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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제21대 대통령선거 2차 후보자 토론회가 생중계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에 대한 강성 지지층의 제명 요구를 두고 고심에 빠졌다. 지난 4일 공개된 이 의원 제명을 요구하는 국회 국민 청원에 8일 오후 4시 기준 37만명 이상이 동의하면서다.

제명 요구는 지난달 27일 대선 전 마지막 TV토론에서 이 의원이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에게 여성 신체와 관련해 젓가락을 언급하며 질문한 게 논란으로 번지면서 시작됐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토론 직후 “이 대통령의 장남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직접 올린 글을 순화한 후 인용해 질문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민주당 지지층의 공세는 계속됐다.

청원 작성자는 4일 “이 의원은 모든 주권자가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상대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 여성의 신체에 대한 폭력을 묘사하는 언어 성폭력을 저질렀다. 주권자 시민의 신뢰를 저버리고 혐오·선동 정치를 일삼아 국회의원의 품위를 손상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대통령 지지자들은 ‘청원 동의 50만 명 채우기 운동’에 돌입했다. 네이버 카페 ‘재명이네 마을’과 디시인사이드 ‘이재명 갤러리’ 등 친(親)이재명 성향 커뮤니티에는 청원이 게시된 4일부터 “이준석을 도저히 그냥 둘 수 없다”거나 “얼른 끌어내리자”는 등의 내용과 함께 청원 동참을 요구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이준석 의원 제명 청원 동참을 요구하는 글. 재명이네 마을 캡처
이준석 의원 제명 청원 동참을 요구하는 글. 재명이네 마을 캡처

‘이준석 제명론’을 띄운 건 여권 의원들이었다. 문제의 토론회 이튿날인 5월 28일 민주당에선 “혐오 선동가 이준석 의원은 정계를 떠나야 한다”(조승래 수석대변인), “대선 출마는커녕 정치할 자격도 없다”(고민정 의원)며 징계를 시사하는 발언이 쏟아졌다.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 진보당의 정혜경 의원은 같은 날 이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대선 승리 후 오히려 지지층의 제명 요구가 구체화되자 민주당 지도부는 당혹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도부에 속한 한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국민 주권 시대를 천명했으니, 국민 요구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면서도 “토론에서의 발언 하나로 의원직을 제명하게 되면 ‘정치 보복을 한다’는 이미지만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의원을 때릴 수록 이 대통령의 장남 이모씨가 2021년 10월 커뮤니티에 남긴 글도 함께 부각되는 것도 민주당에게는 부담이다. 선대위에서 실무를 맡았던 한 인사는 “장남이 과거 음란글 게시 혐의 등으로 벌금형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선거 기간 내내 불리하게 작용한 것이 사실”이라며 “이준석을 때릴수록 부작용만 커지는 결과만 낳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왼쪽부터),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조국혁신당 김선민 당 대표 권한대행,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이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70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해 행사 시작 전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국민 청원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결국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민주당이 12일 본회의에서 처리 예정인 형사소송법 개정안(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 재판을 정지하는 내용) 반대 청원도 8일 기준 6만3000명이 넘게 동의했기 때문이다. 국회 청원은 게시된 후 30일 안에 5만명의 동의를 받으면 소관 상임위원회에 자동으로 회부된다. 민주당의 한 재선의원은 “‘청원=입법’이라는 등식을 세우면 민주당이 원하는 입법을 막아달라는 청원을 배제할 명분도 없어진다”고 말했다.

이러한 민주당의 딜레마적 상황은 “스스로 자초한 결과”(민주당 보좌관)라는 지적도 나온다. 22대 국회 출범 이후 약 1년 간 민주당과 야4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은 공조해 국민의힘을 겨냥한 국회의원 징계·제명안을 총 24건 발의했다. 하지만 징계안을 심사할 국회 윤리위원회가 아직 구성조차 되지 않은 상태라, 이들이 제소를 “정쟁의 도구로 악용하고 있다”(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지적이 이어졌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준석 의원 징계를 추진한 건 선거 캠페인 목적이 컸는데 일이 커졌다”며 “지지층의 요구와 대통령의 통합 기조 사이에 민주당의 갇힌 모양새”라고 토로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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