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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인 '슈퍼버그' 치료를 위한 새로운 접근법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 항생제 개발 방식을 벗어나 인체 장내 미생물을 활용한 치료제가 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7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런던 가이즈 앤 세인트 토마스 병원은 항생제 내성균 감염 환자 41명을 대상으로 대변 추출물 기반 치료제의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 치료제는 건강한 기증자의 대변에서 유익한 미생물을 추출해 동결건조 후 캡슐화한 것이다. 연구책임자인 블레어 메릭 박사는 "투여 한 달 후에도 환자 장내에서 유익균이 지속 검출됐다"며 "장내 미생물 다양성 증가로 추가 감염 위험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슈퍼버그는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보건 위기로 대두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연간 500만 명 이상이 항생제 내성균 감염으로 직간접적 사망하고 있다. 미국 UC샌디에이고 의과대학은 2025년까지 연간 사망자가 10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은행은 관련 의료비용이 2050년 1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기존 항생제 개발의 한계도 문제를 키우고 있다. 신규 항생제 개발에는 통상 15~20년이 소요되지만, 내성균의 진화 속도는 이를 앞지르고 있다. 이에 따라 제약업계는 항생제 개발보다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활용한 치료법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 상용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4월 바이오기업 세레스 테라퓨틱스가 개발한 '보우스트'를 승인했다. 이 제품은 대변에서 추출한 미생물을 에탄올 처리해 만든 경구용 치료제로,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 치료에 사용된다. 임상 3상에서 투여 8주 후 환자의 90%가 재감염을 겪지 않았다.
국내 제약업계도 관련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장내 미생물 치료제는 기존 항생제와 차별화된 접근법으로 시장 잠재력이 크다"며 "규제 당국과의 협의를 통해 국내 임상시험 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환자 수용도와 장기 안전성 검증이 과제로 남아있다. 또한 제조 공정의 표준화와 품질관리 체계 구축도 상용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숙제다. 전문가들은 "슈퍼버그 확산 속도를 고려할 때 새로운 치료법 개발이 시급하다"며 "장내 미생물 치료제가 차세대 감염 치료의 핵심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