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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방사청 존재 불구 2차관 신설 '숙원'
尹정부, 국방부로 R&D기능 이관하며 구설
문민장관 공언한 李 "군령 담당 차관" 언급
불법 계엄 연루 조직 확대 개편 이율배반
군령·군정권 이원화가 먼저… '옥상옥' 우려도
"합참이 군령 참모조직 맡고 역할 강화" 조언
끊이지 않는 '2차관설', 논공행상 활용 의구심

편집자주

광화'문'과 삼각'지'의 중구난'방' 뒷이야기. 딱딱한 외교안보 이슈의 문턱을 낮춰 풀어드립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구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을 방문해 김명수 합참의장 등 군 지휘부로부터 군사대비태세 보고를 받고 있다. 국방부 제공


"조직으로 보나 예산 규모로 보나 국방부에 차관이 1명이라는 건 좀 그렇지 않나요?"


지난 2023년 말,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몇 명의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러고는 "
국방부에 2차관이 생길 수 있게 관심을 가져달라
"고 당부했지요.

하지만 이 고위 관계자의 전제는 잘못됐습니다. 국무위원인 장관을 두고 있는 18개 중앙부처 중 2차관제로 운영되는 곳은 기획재정부(경제정책/예산·재정), 외교부(정무·양자외교/경제·다자외교), 문화체육관광부(문화·예술/체육·관광), 산업통상자원부(산업/통상), 보건복지부(보건의료/복지), 국토교통부(국토·도시·건설/교통·물류),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학기술/정보통신) 7곳입니다. 이들 부처는
직원 수가 많거나 책정된 예산이 많아서 2명의 차관을 두고 있는 게 아닙니다. 1개 부처에 2개 이상의 핵심 분야가 합쳐졌기 때문
이죠.

그래서 국방부가 내세운 명분은 방산이었습니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국방부에 2차관을 신설해 방위력 개선 업무를 맡기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1차관은 정책·인사·복지를, 2차관은 기존의 자원관리실과 신설된 첨단전력기획관, 국방혁신기획관을 둬 과학기술 기반의 국방 혁신을 추진한다는 것이죠.

경기 포천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육군이 K-239 천무 다연장로켓 등 대규모 기동화력 시범을 보이고 있다. 폴란드는 2022년 한국 방산업체들과 천무를 포함해 124억 달러 규모의 1차 계약을 체결했다. 육군 제공


실제 최근 수년간 K방산의 성과는 눈부십니다. 2차관 신설에 자신감을 불어넣기 충분할 정도죠. K방산은 2022년 폴란드와 약 20조 원에 K-2 흑표 전차, K-9 자주포, FA-50 경전투기 등의 수출 계약을 맺는 '잭팟'을 터뜨렸습니다. 이듬해에도 사우디아라비아에 4조2,500억 원 규모의 천궁-Ⅱ, 호주에 3조1,500억 원 규모의 레드백 장갑차 수출 계약을 연달아 따냈죠.

'세계 4대 방산 수출국'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방산 관련 업무를 방위사업청에만 맡길 게 아니라 국방부가 직접 주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법
합니다. 그게 K방산 성장에 도움이 되는 방향인지는 차치하고 말이죠. 게다가 방사청이 획득 지연 및 실패, 투명성 문제, 군 중심 요구 반영 부족 등의 비판을 받고 있으니 방사청 업무를 2차관으로 넘길 호기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계획은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실행에 옮겨진 걸로 보입니다. 한 부처 관계자는 "과장(5급) 자리 하나 만드는 것도 행안부 승인을 얻어내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했는데, 심지어 정부조직법을 개편해야 하는 2차관 신설을 예열 없이 곧장 추진하긴 어려우니까요. 지난해 10월 국방부가 방사청 출연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ADD)와 국방기술진흥연구소(국기연)를 국방부로 이관하는 국방 연구개발(R&D) 조직개편안
을 확정한 것이 바로 법 개정을 위해 국회를 설득할 '예열' 작업이란 해석이 나왔습니다. 물론 국방부는 이 개편안이 "2차관제 도입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간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얘기인지는 모르겠으나, 선을 긋긴 한 셈이죠. 그리곤
12·3 불법 계엄 이후 정권이 교체되면서 2차관 신설 계획도 올스톱
됐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시절이던 4월 17일 대전 유성구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해 인공지능(AI) 기반 무인체계 연구개발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갑자기 전 정부 국방부의 2차관제 도입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이유는 두 가지 입니다. 먼저 이처럼 무기 획득 업무와 관련한
2차관제 신설은 국방부의 숙원사업
이었다는 점(2012년 한국전략문제연구소가 최초로 제안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이재명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2차관제 도입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점입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유세 일정 중 기자들과 만나 "국방부 장관은 민간인이 맡는 게 바람직하다"며 "
다만 차관이나 그 이하의 경우 군령 담당은 현역으로, 군정 담당은 민간과 군인을 섞는 식으로 융통성 있게 할 수
있다"
고 말했습니다. 국방부 2차관 신설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대신 명분은 방산에서 문민화로 전환된 모양새입니다. 일각에선 미국의 국방비 증액 요구에 대응하려면, 국방 조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까지 나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방부 2차관은 지금 시점에서 어림도 없는 얘기입니다. 먼저 불법계엄으로 회초리를 맞아도 모자랄 국방부입니다. 행안부는 지난해 국방부와 2차관 운용 방안에 대해 논의하면서 '
2개국 8개과를 신설해 60명 이상의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
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차관 신설이 현재 조직을 둘로 쪼개 차관 한 명만 더 늘리면 되는 게 아니라는 얘기죠. 국가 안보를 감안하면 조직을 축소할 순 없지만, 적어도 더 키우는 건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조직 쇄신이 확대로 이어지는 경우는 듣도 보도 못한
경우입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2024년 9월 9일 해병대 2사단 최전방 관측소(OP)에서 작전대비태세를 보고 받고 있다. 국방부 제공


