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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협상 앞두고 G7 정상회의 참석
한미동맹 우선하고 '친중' 오해 불식
AI 우위 점하려면 한미 경제동맹 필수
[서울경제]

경기도 성남시에 17년간 살았다. 20여 년 전인 2006년 불 꺼진 지하철 역사에서 고개를 깎듯이 숙이며 명함을 건네던 이재명 대통령을 기억한다. 2000년대 중후반 성남시에서 이 대통령은 ‘낙선의 아이콘’이었다. 시장과 국회의원 선거에서 거듭 고배를 마셔 당선 가능성조차 희박해 보이던 시절이었다. 몇 번의 낙선을 거듭하는 동안 이 대통령을 마주친 적이 있다. 한 번은 모란장날이었다. 막걸리 한 잔에 500원을 받던 빈대떡 좌판에 동석했던 기억도 난다. 재수생의 치기 어린 주장을 귀담아 듣는 정치인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다음 선거에서 이 대통령은 시장으로 당선됐고 시간이 지나면서 거물 정치인으로 자리잡았다.

챗GPT가 칼럼 내용을 바탕으로 생성한 이미지


이 대통령의 정치 인생과 공약에 100% 동의하지는 못하지만 한 가지 믿는 부분은 있다. 정치인 이재명이 실리주의자의 길을 걸어왔다는 점이다. 특정 이념에 매몰되기보다는 성취해야 하는 목적을 향해 최단·최선의 수단을 찾아가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해내야 하는 일이 있다면 성과를 내는 그의 행보에 지지자들이 ‘사이다’라며 열광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대통령이 친중·친북, 또는 반미·반일 인사라는 견해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그의 정치는 이념 지향보다는 당면 문제 해결과 득실에 집중한 여정이었다고 본다. 그래서 이 대통령 당선 직후 미국에서 나온 반응이 당혹스러웠다. 백악관 대변인은 당선에 대한 입장을 적은 쪽지를 찾지 못해 “찾아주겠다”고 했다. 겨우 찾은 성명에서는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며 이례적으로 중국을 언급했다.

성명 역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아닌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명의였다. “한미일 삼국 협력을 심화해 지역 안보와 경제적 회복력을 강화하며 공동의 민주적 원칙을 수호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2017년 5월 10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나 2022년 3월 10일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에 대한 축하 성명에서 굳건한 한미 협력 관계의 확장과 강화를 기대한다는 내용을 담았는데 이번에는 일본과의 협력을 강조한 것이다. 다행히 6일 저녁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가 이뤄졌으나 미국의 ‘속내’가 무엇인지 여전히 뒷맛이 찝찝하다.

누군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극우적 세계관’을 고려해야 한다며 큰 의미를 두지 않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길들이기라는 시각도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이 임기 대부분 동안 상대해야 할 최우방국 지도자다. 미국과 트럼프의 인식이 왜곡돼 있다면 최대한 빨리 오해를 풀고 한미 동맹에 균열이 가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우리는 캐나다의 주요 7개국(G7) 초청에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처지다. 당선된 지 보름 정도밖에 되지 않아 미국과의 살벌한 관세 협상에 등판해야 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이 중국을 겨냥하고 있음은 명확하다. 당연히 이 대통령에게 명확한 ‘입장 정리’를 요구할 것이다. 10월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지만 대한민국이 ‘친중 정부’가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인식시켜야 향후 관세 협상에서 불필요한 손해를 보지 않을 것이다.

이 대통령 1호 공약은 인공지능(AI)이다. AI는 신냉전의 핵무기다. AI의 쌀인 반도체는 정치·외교와 분리할 수 없는 산업이다. 미국과 반도체 관세 협상이 어긋난다면 이번 정부의 AI 정책은 시작부터 탈이 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자존심이 아닌 실리를 택할 때다. 이 대통령이 낙선을 거듭하던 시절, 몸을 낮추고 실용주의를 실천하던 마음가짐으로 ‘트럼프 리스크’를 이겨내길 기대한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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