는 ‘폭탄 관세’를 얻어맞은 중국마저도 한국보다 선방했다. 미국의 대중국 상품수지 적자는 3월 179억 달러에서 4월 172억 달러로 7억 달러(한국 25억 달러) 줄어드는 데 그쳤다. 아울러 미국의 대베트남 상품 수지 적자는 3월(135억 달러)과 4월(136억 달러)이 비슷했다.

반면 미국의 유럽연합(EU, 3월 476억→4월 192억 달러)과 캐나다·멕시코(221억→163억 달러)를 상대로 한 상품수지 적자 폭은 크게 줄었다. 관세 시행을 앞두고 미국 수입업체들이 이들 국가에서 주문을 앞당겨 3월까지 수입품 재고를 확보하면서 4월 들어 수입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로이터통신은 “향후 미국의 적자 축소는 재고 상황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왼쪽)-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이런 흐름은 한국의 대미 관세 협상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것을 보인다. 대선 등으로 협상이 지연된 한국 정부는 다음 달 8일로 예정된 상호관세 유예 기간을 연장하며 시간을 버는 것이 최선이라는 입장이지만, 미국은 “상호관세 유예 연장은 없다”며 압박하고 있다. 협상 타결이 늦어질 경우 이미 경쟁국보다 관세 영향을 크게 받는 한국 수출 기업의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일단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일 트럼프 대통령과 첫 전화 통화에서 양국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합의를 ‘조속히’ 이루기로 뜻을 모았다. 한 통상 전문가는 “새 정부는 상호관세 유예 연장 가능 여부를 먼저 확인한 뒤 정상회담 등 ‘탑다운’ 협상을 통해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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