군사 작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민간인 국방장관의 군령권 보좌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도 논리가 맞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국방장관이 실질적 군령권을 가진 합참의장을 지휘·감독하도록 정하고 있는 국군조직법 자체가 문민통제의 핵심 원칙인 군령과 군정의 이원화와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군령·군정의 이원화는 군의 정치적 중립성과 전문성을 보장하는 장치입니다. 세계 어디에서도 국방장관이 간접적으로나마 군령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한 나라를 찾기 힘든 이유입니다.
군정권은 장관, 군령권은 합참의장으로 이원화하면 당연히 국방장관의 군령권을 보좌할 필요도 없습니다
. 당장 계엄 사태만 해도 국방장관에게 군령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내란 사태 재발 방지는 계엄법이 아니라 국군조직법 개정에서 시작돼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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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조직법 개정이 부담스러워 그대로 둔다손 치더라도 군 출신 군령 담당 차관은 해법이 아닙니다. 군령과 군정을 칼로 무 자르듯 나누기도 힘들 수 없을뿐더러,
군령을 거머쥔 실세 차관이 탄생하면 군 부대를 방문해 현역 지휘관들보다 작전에 대해 더 큰 목소리를 내던 역대 장관들과 다를 바가 없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군령 보좌 차관이 군령권 자체를 가지는 게 아니라, 장관의 군령권을 보좌하는 역할만 맡기 때문에 '옥상옥'이 생기는 셈입니다.

엄효식 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
군의 지휘구조는 간명할수록 좋기 때문에 '머리'를 무겁게 해선 안 된다"며 "장관의 군령을 보좌할 역할을 맡긴다면 실제 군령권을 가진 합참의장이 적임자
"라고 말했습니다. 4성 장군 자리인 합참차장에게 역할을 맡길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든 결국 합참이 장관의 군령 참모 조직으로서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타당해 보입니다.

그러면 이렇게 묻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민간인 국방장관이 군령권의 영역인 '군사 작전'에는 개입하지 않더라도, 군사력의 배치와 운용 등 '전략'을 짜기 위해선 보좌하는 조직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요.

맞습니다. 군령권과 별개로 국방장관의 핵심 역할 중 하나는 거시적인 전략 수립입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 군령 차관이 필요하진 않습니다. 전략 수립의 실무부서인 국방부 국방정책실 실장(차관보급)이 존재하고, 군사보좌관도 있습니다. 오히려 전시작전권전환이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조직들이 국방부, 합참, 한미연합사령부 등에 흩어져 있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확대 개편이 아니라 유사 조직의 통폐합으로 효율성을 높여
야 한다는 것이죠.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시절이던 5월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 후보 국방안보자문위원단 임명장 수여식이 개최됐다. 사진 왼쪽부터 김정섭 전 국방부 기획조정실장, 강은호 전 방위사업청장, 김윤태 전 한국국방연구원장, 여운태 전 육군참모차장, 박인호 전 공군참모총장, 안규백 총괄특보단장, 서욱 전 국방부장관, 김정수 전 해군참모총장, 이남우 전 국가보훈처 차장, 윤병호 전 공군참모차장, 여석주 전 국방부 정책실장. 안규백 의원실 제공


다행히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도 이 대통령의 후보 시절 발언에 대해 "국방부 2차관 신설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자꾸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방부 2차관 얘기가 흘러나오는 걸까요?
결국 선거철만 되면 불나방처럼 캠프로 몰려드는 예비역 장성들 때문 아니겠느냐는 추론
이 가능합니다. 논공행상에서 한 명이라도 더 챙겨주려면 자리는 많을수록 좋으니까요.

특히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캠프에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예비역들이 줄을 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민주당의 국방안보자문위원단에는 전직 국방장관, 합참의장, 참모총장, 방위사업청장, 국방연구원장 등 내로라하는 국방 올드보이들이 합류했습니다. 현역 시절 어깨에 달았던 별만 합쳐도 22개라고 합니다. 어디 이들뿐이겠습니까. 새 정부 인선에서 유독 군·국방 분야 출신 인사들이 하마평에 자주 오르내리는 것도 좋게만 보이지는 않습니다.

한 현역 위관급 장교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전역 후 취업 제한도 3년인데,
옷 벗자마자 정치권으로 달려가는 선배들을 보면 '군의 정치적 중립'을 논하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 아닙니까?
" 진정 군에 대한 문민통제를 정착시키겠다는 각오가 있다면, 군의 정치적 중립이 불변의 가치라면 반드시 새겨들어야 할 말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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